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부과 처방시장에서 강한 입지를 구축해 온 동구바이오제약이 성장전략의 변곡점에 서 있다. 피부과와 비뇨기과를 중심으로 한 전문의약품 사업의 경쟁력은 여전히 탄탄하지만 2026년 상반기에는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고, 내용고형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적합판정 취소처분을 둘러싼 행정소송도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반면 연구개발(R&D)에서는 아토피피부염 바이오신약 후보 NCP112를 도입해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고, 전립샘비대증·과민성방광 복합제와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등 자체 파이프라인도 전진시키고 있다. 바이오기업 투자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확보해 온 미래 성장동력을 실제 의약품 사업의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향후 기업가치를 가를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① 실적|매출 1% 감소에 영업이익 적자전환…수익성 경고등
동구바이오제약의 2026년 상반기 연결 매출은 1,175억3,900만원으로 전년 동기 1,187억9,300만원보다 약 1.1% 감소했다. 외형 자체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이익 구조는 크게 나빠졌다.
상반기 영업손실은 46억4,500만원으로 전년 동기 42억6,400만원의 영업이익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익도 전년 상반기 105억7,200만원 흑자에서 올해 67억1,900만원 순손실로 돌아섰다. 2분기만 놓고 봐도 64억5,4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총이익이 전년 상반기 726억원에서 680억원으로 감소한 가운데 판매비와관리비는 684억원에서 727억원으로 증가했다. 관계기업 투자손익도 전년 상반기 77억원 이익에서 올해 상반기 31억원 손실로 돌아서며 순익 악화를 키웠다.
다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상반기 148억5,300만원의 플러스를 기록해 전년 동기 106억2,900만원의 마이너스에서 개선됐다. 회계상 손익 악화와 실제 현금창출력의 흐름을 분리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결국 올해 상반기 동구바이오제약의 실적은 ‘외형 정체 속 수익성 급락’으로 압축된다. 하반기에는 비용구조 정상화와 본업의 영업이익 회복 여부가 우선적인 관전 포인트다.
② 현안|GMP 적합판정 취소소송 1심 패소…항소심이 최대 변수
동구바이오제약이 당면한 가장 큰 현안은 내용고형제 GMP 적합판정 취소처분을 둘러싼 행정소송이다.
식약처는 2024년 록소리스정과 글리파엠정 2/500mg의 제조와 관련해 동구바이오제약에 내용고형제 GMP 적합판정 취소처분을 내렸다. 회사는 해당 품목에 대한 제조·판매 중지와 회수 조치를 시행하고 별도로 부과된 제조업무정지 처분도 이행했다.
이후 회사가 제기한 행정처분 취소소송에서 법원이 2026년 8월 1심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됐다.
회사는 판결 직후 항소장을 제출했다. 8월 18일 정정공시 기준 해당 행정처분은 9월 12일까지 집행이 정지돼 있으며, 회사는 추가 집행정지 신청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처분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공시상 ‘정지금액’이다. 회사가 공시한 제조업무 관련 금액은 약 1,430억원으로 당시 매출액의 66.57%에 해당한다. 이는 문제가 된 두 품목 자체의 매출 비중과는 구분해야 한다. 회사에 따르면 록소리스정과 글리파엠정 2/500mg 자체 매출 비중은 최초 처분 당시 각각 0.66%와 0.08% 수준이었다.
그러나 처분 대상이 특정 두 제품의 매출을 넘어 ‘내용고형제 GMP 적합판정’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항소심 및 집행정지 여부는 회사의 제조·공급 전략에 중요한 변수다.
회사 측은 GMP 이슈 이후 제조·품질관리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고 생산·품질 신규 설비 41종을 도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향후 평가의 핵심은 법적 대응 자체뿐 아니라 품질관리 개선이 실제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정착했느냐에 있다.
③ 파이프라인|아토피 바이오신약 NCP112 도입…비뇨기 강점 R&D로 연결
동구바이오제약은 2026년 상반기 연구개발비로 87억7,200만원을 투입했다. 매출 대비 비중은 7.5%다. 2025년 연간 연구개발비는 184억8,000만원으로 매출 대비 8.0%였다.
현재 가장 주목되는 파이프라인은 아토피피부염 치료 후보물질 NCP112다. 회사는 2026년 2월 노바셀테크놀로지와 라이선스인 계약을 체결했고 공동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NCP112는 국내 임상 2상 IND 승인을 받은 상태로 회사는 임상 2상 진행을 계획하고 있다.
기존 강점인 비뇨기 영역을 신약개발로 연결하는 DKB17001도 중요하다. 전립샘비대증(BPH)과 과민성방광(OAB)을 동시에 겨냥한 2제 복합제로 비임상과 약물상호작용 임상 1상을 완료하고 국내 임상 3상 IND 승인을 받았다. 향후 약동학 임상 1상과 임상 3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혈압·고지혈증 3제 복합제 DKB22003은 허가 신청 단계까지 진입했고, 자가면역·염증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염변경 개량신약 6DOOU0은 제제연구가 진행 중이다.
동구바이오제약의 R&D 전략은 완전한 신약 중심보다는 기존 영업 기반과 연결된 개량·복합신약에 바이오신약을 결합하는 구조다. 이는 상대적으로 사업화 가능성을 높이면서 중장기적으로 혁신신약 영역까지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④ 사업구조|매출 98%가 의약부문…‘피부과 처방 1위’가 핵심 자산
동구바이오제약의 사업구조는 여전히 제약 본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2026년 상반기 회사가 공시한 사업부문 매출 기준 의약부문은 1,163억원으로 전체의 98.4%를 차지했다. 신기술사업금융과 의료서비스, 의약품 도매·컨설팅, 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지만 실질적인 매출 기반은 전문의약품이다.
