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포럼 역사 문화 탐방 / 예학을 실천한 논산 돈암서원을 찾아서...

2022.06.02 10:30:32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9개 서원 중 두 번째로 답사한 돈암서원,응도당은 동아시아 건축이론을 예학이념과 결합 완성한 국내 유일 건물



 
 한강포럼은 지난 5월 30일 충남 논산에 위치한 돈암서원을 비롯, 은진미륵으로 유명한 관촉사, 조선시대 학자인 윤증의 명재고택 등을 둘러보고 돌아왔다. 돈암서원은 지난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국내 9개 서원중 하나다. 이번 역사문화탐방은 지난 4월 한강포럼 강연에서 ‘역사에서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해주신 역사학자 이배용 전 이화여대총장의 해설로 진행됐다.  돈암서원의 역사적 의미등을 김용발회원(전 조선일보 기자.메디팜헬스뉴스  발행인)의 여행기로 살펴봤다.(편집자 주)

 이번 역사문화 탐방에는 40명 가까운 회원이 참석했다. 고광국 회원, 공창호 공아트페이스 회장 부부, 곽영훈 전 홍익대교수 부부, 김경원 전 대우건설 부사장, 김길자 전 경인여대 총장, 김문웅 전 대우그룹 전무, 김용원 회장, 김은자 회원, 김자경 전 주간여성 칼럼니스트, 김준봉 전 육군 중장, 김환수 전 유엔 한국협회 이사 부부, 박연남 한영나염 부사장, 신갑순 삶과 꿈 챔버오페라 대표,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 원흥순 좋은 아침 회장, 윤덕순 전 한국은행 연수원장, 이은주 사진작가, 이인호 전 러시아대사, 이화정 회원, 인권식 전 동국대 교수 부부, 전중신 전 레스코 대표, 정정자 전 기독신학대 교수, 진의장 전 통영시장, 최은경 회원, 한태준 회원 부부, 황인천 전 경복대 교수, 한수진 바이올리니스트 등 많은 회원들이 참석, 성황을 이루었다.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옆 주차장에서 우리일행을 태운 검은색무늬의 광(光)버스는 오전 8시 30분 출발, 정안 휴게소에 들러 11시경에 논산에 위치한 돈암서원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논산까지 약 2시간 반이 걸린 것이다.




  논산까지 가는 버스안에서 한강포럼의 역사문화탐방을 기획하고 이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전중신 회원의 짤막한 강연이 있었다. 전중신 회원에 의하면 한강포럼의 돈암서원 방문은 이번이 2번째 방문이라는 것이다. 전중신 회원은 우리나라에는 전국에 약 670여개의 서원이 있으나 문을 닫아놓고 관리를 하지 않아 서원을 제대로 정리하기가 어려웠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전중신회원은 우리나라 서원의 역사와 특성을 달달 외울 정도로 강연을 통해 그의 진면목을 보여줌으로써 회원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2019년 7월 670여 서원 가운데 돈암서원 등 9개 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것.
 한국의 서원은 16세기 중반부터 17세기까지 조선 시대 지방지식인들에 의해 건립된 대표적 사립 성리학 교육기관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9대 서원은 한국의 서원이 하나의 유형으로 정립되는 과정은 물론 성리학이 동아시아 전역에 확산되어 지역적 특색을 가진 사례로 큰 가치를 갖게 되었다.
 성리학자들은 강학과 성리학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세계를 이해하였고, 정기적으로 서원과 관련한 선현을 추모하는 의식인 제향을 봉행함으로써 학파의 결집을 도모했다. 또 자연속에서 수양하고 휴식하는 유식을 통해 성리학에 부합한 향촌 교화활동을 주도했다.

 서원은 성리학자의 전인적 교육에 적합한 자연환경을 선택, 제향인물의 연고가 있는 지역에 들어섰다. 
 서원내부는 3개의 영역으로 나뉜다. 제향을 올리기 위해 지은 건축물이 위치한 제향영역, 유생들의 공부와 숙식을 위해 지은 건축물이 들어선 강학영역, 서원 관계자들 모임과 유생들 휴식을 위한 교류 및 유식영역이다. 
 성리학자들은 지형과 자연경관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하나의 서원건축 전형을 완성했던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9개 서원 가운데 한강포럼이 이미 다녀온 서원은 이번에 두 번째로 답사한 돈암서원을 비롯 필암서원, 남계서원, 소수서원, 도산서원 등 5개의 서원이며, 방문하지 못한 서원은 무성서원 도동서원, 병산서원, 옥산서원으로 4개의 서원이다.

 전중신 회원은 앞으로 문화역사탐방 계획에 대해 “도동서원, 병산서원, 옥산서원이 모두 경상도 일원에 소재해 있고, 무성서원만 전라도에 있다”며, “미답사지역탐방을 당일코스로는 힘들겠지만 1박2일 코스의 여행 계획을 잡으면 무난히 답사하고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지정 9개서원의 특성을 살펴본다.

