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한창규(43세, 남)씨는 올해 초부터 사타구니 부근에서 통증을 간간히 느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통증부위를 설명하기 다소 민망해 혼자만 쉬쉬하며 참아왔다. 그러던 중 최근 집에서 양반다리 자세로 앉는 순간 통증이 심해 ‘악!’ 소리를 내고서야 심각성을 깨닫고 병원을 찾았다. 한씨에게 내려진 진단명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로 이미 손상이 심해 인공관절수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후 인공관절수술을 마치고 퇴원을 앞둔 한씨는 “통증이 느껴졌던 초기에 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지 모르겠다”며 뒤늦은 후회를 감추지 못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30~50대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대표 고관절 질환으로 대퇴골의 머리 부분이 썩는 것이다. 괴사가 시작되면 반드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 고관절에 혈액과 산소 공급 저하로 괴사하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골반에서 연결되는 넓적다리 뼈의 골두(머리)부위가 어떠한 원인에 의해 혈액과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받지 못해 썩는 질환을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라 한다.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과음과 스테로이드제 복용•고관절의 탈구와 골절 등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으며, 실제 환자들의 사례를 살펴봐도 사회생활 등으로 인해 음주 횟수가 많은 30~50대 연령층과 남성들에게서 자주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주된 증상은 다리를 벌릴 때 사타구니가 아픈 것이 특징이며 특히 양반다리를 하기 어렵고,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하다. 또 땅을 디딜 때 욱신욱신 쑤셔 절뚝거리기도 하고 대퇴골두의 함몰 변형으로 바닥에서 책상다리를 하기가 불편해지고 심한 경우 양쪽다리 길이에 차이가 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초기에는 일상 중 쉽게 경험하는 디스크 등의 허리통증으로 오인해 허리나 척추부분에 간단한 물리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 후에도 고관절과 엉덩이, 허벅지에 통증이 심해지고 걷거나 양반다리를 할 때 아프기까지 한다면 그 때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의심해봐야 한다.
▶ 조기발견 어려워 증세 느꼈을 땐 이미 수술해야 되는 경우 많아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초기 증세가 없는 만큼 환자가 이를 인지하기도 어렵지만 손상이 상당히 진행되지 않으면 X-ray로 발견되지 않아 조기발견이 더욱 어려운 질환이다. 물론 초기에도 MRI검사를 통해서 확인은 가능하지만 대부분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손상 정도가 심한 경우가 많아 증세가 의심된다면 가급적 빨리 전문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대퇴골두의 변형이 일어나지 않은 초기 단계에는 약물치료나 감압술 등을 이용한 관절보존술이 시행된다. 괴사범위가 광범위한 중기 이상의 단계에는 천공술과 인공관절수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괴사 범위가 작다면 다발성 천공술을 시행하며, 괴사 범위가 넓고 심각한 경우에는 고관절 인공관절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고관절은 다른 관절에 비해 문제가 있을 경우 통증이 심각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공관절수술로 환자들이 가장 크게 만족하는 부분이 바로 통증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최근 웰튼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최소절개 인공관절수술’은 절개 부위를 기존 수술에 비해 절반 이하로 감소시켜 근육과 힘줄을 최대한 보존해 탈구 발생률을 물론 합병증과 부작용을 현저하게 낮추어 수술 후 4시간 후부터 조기 재활이 가능하고, 5일 후부터는 별도의 보조 기구 없이도 독립보행이 가능하다. 수술로 인한 약간의 통증이 있을 수 있지만 몇 주안에 사라지거나 대부분 감소해 일상생활에 무리 없이 지낼 수 있으며 환자들의 빠른 재활과 회복을 도와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웰튼병원 송상호 원장은 “음주를 즐기는 중년 남성 중 사타구니 부근에서 지속적으로 통증이 느껴진다거나 양반다리 자세가 불편하고 양쪽 다리길이에 차이가 난다고 느껴진다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의심해봐야 한다”며 “평소부터 혈액순환과 산소공급을 방해해 괴사를 부르는 과음을 줄이고, 혈액순환을 돕는 스트레칭이나 걷기 운동 등을 꾸준히 시행하는 한편 증세가 나타날 경우에는 전문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