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 자서전/35/또 다른 도전, 안양공장의 건설

2015.07.13 06:29:05

1974년 10월 10일 안양공장은 드디어 준공을 보게 되었다. 준공 당시 안양공장은 제약업계 단일 공장으로서는 국내 최대였는데, 이보다도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전 공정이 자동화설비로 되어 있어 공장운영의 과학화를 실현시켰다는 것과 종업원을 위한 복지시설을 마련했다는 점이었다.


19973년 제약업계에 진출한지 만 10년째가 되는 이 해는 미래 지향적인 설계를 현실화시킨 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보령제약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대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주었던 결정적인 사건, 바로 안양(安養)공장의 착공이 이루어진 해였던 것이다. 안양공장의 건설은 그 동안의 축적된 힘을 모아 미래로 나아가고자 한 보령의 의지이자 도전이었다.


1967년 성수동 공장이 가동되었을 때만 해도 오히려 ‘공장규모가 필요이상으로 크다’는 우려섞인 소리를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불과 6-7년이 지나자 공장 증설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낄 만큼 생산품목이나 매출이 늘어나 있었다.


창립 10주년을 맞은 1973년, 이제 성수동 공장만으로는 다가오는 미래를 감당해낼 수 없다는 것이 내 판단이었다. 특히 장차 신약생산이 활발해지면 그동안 생약 일변도의 생산체제를 유지해왔던 성수동 공장으로는 곧바로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었다.


당초 나는 기존 성수동 공장 인근에다 새로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그 계획은 곧 난관에 부딪쳤다. 새로운 공장의 부지는 최소한 1만평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는데, 성수동에는 그만한 크기의 부지가 없었던 것이다.


본격적으로 새로운 공장 부지를 찾아다니던 내게 눈에 띈 곳이 바로 안양이었다.
당시 안양은 질펀한 논과 밭이 대부분인 허허벌판이었다. 하지만 교통이나 입지 면에서는 최악이라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었다.


보령제약의 안양공장. 대지 1만여평에 연건평 2,400평의 이 고장은 당시 제약회사의 단일 건물로는 국내 최대의 공장이었다.


그런데 공장부지로 적합하다고 생각해두었던 경기도 시흥군 남면 금정리 16번지 일대 토지 소유자가 한 사람

이 아니어서 또 다시 난관에 부딪치게 되었다. 면적이 1만여평에 이르고 보니 여러 사람의 소유로 되어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정작 큰 문제는 소유주들이 땅을 팔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비록 당장은 개발이 안 된 허허벌판이지만 장차 개발붐을 타면 땅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당시 안양 일원에는 개발 분위기가 서서히 고조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지주들을 설득해 나갔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 진지한 교섭 끝에 조금씩 공장 부지를 확보해 나갈 수 있었다. 맨 나중까지 팔기를 거부했던 지주 한 사람이 자기 땅 주변이 무두 팔리고 나서 매매에 응하기까지 공장 부지를 확보하는 데만 꼬박 1년이 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겨우 공장 부지를 확보해 놓고서도 곧바로 공사에 착수하기는 어려웠다. 새로운 공장 부지는 성수동 공장에 비하면 20배에 해당되는 면적이었다. 그 면적에 공장을 세우는 일은 공장의 규모를 책정하는 일에서부터 보다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 때 사내에서 나온 의견의 대부분은 당장 계획하고 있는 생산품목에 맞는 적정규모의 공장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심사숙고 끝에 공장규모가 다가올 80년대의 시설 기준에 맞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결국 나는 주위의 의견이나 권유보다 훨씬 방대한 연건평 2,400평에 달하는 공장을 짓기로 결심했다.
당시 국내 모든 제약회사를 통틀어 단일 건물로 2,000평에 달하는 공장을 갖고 있는 곳은 없었다. 그만큼 또 다른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1974년 10월 10일 안양공장은 드디어 준공을 보게 되었다. 준공 당시 안양공장은 제약업계 단일 공장으로서는 국내 최대였는데, 이보다도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전 공정이 자동화설비로 되어 있어 공장운영의 과학화를 실현시켰다는 것과 종업원을 위한 복지시설을 마련했다는 점이었다.
입주식을 갖고 공장이 가동에 들어갔을 때 생산설비는 전체 공장규모의 30%에 불과했다. 그 나머지 터전은 보령제약의 새로운 도전과 미래로 채워질 공간이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부단한 노력과 땀방울로 그 빈자리를 채우는 일이었다.

김용발 기자 kimybc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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