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크게 늘면서 여성 고용의 전통적인 ‘M-커브’ 현상이 완화되고 있지만 이를 일·가정 양립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의 경제활동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임신·출산에 집중된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 청년기부터 중장년기까지 건강과 돌봄, 노동을 함께 지원하는 생애주기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남인순 국회부의장과 사단법인 여성리더네트워크는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2026 미래여성경제포럼 ‘2030 청년 여성의 경제적 도약과 보편적 건강권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인구위기 대응을 결혼과 출산 장려에 집중해 온 기존 정책의 범위를 넘어 여성의 지속적인 경제활동과 건강을 생애주기 전체에서 연계해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KDI 국제정책대학원 최슬기 교수는 ‘젊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일·가정 양립 문제: M-커브 구조의 재편’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동식 선임연구위원은 ‘생애주기 전반에서의 여성 보편적 건강권 보장’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 30~34세 여성 고용률 75.1%…25~29세 처음 추월
최슬기 교수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와 함께 과거 뚜렷했던 M-커브가 완화되고 있지만 이러한 변화를 곧바로 일·가정 양립 문제의 해소로 해석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가통계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0~34세 여성 고용률은 75.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1995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25~29세 여성 고용률을 넘어섰다.
여성의 고학력화와 경제활동 참여 확대에 따라 고용률이 정점에 이르는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M-커브의 위치도 이동했고, 2020년대 들어서는 오랫동안 지속됐던 M-커브 자체가 완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 교수는 일·가정 양립 제도의 개선뿐 아니라 출산율이 크게 낮아지면서 실제로 일과 육아를 동시에 수행하는 여성의 비중이 줄어든 영향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분석했다.
출생아 수는 2015년 43만8,400명에서 2025년 25만4,300명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합계출산율은 1.24명에서 0.80명으로 낮아졌다.
최 교수는 일과 가정을 병행하면서 발생하는 역할 충돌을 여성 개인의 문제로 남겨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남녀 모두 육아와 돌봄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시간·고강도 노동과 불규칙한 일정 대응을 요구하는 이른바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Work)’와 높은 돌봄 부담이 겹칠 경우 부부 가운데 한 사람은 고강도 일자리를, 다른 사람은 유연한 일자리를 선택하게 되고 이것이 성별 분업과 소득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아빠의 육아 참여를 확대하고 엄마와 아빠 모두 육아휴직을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여성건강, ‘임신·출산’에서 ‘평생 건강권’으로
김동식 선임연구위원은 여성건강 정책 역시 기존의 모성 건강보호 중심에서 자기결정권과 지속적인 경제활동까지 포괄하는 ‘보편적 건강권’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여성의 삶은 결혼과 출산뿐 아니라 교육과 취업, 사회관계, 건강 등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고 월경질환과 피임, 성·재생산 건강, 가임력 등의 문제도 교육과 경제활동 지속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 여성건강 정책은 기혼 여성의 임신·출산에 상대적으로 집중돼 있어 정책 대상과 건강 의제가 제한적이고 생애주기별 정책의 연속성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신·출산을 위한 건강’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고 일하기 위한 건강’으로 정책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청소년기에는 건강 지식과 자기결정 역량을 높이고, 청년기에는 월경질환과 성·재생산 건강, 가임력, 정신건강 등에 대한 정보와 의료 접근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신·출산기에는 난임뿐 아니라 유산·사산과 산후 회복, 직장 복귀까지 지원하고 중장년기에는 완경과 만성질환 등 건강 변화를 고려해 건강 문제로 노동시장에서 조기에 이탈하는 것을 예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혼인과 출산 여부, 연령이나 고용 형태에 관계없이 필요한 건강 정보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 건강 문제로 경력 끊기지 않도록 ‘노동정책’과 연결
여성건강 정책과 노동정책을 연계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건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상담과 진료로 연결하는 예방 중심의 투자를 확대하고, 여성 스스로 자신의 건강 상태와 위험요인을 이해해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에서는 유연근무와 휴가, 건강 지원 및 차별 방지 제도 등을 확대하고 여성건강을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안전한 노동과 지속 가능한 고용을 위한 사회와 조직의 과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남인순 국회부의장은 “미래 생산인구의 핵심 동력으로서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변화이지만 여성들이 생애 전반에 걸쳐 경력을 이어가고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결혼과 출산 여부를 중심으로 여성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모든 여성이 자신의 삶과 건강, 경력을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영림 여성리더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여성이 미래의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것뿐 아니라 건강하게 일하며 자신의 경력과 역량을 지속적으로 축적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여성의 일과 건강을 하나의 연속된 생애 과정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기반 마련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는 숙명여자대학교 권순원 교수를 좌장으로 보건복지부 김현숙 인구아동정책관, 성평등가족부 김민아 고용평등정책관, 이투데이 김지영 인구정책전문기자, 박정연 공인노무사 등이 참여해 여성의 경제활동 지속과 생애주기별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정부·기업·사회의 역할을 논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