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이 주최하는 ‘제중원 141주년 기념 학술강좌’가 지난 3일 성황리에 개최됐다. 매년 4월 열리는 이번 강좌에서는 올해 한국 근현대 의학교육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총 4건의 연구 발표가 진행됐다.
첫 번째로 코리안헤리티지연구소 한종수 소장이 ‘조선/대한제국기 외교관 알렌의 역할과 위상’이라는 연제로 발표했다. 한 소장은 제중원 설립 주역인 호러스 알렌이 조선 근대화의 촉매이자 한미관계의 선구자였으나, 동시에 운산금광 채굴권 등 막대한 이권을 미국에 넘기고 한국인 최초의 하와이 이민을 막후에서 주도한 이중적 외교관이었음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이어 한국교원대학교 조은진 교수는 ‘식민지 조선의 입학난과 경성의학전문학교 : 관립전문학교 간 비교를 중심으로’라는 연제로 발표했다. 조 교수는 10.1대 1에 달했던 극심한 입학 경쟁과 더불어, 해부학 두개골 분실을 둘러싸고 조선인 학생들과 일본인 교수 간에 벌어진 동맹휴학 사건인 이른바 ‘구보 교수 사건’ 등 치열했던 학내 충돌을 다뤘다. 또한 청강생으로 입학해 의사 면허를 취득한 김해지 등 주요 여성 졸업생들을 소개하며, 식민지 조선에서 의사에게는 지역 유지 및 조선 전체의 엘리트라는 중대한 사회적 역할이 부여됐음을 설명했다.
세 번째로 전북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박지영 교수는 ‘경성제국대학 의학부의 교실 편성과 운영’이라는 연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박 교수는 주임교수를 정점으로 조교수, 강사, 조수 등으로 이어지는 굳건한 피라미드형 ‘의국-강좌제’가 어떻게 구축되었는지 세밀하게 분석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강한 유대와 소속감, 학문적 계보가 그 영향력을 어떻게 유지하고 강화했는지를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 김상태 교수는 ‘1945~1950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교실 편성과 교수진’이라는 연제로 발표했다. 해방 직후 경성대학 의학부와 경성의학전문학교가 통합되어 1946년 출범한 서울의대의 교실 편성 및 교수진 인선 과정을 도표를 통해 설명했다. 특히 1945년에서 1950년 사이 학교를 떠난 교수들의 현황과 한국전쟁 중 발생한 다수 교수진의 납북, 월북 및 사망 등 현대사의 비극 속에서 겪은 교수진의 변동 양상을 집중 분석했다.
김주성 의학역사문화원장은 “제중원의 정신을 공유하는 자리에서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의 초창기 역사를 면밀하게 되돌아보게 되어 학술적인 의미가 컸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