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약물운전 규제 취지 공감하지만…‘금지약물’식 접근은 치료 위축 우려”

  • 등록 2026.03.30 11: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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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보다 치료 중단이 더 위험”…전문가 논의 기반 가이드라인 마련 촉구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회장 김동욱.사진)는 오는 4월 시행되는 약물운전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과 처벌 강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단순화된 홍보와 규제 방식이 환자 치료권을 위축시키고 오히려 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의사회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의 운전을 예방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의학적 검토 없이 ‘운전 금지 약물’ 식으로 단순화된 메시지가 전달될 경우 진료 현장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신과 약물, 일률적 금지 대상 아냐”
의사회는 일부 단체에서 안내하는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 목록이 자칫 ‘금지 약물’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은 동일 성분이라도 환자의 연령, 체질, 복용 기간과 용량, 병용 약물, 증상 안정 여부 등에 따라 운전능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약물 복용 사실만으로 운전 부적합 상태를 단정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지나치게 단순하며, 정신과 치료 환자에 대한 낙인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치료 중단이 오히려 더 큰 위험”
의사회는 처벌 강화와 공포 중심의 메시지가 결합될 경우 환자의 치료 순응도가 떨어질 가능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불안장애, 우울장애, 불면증, ADHD, 조현병, 양극성장애 등은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인지기능과 집중력, 충동조절, 수면 상태가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약물 복용을 중단할 경우 정신상태 불안정, 수면 부족, 집중력 저하 등이 발생해 실제 운전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공공안전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치료 중단을 유발해 더 큰 위험을 초래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전문가 논의 없이 단속 확대는 혼란”
약물운전 문제를 단순한 단속이나 처벌 중심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의사회는 “경찰청은 단속 기준과 홍보를 확대하기에 앞서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내과, 약리학 등 관련 전문가들과 충분한 사전 논의를 거쳐야 한다”며 “의학적 기준 없는 법 집행은 현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정밀 가이드라인 마련 추진”
의사회는 향후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함께 정신과 약물과 약물운전 간 관계를 반영한 새로운 전문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환자에게는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의료진의 방어적 진료 부담을 줄이며, 정부와 수사기관에는 합리적인 제도 설계 근거를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공포 아닌 정밀 기준 필요”
의사회는 “약물운전 예방에는 적극 협조하겠지만 ‘약을 먹으면 위험하다’는 식의 단순한 공포 조성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신과 약물은 금지 목록이 아니라 환자별 상태와 실제 운전 적합성을 평가해야 하는 의학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 건강권과 도로 안전을 함께 지킬 수 있는 기준 마련에 책임 있게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노재영 기자 imph7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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