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봉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가 16일 늦은 저녁 시간 메일을 보내 왔다.최근 임신한 딸 부부와 함께 롯데시네마 도곡점 도곡1관을 찾아 영화 ‘오디세이’를 관람하면서 겪은 내용이었다. 아래 내용은 홍교수가 보내온 원문을 최대한 살려 칼럼형식으로 정리했다.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무관.(편집자 주)
영화가 시작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소리가 너무 컸다.
단순히 ‘영화관이니까 소리가 크다’는 정도가 아니었다. 귀와 머리가 아파 손가락으로 귀를 막고 영화를 봐야 할 정도였다. 함께 간 딸도 견디기 힘들어 중간에 상영관을 나가고 싶다고 했다.
영화가 끝나면 괜찮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상영관을 나온 뒤에도 귀가 멍하고 어지러운 느낌이 상당 시간 계속됐다. 딸 역시 귀가한 뒤에도 귀가 먹먹하고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했다.
영화를 즐기러 간 관객이 왜 귀를 막고 영화를 봐야 하는가.
당시 상영관의 음압을 전문 장비로 직접 측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몇 dB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관객이 견디기 어려워 귀를 막아야 하고, 관람이 끝난 뒤에도 귀 먹먹함과 두통 등의 증상이 지속됐다면 극장 측은 이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큰 소리일수록 ‘안전하게 들을 수 있는 시간’ 급격히 짧아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큰 소리에 노출될수록 안전하게 청취할 수 있는 시간이 급격하게 짧아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WHO의 안전 청취 지침에 따르면 80dB에서는 일주일에 약 40시간, 90dB에서는 약 4시간 정도가 안전 청취 범위로 제시되지만, 100dB에서는 약 20분, 110dB에서는 약 2분30초로 줄어든다. 120dB 수준이 되면 안전 청취 시간은 수초 수준으로 짧아진다.
특히 영화관에서는 총격음과 폭발음, 충돌음 등 순간적으로 강한 효과음이 반복될 수 있다.
더욱이 영화 한 편은 2시간, 길게는 3시간 이상 계속된다. 따라서 영화관의 음향 안전 문제는 단순히 ‘최대 몇 dB인가’만 볼 것이 아니라 음압의 크기와 노출 시간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영화의 박진감이 관객의 건강보다 중요할 수 없다
영화에서 음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웅장한 음악과 폭발음, 총성, 각종 효과음이 관객의 몰입감을 높이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음향효과라 해도 관객의 청각 건강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영화관에는 어린이부터 고령자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다. 임신부도 있고 청력이 예민한 사람도 있으며 이미 청력이 저하된 관객도 있다.
그런 만큼 극장 사업자는 단순히 ‘크고 웅장하게 들려주는 것’을 넘어 ‘안전하게 들려주는 것’까지 책임져야 한다.
롯데시네마, 도곡1관 실제 음향 수준 확인해야
롯데시네마에 묻고 싶다.
도곡점 도곡1관에서 실제 영화가 상영될 때 객석의 평균 음압은 어느 정도인가. 총격이나 폭발 장면에서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최대 음압은 어느 정도인가.
이러한 수치를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있는가. 기준을 넘어설 경우 자동으로 경고하거나 음향을 조정하는 관리체계가 마련돼 있는가.
롯데시네마는 이번 일을 단순한 관객 한 사람의 불만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당시 상영관의 음향 시스템을 점검하고 동일한 상영 조건에서 객석 위치별 음압 수준을 전문 장비로 측정해 그 결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영화관 음향 안전 실태 조사해야
정부도 움직여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국 주요 영화관을 대상으로 실제 영화 상영 중 음향 수준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평균 음압뿐 아니라 순간 최대 음압, 상영시간을 포함한 누적 노출량 등을 객관적으로 측정해야 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국내 영화관에 적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음향 안전 권고기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필자 역시 당시 영화 상영 도중 밖으로 나가 직원에게 소리를 줄여달라고 요구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것부터 이상하다.
관객이 견디지 못할 정도가 돼서야 상영관 밖으로 나가 직원에게 소리를 줄여달라고 요구해야 하는 시스템이 정상적인가.
관객이 항의하기 전에 극장이 측정해야 한다.
관객이 귀를 막기 전에 극장이 관리해야 한다.
영화가 끝난 뒤 관객의 귀가 먹먹해진 다음에야 문제를 발견해서는 늦다.
영화의 감동은 소리가 크다고 더 커지는 것이 아니다.
관객에게 오래 기억될 영화 한 편이 ‘귀를 막고 버텨야 했던 세 시간’으로 기억돼서는 안 된다.
롯데시네마는 도곡점 도곡1관의 음향 상태를 점검하고 관객이 안전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관리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영화관 음향 안전 실태를 점검하고 필요한 기준 마련에 나서야 한다.
관객의 귀도 영화관이 반드시 지켜야 할 안전의 영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