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럽게 시력이 떨어지는 소아 시신경염이 발병 초기 심각한 시력 저하를 보이더라도 치료 후 6개월이 지나면 대부분 양호한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소아 환자는 서구권보다 MOG 항체 양성률이 높고 AQP4 항체는 발견되지 않아 아시아 소아 시신경염의 독특한 면역학적 특성도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소아안과 김성준·정재호·주혜준 교수 연구팀은 국내 31개 병원과 공동으로 진행한 전향적 다기관 코호트 연구를 통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시신경염은 눈으로 받아들인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에 염증이 발생해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질환이다. 소아 시신경염은 유병률이 매우 낮고 전향적 연구도 드물어 그동안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소아 환자의 임상적·면역학적 특성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기존 연구도 백인 환자 비율이 높고 항체 검사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북미 PEDIG 연구 등에 주로 의존해왔다.
◇ 전국 31개 병원 참여…소아 시신경염 44명 추적
연구팀은 국내 소아 시신경염의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 2023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전국 31개 3차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다기관 코호트 연구 ‘K-PONS’를 진행했다.
첫 시신경염을 진단받은 만 18세 미만 소아 환자 44명을 대상으로 정밀 시력검사와 원인 항체검사, MRI 검사를 시행하고 치료 후 6개월 동안 예후를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은 최대교정시력(BCVA)을 기준으로 시력을 ▲고시력(BCVA 20/40 이상·시력 0.5 이상) ▲중등도 시력(20/200 초과~20/40 미만·시력 0.1 초과~0.5 미만) ▲저시력(BCVA 20/200 이하·시력 0.1 이하)으로 나눠 평가했다.
환아 44명 모두 고용량 정맥 스테로이드인 메틸프레드니솔론으로 치료한 뒤 경구 스테로이드를 점차 줄이는 방식으로 치료받았다.
참여 환아의 평균 연령은 10.7세였다. 절반 이상인 56.8%에서 양쪽 눈에 염증이 발생하는 양안 침범이 나타났으며 81.8%에서는 시신경유두부종이 동반됐다.

◇ 10명 중 7명 ‘MOG 항체 양성’…AQP4 항체는 ‘0명’
정밀 항체검사 결과에서는 국내 소아 시신경염의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환아의 70.5%, 즉 10명 가운데 7명가량이 ‘MOG 항체 양성’으로 나타나 가장 흔한 원인으로 확인됐다. 최종 진단에서도 MOG 항체 관련 질환(MOGAD)이 전체의 68.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시신경척수염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인 AQP4 항체 양성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는 북미 PEDIG 연구에서 보고된 MOG 항체 양성률 54%보다 국내 환아의 양성률 70.5%가 높은 것으로, 연구팀은 서구권과 구분되는 아시아 소아 시신경염의 면역학적 특징을 보여주는 결과로 평가했다.
◇ 초기 저시력 환아 19명 중 15명 ‘고시력’ 회복
치료 후 시력 회복 결과도 양호했다.
환아들의 평균 시력은 발병 초기 0.99 logMAR에서 치료 6개월 뒤 0.24 logMAR로 유의하게 개선됐다. logMAR는 수치가 낮을수록 시력이 좋다는 의미다.
6개월 추적 관찰을 완료한 환아 38명을 분석한 결과, 발병 당시 저시력 상태인 환아는 절반인 19명이었다.
그러나 6개월 뒤에는 전체 38명 가운데 31명, 81.6%가 고시력 상태로 나타났다.
특히 발병 초기 심한 저시력을 보였던 환아 19명 가운데 15명(78.9%)이 6개월 뒤 고시력을 회복했다.
전체 환아의 절반은 시력 등급 자체가 개선됐으며 나머지 절반도 기존 시력 등급을 유지했다. 시력 등급이 더 악화된 환아는 없었다.
환아의 성별과 연령, 통증 및 시신경유두부종 여부, 초기 시력 저하 정도, MOG 항체 유무, MRI 이상 소견 등은 최종적인 시력 예후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 1년 추적 환아 25% 재발…장기 관찰 필요
다만 시력이 양호하게 회복됐다고 해서 장기적인 관찰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6개월 관찰 기간에는 재발 사례가 없었지만 1년까지 추적 관찰을 완료한 환아 16명 가운데 4명(25.0%)에서 재발이 확인됐다.
초기 치료 후 시력 회복 가능성은 높지만 일부 환아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시신경염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소아 시신경염 환자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치료 및 추적관리 전략을 마련하는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성준 서울대병원 소아안과 교수는 “소아 시신경염은 발병 초기 시력 손상이 심각해 부모의 걱정이 크지만 치료 시 회복력이 매우 훌륭하고, 서구와 달리 MOG 항체 양성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번 연구가 향후 아시아 소아 환자를 위한 맞춤형 치료 지침을 수립하는 데 기초자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Journal of Neuro-Ophthalm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