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툴리눔 균주를 놓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벌인 긴 싸움의 결말이 보인다. 메디톡스(대표 정현호)가 자사의 균주와 제조공정 영업비밀을 불법 취득, 사용했다며 대웅제약( 대표 전승호∙이창재 )에 제기한 민사소송 1심에서 사실상 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물론 대웅제약이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혀 아직 최종 심 등이 남아 있긴 하다.
하지만 대웅제약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에 이어 국내 민사소송에서 이런 판결을 손에 쥐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독소 제제에 조치한 21개월간의 미국 내 수입 및 판매 금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이는 국내 소송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국내 법원에서는 ITC에 제출된 주요 증거와 전문가 증언, 감정 결과 등이 제출된 이후 심도 있는 심리가 장기간 진행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의는 10일 ‘대웅의 나보타는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개발되었다’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나보타를 포함한 대웅의 보툴리눔 독소 제제의 제조 및 판매를 금지했으며, 해당 균주를 인도하고 기 생산된 독소 제제의 폐기를 명했다. 또한, 메디톡스에게 400억원의 손해를 배상할 것을 명함으로써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대웅이 보툴리눔 독소 제제 생산에 사용해 온 균주는 메디톡스의 균주로부터 유래된 것이며, 국내 토양에서 분리, 동정했다는 주장은 여러 증거에 비춰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보툴리눔 독소 제제 생산에 사용한 제조공정은 대웅이 불법 취득한 제조공정에 기초해 개발한 것이라며, 독자 개발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짧은 개발 기간, 개발 기록 등을 근거로 믿기 어렵다고 봤다.
이로써 메디톡스는 지난 2017년 10월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공정을 도용당했다며 대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한 이후 5년 4개월 만에 정당한 권리를 되찾게 됐다.

한편 대웅제약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의 1심 판결과 관련 “유전자 분석만으로 유래 관계를 판단할 수 없다고 인정했으면서도 추론에 기반한 판결로 실체적 진실 규명에 한계를 보인 점이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2년 2월 4일 서울중앙지검이 광범위한 수사 끝에 “압수수색, 디지털 포렌식, 증인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메디톡스 고유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기술이 대웅제약으로 유출됐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내린 무혐의 처분과 완전히 상반된 무리한 결론으로, 대웅제약은 즉각 모든 이의 절차를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