/김승호 보령제약그룹회장 자서전/25/달라진 대외위상과 구심(救心)

2015.05.20 07:45:28

구심에 이은 기응환의 기술제휴는 국내 제약업계에서 ‘생약제제 생산기업’이라는 보령의 기업 컬러를 더욱 선명하게 했으며, 생약제제에 대한 나의 의지도 더욱 공고히 만들어주었다. 더욱이 연이어 발매된 두 제품은 나오자마자 기대 이상의 판매호조를 보여 업계를 자극했다.


용각산 발매의 성공은 대외적으로 보령제약의 위상을 크게 바꿔놓았는데, 그 같은 사실을 가장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점이 바로 외국의 제약회사들이 자진해서 기술제휴를 협의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일본 굴지의 생약 메이커인 구심제약((救心製藥)과 소아용 약품 메이커인 통옥제약이 그 대표적인 예였다.
먼저 구심제약은 1968년 3월 호리 다이스케(堀泰助)사장이 직접 실무진을 이끌고 와 구체적인 협의를 했다. 한국에 가면 일본 약품이 기피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그들이었지만 용각산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후로는 한국진출을 위한 행보를 서두르게 된 것이다.


이윽고 1968년 9월 구심의 사장이 다시 내한, 기술 제휴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구심’의 발매가 시작된 것은 그로부터 1년 쯤 지난 1969년 1월이었다. 보령제약의 생약제제로 기록된 구심발매를 기념하여 우리는 아서원에서 조촐한 기념식을 가졌다. 그 기념식은 달라진 우리의 위상을 실감하고, 향후 생약제제에 대한 지속적인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용각산 때의 까다로웠던 절차를 상기해 볼 때, 기술을 제공하는 측이 우리를 찾아와 계약을 체결했던 이 때 상황은 실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었다. 그만큼 우리는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고, 기술이전에 대한 그들의 태도도 과거 용각산 때와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계약체결 후 본격 생산에 들어가기까지 1년 동안의 공백을 둔 것도 우리의 뜻이었는데, 그 또한 충분한 기술협의와 유리한 계약조건을 알아내기 위한 전략이었다.
통옥제약도 구심과 거의 같은 무렵인 1968년 6월에 영업부장이 내한하여 협의를 거치면서 기술제휴의 조건이 갖추어지기 시작했다.


기응환(奇應丸)을 생산하고 있는 통옥제약은 20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 있는 제약회사로 그 상표만으로도 권위와 신뢰를 인정받고 있었다.
특히 통옥제약은 생약부문에 있어 업계 최고를 자랑하는 기업이었으며, 역시 생약제제인 기응환은 소아약품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런 통옥제약이 ‘한국진출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일본 약업계의 일반적인 견해를 뒤로 하고, 생약제제 생산의 기치를 든 보령제약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1968년 제휴계약을 체결하고 1년 후인 1969년 6월에 보령제약과 통옥제약은 역시 아서원에서 발매기념 리셉션을 가졌고, 이후 기응환은 보령제약의 3번 째 생약제제로 기록된다.


구심에 이은 기응환의 기술제휴는 국내 제약업계에서 ‘생약제제 생산기업’이라는 보령의 기업 컬러를 더욱 선명하게 했으며, 생약제제에 대한 나의 의지도 더욱 공고히 만들어주었다. 더욱이 연이어 발매된 두 제품은 나오자마자 기대 이상의 판매호조를 보여 업계를 자극했다.
특히 귀중한 동식물성 생약제제로 배합된 구심은 각종 심장병이나 고혈압 등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 발매 이후 대단한 관심을 끌었다. 뿐만 아니라 구급(救急)을 요하는 경우 속효성(速效性)이 있어서, 약의 효능을 자세히 알고자 하는 일반 소비자나 약사들의 문의 전화가 끊일 날이 없을 정도였다.


심이 성공을 거둔 데는 그 발매 시기가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몇 년이 지난 일이긴 했지만 1972년 세계보건기구가 ‘당신의 심장은 당신의 건강’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 세계적으로 심장 관련 캠페인을 벌이게 되자 심장병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크게 고조되었다.
암, 당뇨 등과 함께 3대 질병으로 꼽히는 심장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숱한 관련약품이 개발되었는데, 대부분 임상 단계에서 부작용과 합병증 등의 숙제를 남기고 말았다. 따라서 순수 생약인 구심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김용발 기자 kimybc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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