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가 있는 경우 초미세먼지에 노출됐을 때 뇌혈관 기능 이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뇨 환자 유래 혈관내피세포에 초미세먼지를 노출하자 뇌혈관 손상과 관련된 단백질이 증가하고 혈액-뇌장벽 기능 저하가 두드러져, 당뇨와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초미세먼지에 따른 혈관 손상에 더 취약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사람 뇌미세혈관 내피세포와 당뇨 환자 유래 혈관내피세포, 초미세먼지 노출 동물모델, 혈관성 치매 환자의 사후 뇌조직 등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산화스트레스 및 세포사멸 분야 국제학술지 ‘Free Radical Biology and Medicine’에 게재됐다.
초미세먼지는 직경 2.5㎛ 이하의 매우 작은 입자로 호흡기를 통해 체내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주요 환경 위험요인이다.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 손상으로 뇌조직에 혈액과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치매로,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등 혈관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 초미세먼지·당뇨에서 뇌혈관 방어벽 기능 저하
연구진이 초미세먼지와 당뇨가 뇌혈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초미세먼지에 노출되거나 당뇨가 있는 경우 BACE1과 GDF15 단백질이 증가하고 혈액-뇌장벽 기능이 저하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BACE1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베타아밀로이드 생성을 촉진하는 단백질이며, GDF15는 세포 스트레스 반응 및 노화와 관련된 지표다.
혈액-뇌장벽은 혈액 속 유해물질 등이 뇌조직으로 무분별하게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는 뇌혈관의 방어체계다. 이 기능이 손상되면 뇌 조직을 외부 유해요인으로부터 보호하는 능력도 떨어질 수 있다.
특히 당뇨 환자에서 얻은 혈관내피세포에 초미세먼지를 추가로 노출했을 때 혈관내피 기능 이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가 당뇨와 같은 기저질환으로 혈관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는 초미세먼지라는 환경적 위험요인이 더해졌을 때 뇌혈관 손상에 더욱 취약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 혈관성 치매 환자 뇌조직에서도 GDF15 증가
혈관성 치매 환자의 사후 뇌조직에서도 GDF15 증가와 혈관내피 기능 이상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BACE1과 GDF15가 뇌혈관 손상 및 혈관성 치매의 병태생리와 연관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를 주도한 국립보건연구원 고영호 박사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미세먼지와 당뇨가 뇌혈관 내피세포의 BACE1-GDF15 경로를 통해 뇌혈관장벽 기능 이상에 관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향후 뇌혈관질환과 혈관성 치매의 예방 및 조기관리 전략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원호 국립보건연구원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장은 “당뇨 등 기저질환자는 혈관 기능이 저하돼 있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고, 미세먼지 등 환경적 요인이 더해지면 뇌혈관 노화 및 뇌손상이 더 쉽게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뇨·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미세먼지 노출을 최소화하고 대기질 정보를 확인해 야외활동을 조절하는 등 환경요인을 고려한 건강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세포실험과 동물모델, 혈관성 치매 환자의 사후 뇌조직 등을 종합해 기전을 분석한 연구로, 당뇨 환자에서 초미세먼지 노출이 실제 혈관성 치매 발생을 직접 증가시킨다는 인과관계를 확인한 임상연구는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