소수서원 : 경북 영주시에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백운동 서원으로 주세붕이 건립, 소수서원으로 바뀌었다. 우리나라 서원의 강학, 제향과 관련한 규정을 제시하여 이후 건립되는 서원에 영향을 주었다.

남계서원 : 경남 함양군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건립된 서원으로 지역인들에 의해 건립된 최초의 사례다. 각각의 주요영역을 구분하여 하나의 축선상에 배치한 형식은 이후 건립하는 서원의 모범이 되었다.

옥산서원 : 경북 경주시에 있다. 출판과 장서의 중심기수로서 서원의 역할을 정립하였다. 옥산서원 이후 서원에 누마루를 건축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도산서원 : 경북 안동에 있다. 이황의 도산서당을 기반으로 건립되었다. 서원이 학문과 학파의 중심기구로 발전하는 과정을 입증한다. 자연경관이 뛰어나 일대 경관을 묘사한 다양한 작품이 남아있다.

필암서원 : 전남 장성에 있다. 이전의 서원들이 경사진 지형을 이용하던 방식과 달리 이곳은 평탄한 지형에 적합한 건축물 배치형식을 적용했다. 기록물을 통해 경제적 운영방식을 알 수 있다.

도동서원 : 경북 달성에 있다. 서원교육방식의 구체적인 양상을 입증해주고 있다. 경사지를 활용한 서원의 건축배치를 탁월하게 구현했다.

병산서원 : 경북 안동에 있다. 서원을 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만이 아니라 만인소 등 사림의 공론장으로 확대해 사림활동 기능의 중심지 역할을 입증해주고 있다.

무성서원 : 전북 정읍에 있다. 지역단위의 지식인 집단을 중심으로 사회전반에 성리학 이념이 확대된 서원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돈암서원 : 충남 논산에 있다. 성리학의 실천이론인 예학을 논하던 서원이다. 서원에 있는 응도당은 동아시아 건축이론을 예학이념과 결합하여 완성한 국내 유일의 건물이다.

 우리 일행이 돈암 서원에 도착하자 이 곳 논산의 건양대학교와 대전 건양대학교 병원 설립자인 김희수씨가 나와 한강포럼회원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돈암서원은 이조시대 중기의 학자인 광산김씨 김장생(사계)과 그의 아들 김집(신독재)을 모신 곳이다. 광산김씨 시조 김흥광의 37대 손인 김희수씨는 현재 신독재 김집 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한성실업의 설립자인 고 김용순회장에 이어 광산김씨 종친회장을 3번이나 연임하기도 했다.그는 충남 논산군 양촌면 출신으로 태어난 양촌에는 양촌중·고등학교를 세웠으며, 논산에는 건양대학을, 대전에는 1,300병상의 대형 종합병원을 설립했다. 그는 영등포에 김안과병원으로 시작, 크게 돈을 벌어 교육사업과 병원사업 성공의 꿈을 이루었다. 

김희수씨가 가장 교육에 역점을 두는 것은 인성교육이다. 그는 연세대 의대를 나와 연세대 교수들과 자주 교류관계를 가져왔다. 어느날 연세대학교의 모 학장이 건양대를 방문했다. 학생들이 이 학장을 보고 인사를 하자 학장은 총장께서 일부러 인사를 하라고 시킨 것으로 오해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외지의 어느 누가 학교를 방문하든 인사하는 습관이 몸에 배도록 교육이 돼 있었던 것을 알고 그는 김희수씨의 인성교육애 대해 크게 감탄했다고 한다.

  이배용 전 총장이 김희수씨를 소개했다. 김희수씨는 이배용총장과는 대학총장 시절 가깝게 지냈으며, 지금도 친숙하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김희수씨는 자신은 1928년생으로 올해 95세이지만 학교 병원일과 함께 1주일에 한번은 골프를 치면서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해 회원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돈암서원 하면 한강포럼 회원이며 삼성출판 박물관장인 김종규회장의  숨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회장은 50여년 전 인사동에서 조선 중기의 유학자 사계 김장생의 주자(朱子)의 가례를 증보, 해석한 가례집람을 비롯, 사계선생연보,  사계선생유고, 사계전서 등 귀중한 문화유산을 사들였다.  김회장은 돈암서원이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결정이 나자 돈암서원에 되돌려주기로 결심, 실행에 옮겼다고  한다.  '문화유산이란 제자리에 있을때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는게 김종규회장의 평소지론이다. 김종규 회장의 인품이 더옥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 유물 54점의 가치는 50여년 전 서울 변두리 집 두채값에 해당한다고 한다. 김회장은 이번에 돈암서원을답사하기로 했으나 본인이 주례를 서는 관계로 부득이 불참했다고 한다.  한강포럼에서 이런분과 어울리며 강연을 듣고 국내외 여행을 다닌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돈암서원답사를 마친 우리는 한정식 전문 식당인 ‘들풀담소’로 이동,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음식이 깨끗하고 맛있었다고 한다. 실은 김용원 회장께서 답사 10여일 전부터 회원들이 먹을 만한 식당을 찾아보라는 주문이 있었다. 나는 논산에서 자란 본토배기인 외사촌 동생으로부터 ‘들풀담소’가 논산에 있는 식당 가운데 가장 좋다는 전화를 받고 강은영 과장에 전하여 예약했던 것이다.


