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보령제약그룹회장 자서전/07/가장 소중한 소득 -고객의 ‘신뢰’

2015.03.02 07:50:14

보령약국은 개업한 지 불과 5-6개월 만에 경영수지를 맞추며, 이미 대형 소매약국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짧은 기간 동안 내가 얻은 진정한 소득은 결코 금전적인 이익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소득, 그것은 바로 고객들로부터의 ‘신뢰’였다.


고민 끝에 내가 수립한 영업방침은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첫째, 소비자가 저렴하다고 느낄 정도의 가격으로 약품 값을 조정해서 판매한다.
둘째, 상품의 구색을 갖춘다.
셋째, 서비스에 만전을 기한다.
따지고 보면 이 세 가지 방침은 어떤 물건을 파는 가게에서든 지극히 당연한 논리인지도 모른다. 달리 말하면 ‘없는 물건 없이 친절하게 싸게 판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당연한 논리일수록 실제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누구나 알고는 있되 직접 실천하지는 않는 것, 나는 그 장사꾼 본연의 자세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특히 가격 경쟁력과 구색을 갖추는 일이야말로 소매약국의 한계를 극복하는 유일한 대안이 아닐 수 없었다.
당시 약값은 도매상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을 만큼 그 가격체계가 불안정했다. 물론 기본적으로 약품의 공급가는 일정하게 형성되어 있었지만,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탓에 그 ‘일정한 가격’이란 것이 이론적으로만 존재한다는 데 있었다.


예컨대 어느 특정한 약품을 진출시키기 위해서 다른 제품의 공급가격을 유리하게 해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럴 경우 유리한 조건으로 공급받은 제품의 가격이 낮게 책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적정이윤을 훨씬 상회해서 가격이 정해지는 일이 많았다.
소매약국들이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소비자가격이란 사실상 이윤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책정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제약업소측이 제공하는 이른바 ‘특매(特賣)’라는 것도 있었는데, 이것은 마진이 50%에서 많게는 100%에 이르는 품목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 품목들은 사실상 폭리에 가까웠지만 소비자들이 그 속사정을 알 리가 만무했다.
나는 바로 이 같은 불합리한 가격체계와 영업 실태를 탈피함으로써 기존의 소매약국들이 갖지 못한 가격경쟁력을 갖추어 보고자 했다. 마진폭을 줄이는 영업방침, 다시 말해 가장 적정한 이윤만을 붙여서 파는 이러한 영업 전략은 당시로서는 기존의 관행을 깨는 파격적인 것이었다.
다음으로 구색을 맞추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때로 가격이 싸다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일일 수 있었다. 아무리 가격이 싸도 고객이 찾는 상품이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고객과의 보이지 않는 약속을 저버리는 일이 아닌가.
소매약국은 자금이나 기타 형편상 모든 제품의 구색을 맞추어 놓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나는 우리 약국을 찾는 고객과의 그 ‘보이지 않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급적 다양한 제품을 갖추어 놓으려고 애썼다.
만약 손님이 찾는 약이 없을 때는 내 스스로 뛰어다니며 온 시내를 다 뒤져서라도 반드시 구해다 주었다.
아울러 나는 우리 약국을 찾는 고객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과 그런 만큼 그들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잊지 않았다.
아무리 몇 푼 안 되는 보잘 것 없는 약품일지라도 어디 한 군데 잘못된 곳이 없나 살피고 또 살핀 뒤에야 비로소 손님 손에 건네주었으며, 만약 상표 하나라도 떨어졌거나 비뚤어진 제품이라면 절대로 팔지 않았다.
이런 자세를 고집스럽게 이어가기를 몇 달쯤 지속하자, 서서히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종로 5가에 새로 생긴 보령약국’의 이름이 입소문으로 번져가면서 서울 변두리나 경기도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보령약국은 가격이 싼 약국, 한 곳에서 이것저것 모두 살 수 있는 약국, 그리고 친절한 약국이었다.
보령약국은 개업한 지 불과 5-6개월 만에 경영수지를 맞추며, 이미 대형 소매약국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짧은 기간 동안 내가 얻은 진정한 소득은 결코 금전적인 이익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소득, 그것은 바로 고객들로부터의 ‘신뢰’였다.


김용발 기자 kimybc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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