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 산하 젊은의사정책연구원(YPPI)이 호남권 응급환자 이송체계 시범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실제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환자 안전과 의료진 보호를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젊은의사정책연구원은 8일 ‘호남권 응급환자 이송체계 시범사업 현장 사례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5월 발표한 정책브리프 2호의 후속 자료로, 광주광역시 소재 지역응급의료기관에서 실제 발생한 두 건의 사례를 중심으로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은 지난 3월부터 호남권을 대상으로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편 시범사업을 시행했으며, 시범사업은 지난 5월 종료됐다. 정부는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를 보완한 뒤 올해 하반기 전국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연구원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pre-KTAS 기반 이송 분류 체계와 광역상황실의 우선 수용 지시 권한 등 시범사업의 핵심 설계가 실제 의료현장에서 환자 안전과 충돌할 가능성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첫 번째 사례는 광역상황실의 강제 배정으로 인한 현장 대응 한계를 보여준다.
광주지역 한 지역응급의료기관은 중환자실(ICU)이 없는 상황에서 80대 심정지 환자 이송 문의를 받았다. 병원 측은 중환자실 부재와 중증환자 대응 역량 부족을 이유로 광역상황실에 수용 불가 의사를 전달했지만, 약 5분 후 별도의 추가 협의 없이 구급차가 도착했다.
당시 환자는 혈압과 맥박이 촉지되지 않는 상태였으며 의료진은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했지만 결국 소생하지 못했다.
연구원은 이 사례를 통해 사전 협의 원칙의 실질적 무력화, 의료진 법적 책임 면책 규정 부재, 배후진료 및 전원 책임 공백, 심정지 환자 근거리 배정 원칙의 임상적 한계 등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특히 강제 배정 상황에서도 현행법상 의료사고 발생 시 법적·민사적 책임이 수용 의료기관과 의료진에게 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 의료진의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사례는 병원 전 단계 중증도 분류(pre-KTAS) 오류에 따른 중증 환자 오분류 사례다.
119구급대는 흉통을 호소한 환자의 활력징후와 의식상태가 안정적이라고 판단해 경증(pre-KTAS 4~5등급)으로 분류하고 이송했다. 그러나 병원 도착 후 환자는 의식저하 상태였으며 혈당 수치가 53mg/dL로 확인돼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한 중증 저혈당 환자로 판명됐다.
해당 의료기관은 즉시 K-TAS 2등급으로 재분류하고 응급처치를 시행했다. 조사 결과 이송 당시 심전도 검사와 혈당 측정 등 기본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원은 현재 구조에서는 경증 환자로 분류될 경우 구급대가 수용 병원을 자체적으로 선정해 사전 협의 없이 이송할 수 있어, 현장 평가 오류를 보완할 안전장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송 과정의 행정적 효율성을 이유로 환자를 경증으로 분류하려는 구조적 유인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환자의 상태를 사전에 검토할 기회도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젊은의사정책연구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전국 확대에 앞서 세 가지 과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의료사고 발생 시 형사처벌 면책 법제화와 국가 책임의 배상·보상 체계 구축 ▲배후진료 확충 및 체계적인 전원 프로토콜 마련 ▲이송 전 사전 고지와 협의에 기반한 광역상황실 거버넌스 개편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연구원은 “현행 이송체계 설계가 그대로 전국으로 확대될 경우 이번 보고서에서 확인된 사례와 유사한 상황이 전국 어디서든 반복될 수 있다”며 “시범사업 평가와 응급의료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현장의 경험과 문제점을 충분히 반영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