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총장 자서전/33/건학이념을 고심하며

2011.12.21 13:32:40

이론과 실무적 능력을 고루 갖춘 사회인 양성이 목적

그러나 막상 대학 설립을 결정하고 나니 어떤 대학을 세워야 할 것인지 막막했다. 기본적인 의문들이 들기 시작했다. ‘대학이란 무엇인가?’ 세운다면 ‘어떤 유형의 대학이어야 할 것인가?’ 등을 생각하다 밤잠을 설치는 날이 허다했다. 나는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접촉하며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여러 사학의 설립자와 교수, 정부 관리, 건축가 및 친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 바람에 많은 지식은 얻었으나 막상 어떤 대학을 세울 것인가는 결정하기 어려웠다.

 

특히 대학의 이념, 건학 정신을 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설립자인 내 몫이었다. 나는 타 대학과의 차별화 정책에 고심했다. 우후죽순처럼 대학이 생기는 판인데 ‘닮은꼴’이라면 큰 의미가 없었다. 개성 있는 대학, 졸업하면 기업이나 지역 사회에 즉시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대학, 그런 대학교육을 생각했다. 비록 뛰어난 인재가 아니더라도 우리 대학의 건학 이념에 합치하고 공부할 열의만 있는 학생이라면 교문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수한 학생들을 서울의 일류대학들이 모아 가르친다면 지방의 보통 인재들도 누군가는 가르쳐야 할 것이 아닌가? 그들을 가르쳐 인성과 능력을 갖춘 건전한 시민으로 육성해 국가를 위한 일꾼으로 배출한다면 충분한 존립 가치가 되지 않겠는가.


고전적 의미에선 대학이란 지식 전수와 인격 도야를 위한 장(場)으로 정의되어 왔는데 우리나라에서도 한동안 상아탑이라 일러오기도 했다. 내가 아는 바로는 동양에서 가장 역사가 오랜 대학 하면 인도의 ‘불교대학’을 꼽을 수 있고, 우리나라에선 고려시대의 ‘국자감(國子監)’이나 조선시대 최고의 학문의 전당인 ‘성균관(成均館)’을 들 수 있다. 옛날 그리스의 ‘아카데미아’나 우리나라 ‘성균관’에선 원론적인 지식을 가르쳐 인텔리 양성에 주력했을 것이다. 이제는 대학의 기능과 학생들의 욕구, 학부모의 바람도 변화를 가져와 대학은 예외 없이 이론과 실무적 능력을 고루 갖춘 사회인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세속과 담을 쌓은 상아탑 안에서 ‘인텔리’ 상호간 비밀부호를 주고받듯 고담준론(高談峻論)을 즐기던 시대는 지났다.

 

건양대학교 종합스포츠 센터.


서구에선 우리처럼 대학에 가지 못하면 인생을 망치는 걸로 생각하는 일은 없다. 그리고 판검사나 변호사, 의사가 아니면 3등 인생이란 생각도 하지 않는다.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고 학업에 흥미가 없으면 진학을 포기하고 고등학교를 나와 적당한 직장에 취직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수평사회의 전통에 젖어 있기 때문에 평범한 시민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고 또 그것으로 자적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평생대학, 전문대학, 기술학원 등 다양한 교육기관이 있어 중년이나 노년층들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수시로 배움터로 간다. 그래서 나는 우리 대학은 사회에 나가 바로 적응할 수 있는 실용적인 인재를 길러내고 지역주민들을 위한 평생교육에 특성을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같은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평소 나의 교육철학에 입각하여 진리(眞理)ㆍ창조(創造)ㆍ봉사(奉仕)를 대학 교시로 정했다. 바르고 깨끗하게 살아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사람, 오늘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움을 추구하여 보다 나은 가치를 창조해 내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국제화 사회에서 민족과 인류의 행복을 위해 헌신ㆍ봉사하는 사람을 육성하는 것을 건학이념으로 삼기로 했다.


내가 건학이념을 이렇게 정한 데는 나름대로 교육철학이 있다. 앞으로의 사회는 유능한 인재도 필요하지만 포용과 봉사정신이 강한 사람을 더욱 요구하는 사회라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개개인의 천재가 20세기를 움직여왔고 더우기 21세기는 소수의 천재들이 이끌어가는 시대라고 하지만 앞으로의 세계도 평범한 다중(多衆)의 시대가 되리라 믿고 있다. 성실한 무명(無影)이 많을 때 사회나 조직은 더욱 튼튼해지고 원활하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건학이념 아래 인성 교육에 중점을 두며, 남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고, 실제 사회에 나아가 적응할 수 있는 실용적인 지식과 더불어 교양과 덕목을 가르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식이 비대해진 사람이 아니라 실력과 바른 인성을 겸비한 지성인 육성을 위해 대학을 설립하려는 것이었다.


 

김용발 기자 kimybc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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