특히 피부과는 동구바이오제약의 가장 확실한 경쟁력이다.
회사 반기보고서가 제시한 처방자료에 따르면 2025년 피부과 처방액은 314억6,000만원으로 시장점유율 7.6%를 기록하며 1위를 유지했다. 2024년 321억2,000만원에 비하면 처방액이 소폭 감소했지만 동아에스티, 더유제약, 종근당 등을 앞서 선두를 지켰다.
회사는 비뇨기과와 이비인후과에서도 상위권 점유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전문과 영업력은 동구바이오제약이 가진 가장 중요한 무형자산이다. 신규 파이프라인 역시 피부와 비뇨기 등 기존 영업 인프라와 연결될 경우 사업화 과정에서 강점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⑤ 투자·오픈이노베이션|큐리언트 투자 성과…‘재무적 성공’ 넘어 사업 시너지 과제
동구바이오제약의 또 다른 특징은 적극적인 바이오기업 투자다.
2026년 6월 말 연결기준 투자자산은 1,089억원으로 전체 자산 3,186억원의 약 34%에 달한다. 본업 규모를 감안할 때 투자자산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특히 큐리언트 투자는 회사의 투자전략을 상징한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유암코키스톤구조혁신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합자회사와 공동으로 큐리언트에 투자했고 기업가치 제고 과정에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2026년 2월에는 관련 주주간계약에 따라 회사가 보유한 큐리언트 주식 매도청구권 일부를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한 경영진에 성과보상으로 부여했다. 조용준 대표에게는 큐리언트 보통주 10만4,000주가 지급됐으며 공시상 주식기준 보상가치는 약 30억원이다.
바이오 투자가 기업가치 상승으로 연결된 사례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향후에는 투자수익을 넘어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공동개발, 기술사업화 등 본업과의 실질적인 시너지가 얼마나 나타나는지가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⑥ 지배구조·주주가치|조용준 대표 28.35%…30억원 자사주 신탁 체결
2026년 6월 말 기준 최대주주인 조용준 대표의 지분율은 28.35%다. 모친 이경옥 씨 6.26% 등을 포함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37.01%다.
경영권은 비교적 안정적인 구조다.
회사는 지난 7월 22일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3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2027년 1월 21일까지다.
실적 악화와 GMP 관련 불확실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시점에서 자사주 취득에 나선 것은 주주가치 방어 의지를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개선의 핵심은 결국 자사주 매입보다는 수익성 회복과 파이프라인 성과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⑦ 정책·전망|제네릭·CMO 환경 변화…하반기 ‘본업 회복+GMP 해결’ 시험대
동구바이오제약 역시 국내 중견 제약사들이 공통적으로 마주한 약가·허가제도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회사는 반기보고서에서 제네릭 의약품 난립 방지를 위한 허가제도와 약가제도 변화로 완제의약품 CMO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자체 기술력과 설비투자가 부족한 중소형 제약사에는 더욱 어려운 환경이 전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동구바이오제약 입장에서는 피부과와 비뇨기과 처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단순 제네릭 의존도를 낮추고 개량신약·바이오신약·CMO의 질적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반기에는 세 가지가 기업의 방향을 가를 전망이다.
첫째는 상반기 적자로 돌아선 영업이익을 얼마나 빠르게 정상화하느냐다. 매출이 약 1% 감소하는 동안 영업손익이 89억원 가까이 악화됐다는 점에서 단순한 외형 성장보다 원가와 판관비 관리가 우선이다.
둘째는 GMP 적합판정 취소처분과 관련한 항소심 및 집행정지 결과다. 법적 불확실성을 장기간 끌고 가기보다 품질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기업가치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셋째는 R&D와 바이오 투자의 성과다. NCP112 임상 2상, DKB17001 임상 3상, DKB22003 허가가 계획대로 진전된다면 피부·비뇨기 영업력에 자체 파이프라인을 결합하는 새로운 성장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종합평가|강한 영업기반은 분명…이제 ‘투자와 R&D’를 이익으로 증명해야
동구바이오제약은 분명한 장점을 가진 회사다. 피부과 처방시장 1위라는 강력한 영업 기반이 있고 비뇨기과를 포함한 전문의약품 분야에서 오랜 네트워크를 축적했다. 여기에 매출의 7~8% 수준을 R&D에 투입하며 개량신약과 바이오신약을 동시에 추진하고, 바이오벤처 투자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2026년 상반기 실적은 이러한 강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매출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영업손익과 순손익이 동시에 적자로 돌아섰고 관계기업 투자손익의 변동성도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내용고형제 GMP 적합판정 취소처분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도 해결해야 한다.
동구바이오제약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사업을 계속 추가하는 것만이 아니다. 피부과 1위라는 본업 경쟁력을 안정적인 이익으로 연결하고, 그동안 축적한 바이오 투자와 R&D 파이프라인을 실제 제품과 현금흐름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동구바이오제약의 하반기를 보는 핵심 질문은 하나로 압축된다.
‘피부·비뇨기 강자이자 투자에 적극적인 제약사’에서 ‘자체 성장동력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만들어내는 제약사’로 넘어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답을 가를 첫 시험대가 2026년 하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