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디스크 등 척추질환과 허리 통증의 원인을 척추 뼈 사이에 자리잡은 추간판으로만 한정 지어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척추 그 자체가 아닌 주변 근육으로 인해 관련 질환과 통증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허리 주변 근육이 탄탄하게 수축되어 있으면 상체가 꼿꼿하게 기립하는 효과가 있어 추간판에 가해지는 압력이 덜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근육이 약해지면 척추가 감당해야 할 부하가 커져 요통과 질환의 원인이 된다.
허리 근육 강화, 내 몸 속 ‘코르셋’ 역할 해
중세시대 여인들은 체형을 날씬하게 보이기 위해 코르셋으로 가슴에서 엉덩이 위까지를 꼭 조였다. 고래 뼈나 철사를 사용해 만든 옷은 여인들의 상체를 수축시키고 꼿꼿이 세웠다. 단단한 허리 근육은 마치 코르셋처럼 좋은 실루엣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척추 건강에도 큰 도움을 준다. 식욕부진, 소화불량, 호흡곤란 등 코르셋 착용에 뒤따르던 부작용은 당연히 걱정할 필요도 없다.
허리가 강하다는 것은 척추뼈와 신전근으로 불리는 허리 근육이 튼튼하다는 말이다. 척추는 크게 척추뼈와 디스크, 근육, 인대, 신경, 다섯 가지로 구성된다. 다섯 가지 중 특히 허리 근육이 강한 사람은 다소 무리하게 운동을 하거나 허리에 충격을 입어도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반면 허리 근육이 약하면 조금만 무리를 해도 쉽게 통증을 느낀다. 즉, 단순 요통의 흔한 원인 중 하나는 약해진 허리 근육이다. 오래 방치된 단순 요통은 심각한 허리 질환으로 발전한다.
연세바른병원 하동원 원장은 “내원 환자 중 일부는 척추조직에 손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 생활을 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어떤 사람은 특이 소견이 없는데도 통증을 호소한다”며 “근육과 인대가 약하면 외부 자극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없어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복부 근육도 함께 챙겨야 ‘코르셋’의 완성
척추에 바로 맞닿아 있지 않아 간과하기 쉽지만, 복부근육도 척추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친다. 허리 주변 근육이 뒤를 받치는 역할을 한다면 단단한 복부 근육은 구부정하게 앞으로 쏠릴 수 있는 자세를 막아준다. 즉, 허리 근육만 탄탄하게 만드는 것은 반쪽짜리 코르셋을 입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척추 건강을 위해서는 임금왕(王)자가 새겨진 멋진 복근까지는 못 만들더라도, 과체중으로 배가 볼록하게 나오는 상황은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 과체중은 척추에 불필요한 하중을 부과해 질환으로 이어지게 하는 주요 원인이고, 특히 복부 비만은 우리 몸의 장기를 담고 있는 복강 속 압력을 높여 추간판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실제 비만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척추질환을 겪을 확률이 15% 가량 높다. 복부가 날씬한 사람은 무게 중심이 척추에 가까워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쉽다.
연세바른병원 박영목 원장은 “의식적으로 좋은 자세를 유지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고, 가벼운 맨몸 운동을 통해 허리 근력과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척추건강을 위한 핵심”이라며 “특히 체중 조절은 필수사항이며 건강한 삶의 질을 유지하는 기본 요소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