 이어서 음식점 근처에 있는 관촉사를 방문했다. 관촉사에는 국보 제323호인 석조미륵보살입상이 있다. 흔히 은진미륵으로 일컬어지는 이 불상은 논산시 관촉동 반야산 중턱인 경내에 모셔져 있다. 사적비의 기록에 의하면 이 불상은 국가에서 주관하여 만든 불상이다. 불상의 크기가 무려 54척5촌이나 되는 거구를 좁은 경내에 세웠는데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불상의 모습이 팔등신을 갖춘 예술적 조각작품이 아닌, 얼굴을 크게 강조한 불공을 드리는 예배물로 만들어졌다. 이는 고려시대에 이르러 불교가 대중신앙으로 발전하였음을 보여준다.

 관촉사 경내에는 은진미륵 외에도 보물 제232호인 석등(石燈),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 53호인 배례석(拜禮石),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 88호인 은진미륵 어머니상을 볼 수 있다.

 이어 우리가 찾은 곳은 명재고택이다. 명재고택은 국가민속문화재 제 190호다. 명재고택은 조선시대의 학자인 명재 윤증 선생 생전(1709년)에 지어진 곳이다. 이 고택은 조선중기 호서지방의 대표적인 양반가옥으로 전형적인 상류층의 살림집이다. 사랑채 앞 축대와 우물, 연못과 나무에서는 조선시대 정원 조경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또 계절의 변화에 따른 일조량 및 바람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저장공간인 광채와 비켜서 배치한 안채(서쪽)의 구조에서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후원의 장독대와 소나무숲은 실용성과 경관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조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고택의 안채는 ㄷ자형, 사랑채까지 포함된 구조는 ㅁ자형의 목조 와즙단층 건물이다. 안채는 안주인이 생활하는 사적 공간이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보호받고 살림하기 편리하도록 ㅡ자형 대문에서 안채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게 내외벽을 두었다. 반대로 사랑채는 바깥주인이 전면의 농토와 정원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한 공적이고 개방된 공간이다. 또한 사랑채의 큰 방과 작은 방으로 연결되는 미닫이와 여닫이를 겸한 방문은 다른 한옥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창성이 뛰어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도 미닫이와 여닫이가  하나로 된 문이 신기해서 미닫이로 열어보기도 하고, 여닫이로 열어보기도 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종학당이다. 종학당은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 152호다. 종학당은 파평윤씨 윤순거(1596-1668)가 문중의 자녀교육을 위해 1628년 현재의 위치에 백록당과 정수루, 정수암 등 세 채의 건물을 지어 건립했다. 
 이의 운영을 위한 종약도 제정하고, 일반서원이나 서당과는 다르게 교육목표와 교육과정을 두고 학칙도 정하여 시행했다. 이를 토대로 파평윤씨 문중과 처가의 자제들이 이 곳에서 합숙교육을 받게 되었다. 

 16세기 중반에 현재의 노성인 니산에 터를 잡은 노종파(노성의 파평윤씨) 일가가 짧은 시일 내에 조선의 명문가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바로 종학당의 특별한 문중교육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파평윤씨 자제들을 공부시켜 대과에 합격한 인물이 무려 42명, 무과합격자는 31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곳 종학당에는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기록물이 있다. 동서 데탕트를 추진하여 독일통일을 가져오게 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 소련 대통령이 2008년 10월 2일 이곳 종학당을 방문하여 방명록에 사인한 것을 금석문으로 새겨놓았다. 고르바초프가 러시아어로 기록한 것을 그대로 새겨 넣었다. 이인호 회원(전 러시아대사)이 비문에 새긴 고르바초프의 글씨를 유심히 보고 계시기에 필자도 핸드폰 카메라로 담아왔다. 고르바초프는 한국 방문 당시 충남 금산군 진산면 대둔산에 있는 휴양지도 방문하여 기록물을 남겼다.

 사람들이 잊어버리고 지나치기 쉬운 것이지만 여행기에 게재할만한 가치 있는 기록물이라고 생각된다. 평범한 것으로 생각돼 지나치기 쉬운 일이지만 특별한 사건으로 기록될만하다.

 우리 일행은 종학당 방문을 마치고 오후 4시경 귀경버스에 올랐다. 이번 역사문화탐방을 위해 치밀하게 기획을 하시고, 회원들을 초청하신 신갑순 회원께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알기쉽고 생생하게 해설을 해주신 역사학자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과 바쁘신 중에도 기꺼이 참석해주신 김희수 건양대학 및 건양대학교 병원 설립자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글쓴이  : 김용발 회원(전 조선일보 기자.  메디팜헬스뉴스  발행인)
 


노재영 기자 imph7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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