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보령제약그룹회장 자서전/26/만병통치약 '기응환'(奇應丸)'과 '가짜 기응환 사건'

2015.05.26 06:46:27

실제로 당시 많은 엄마들은 아기가 어떻게 아픈지 모를 때는 으레 기응환을 먹이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급기야 '기응환은 만병통치약'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 것이었다.그런 소문과 함께 기응환은 날로 인기를 더해갔다. 아이키우는 엄마들 가운데 예닐곱은 집에다 상비약으로 기응환을 갖추어 놓을 정도였다.


약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기응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먹고 사는 걱정 하느라 아이들 건강 챙기는 데는 소홀했던 게 50-60년대의 사회분위기였다. 그러나 60년대 말부터 경제적으로 다소 형편이 나아지면서 어린이의 건강보호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기응환은 그렇게 어린이의 건강에 대한 국민의식이 차츰 개선되고 있을 때 선을 보인 약품이었다.


런데 기응환이 약국에 등장하면서부터 차츰 이상한 말이 퍼지기 시작했다. '기응환은 만병통치약'이라는 것이었다.


기응환이 각종 어린이 질환에 광범위하게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다보니 유아를 기르고 있는 젊은 어머니들 사이에서 기응환의 인기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특히 육아에 경험이 없는 어머니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 의약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말 못하는 아기가 울며 보챌 때 대부분의 애 엄마들은 그저 당황하기 일쑤였지만 기응환은 그럴 때마다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실제로 당시 많은 엄마들은 아기가 어떻게 아픈지 모를 때는 으레 기응환을 먹이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급기야 '기응환은 만병통치약'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 것이었다.


그런 소문과 함께 기응환은 날로 인기를 더해갔다. 아이키우는 엄마들 가운데 예닐곱은 집에다 상비약으로 기응환을 갖추어 놓을 정도였다.


이른바 '가짜 기응환 사건'이 일어난 것이 그 때였다. 기응환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자 일부 악덕 상인들이 일본에서 유사품을 들여와 통옥제약의 상표를 위조해 붙인 다음 폭리를 취하려다가 사직당국에 적발된 사건이었다.


가짜제품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70년 9월부터였는데, 그 시기를 전후해서 범인들이 일본에서 밀수해 온 유사품은 엄청난 물량이었다. 기응환은 일제 때에도 국내에 들어와 판매된 적이 있는 약이었다. 가짜를 들여와 판매한 업자들은 그런 점을 염두에 두어 가짜를 만들되 일제 기응환을 위조해 판매했던 것이다. 일본에서 들여온 가짜 기응환은 상표만 제대로 붙이면 우리가 만든 진짜와 구분하기가 극히 어려웠다.
게다가 기응환이 날개 돋치듯 팔려나가며 일부 품귀 현상까지 빚게 되자 가짜 기응환은 시중에서 진짜로 둔갑하여 잘도 팔려나갔다. 시중에서는 일본제 기응환과 우리의 기응환이 뒤섞여 팔려나가는 기현상이 발생했던 것이다.


나는 혹시 기응환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나빠지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행여 효능이 떨어지는 가짜 일제 기응환을 먹이고서 보령제약에 대한 신뢰마저 잃게 된다면 실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제품이 팔려나가지 않는 것이야 참을 수 있어도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잃는 일만은 참을 수 없었다.


러나 소비자들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다. 자신이 먹을 약이었다면 또 모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애지중지하는 자식에게 먹일 약이 아니었던가. 약을 사가는 주소비자인 아기 엄마들 사이에서 효능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인식이 확인되었고, 그 결과 악덕 상인의 농간은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이 사건은 당시 주요 일간지와 방송에 주요 기사로 보도되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가짜 기응환 때문에 기응환 자체의 효능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던 소비자들은 언론의 보도를 통해 그동안의 불신을 말끔히 털어내게 되었다.


내가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가짜 기응환 사건으로 인해 보령제약의 기응환은 더욱 유명한 약품이 되었다. 가짜가 성행했다는 것은 곧 약효가 그만큼 탁월하다는 반증이었고, 이후 오히려 판매가 급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후 약국에서는 '보령제약의 기응환'임을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약품을 사는 일이 일반화되었다. 가짜 기응환사건을 통해 우리는 소비자들로부터 더욱 굳건한 신뢰를 받게 된 셈이었다.
 


김용발 기자 kimybc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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