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도 가정적으로도 성공한 A씨. 다만 젊은 날 반복된 과로로 간이 많이 상했다. 하지만 A씨는 걱정이 없다. 그의 간세포를 떼어내 배양한 후, 3D프린터로 간을 재생하고 이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의 간을 이식했기 때문에 거부반응도 없다. 그는 한국에서 바이오 3D 프린터를 개발했던 ‘로킷’을 알지 못하지만, ‘로킷’의 연구 덕에 그는 건강을 되찾았다.
이것은 멀지 않은 미래의 가상 시나리오다. 하지만 영화 같은 공상은 아니다. 주식회사 로킷(ROKIT)은 바이오 3D프린터 ‘인비보(INVIVO)’를 개발, 이 분야에 출사표를 던졌다. 로킷이 개발한 ‘인비보’는 세계 최초로 스캐폴드와 바이오 잉크를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복합형’ 바이오 3D 프린터이다. 고체인 스캐폴드와 액체인 바이오잉크를 동시 출력 가능하다. 인비보로 만든 3차원의 세포 구조체는 간이나 신장 같은 인공장기뿐만 아니라 두개골, 턱뼈, 피부 등의 이식에 사용될 수 있다.
올 하반기 본격적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로킷 유석환 대표(59)가 5월 3일(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대구시 동구 신서동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커뮤니케이션센터 2층 대회의실에서 ‘바이오 3D 프린팅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세미나를 강연한다. 이날 강연에서 바이오 제약 개발의 노하우와 3D프린팅 기술의 새로운 융합을 소개하고 이후 인비보의 출력 시연까지 보여줄 예정이다.
◆바이오 3D 프린터 ‘인비보’
‘인비보(INVIVO)는 프린터 내부에 바이오 연구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 온도계는 외부에서 내부의 공기온도를 측정해 상시 확인이 가능하며, 살균소독과 공기정화 기능도 당연히 갖추고 있다. 이런 내부에서 경조직용 스캐폴드와 연조직용 바이오 잉크를 3D 프린팅하여 3차원 세포 구조체를 만들 수 있다. 이후 배양된 세포 구조체가 조직으로 분화되어 간, 신장, 두개골, 턱뼈, 피부 등의 이체조직 이식이 가능하다. 또한 조직공학연구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으며, 조직 공학 연구자에게 의미 있는 새로운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다.
인비보의 강점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가격은 3만달러 정도로 해외의 의료용 3D 프린터가 대당 2-3억원에 비해 훨씬 싸다.
2013년 설립된 ‘로킷’은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커뮤니케이션센터 5층에 입주해 대구지사를 운영하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로킷’ 유석환 대표
유석환(59) 로킷 대표는 바이오 3D 프린터의 미래를 믿기 때문에 연중 쉬지 않고 연구에 볼두하고 있다. 그가 바이오 3D 프린터를 낙관하는 이유는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고 있고, 정부의 예산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국가의료비용의 70%를 사용한다. 평균수명이 늘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료비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사실 현재 상황만으로 봤을 때 바이오 3D 프린터 도입이 쉽지는 않다. 승인 문제의 복잡함 때문이다. 의료제품은 인증을 받기까지 많은 비임상, 임상시험 기간을 거쳐야 하고, 많은 비용이 투자되어야 한다. 하지만 허가만 받으면 시장 확대 규모도 엄청날 것이라 유대표는 믿는다.
유대표가 바이오 3D 프린터의 가능성을 믿는 또 하나의 근거가 있다. 인체 장기나 피부의 경우 인간은 모두 개인차가 있어 대량생산으로 맞춤형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가 개발한 ‘인비보’는 개별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뼈가 부러지면 티타늄으로 제작되어 대량생산된 인공뼈를 삽입하는데, 여기는 개별 부작용과 티타늄 재료의 한계가 있다. 재미 있는 것은 3D 프린터의 가능성을 먼저 환영한 쪽이 병원이나 의학계가 아닌 동물병원이라는 점이다. 반려동물의 다리가 부러지는 경우, 주인은 비용은 얼마를 부담하든 반려동물을 치료해주려고 한다. 그래서 3D 프린터를 이용, 스캐폴드를 프린트해 부러진 부분에 접합하면 기존 티타늄보다 훨씬 적응이 빠르다.
◆‘인비보’ 적용 사례 1- 가슴 성형
현재 ‘로킷’에서 생산하는 3D 프린터는 몇 가지 종류가 있지만, 그 중 가장 공들이는 프린터는 ‘인비보’이다. ‘인비보’는 가슴 성형도 가능하다. 먼저 원하는 가슴의 모양을 3D 프린터로 제작한다. 이 때 Biodegradable이라는 물질로 프린터하는데, 이 물질은 몸속에서 시간이 지나면 녹아 배출된다. 이렇게 녹는 물질로 스캐폴드를 제작한 후 세포를 배양시키면 식염수나 이물질이 가슴 속에 자리잡는 게 아니라 본인의 세포가 유방을 형성하게 된다.
◆‘인비보’ 적용 사례 2- 의족, 의안, 의수, 귀, 코
‘인비보’는 뼈를 기존 모양과 똑같이 3D 프린팅해낼 수 있다. 또한 안구도 프린팅 가능하다. 다리나 팔, 눈을 잃은 사람을 위한 정밀 출력이 가능하다. 태어날 때부터 코나 귀가 없는 경우도 귀 모양을 3D 프린팅 한 후, 세포를 배양하여 자라도록 한다. 그러면 2주에서 6개월 기간 만에 본인의 세포로 만들어진 귀가 만들어진다. 제작된 귀는 접합이 가능하다.
◆‘인비보’ 적용 사례 3- 간, 신장
‘인비보’가 가장 공들이는 연구 대상이다. 위 같은 경우는 세포만으로 제기능을 못할 수 있지만, 간이나 신장 같은 경우는 세포만으로도 제기능을 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신장이 나쁜 경우 일주일에 한번 꼴로 투석을 한다. 이것은 비용도 엄청나지만 환자의 고통도 상당하다. ‘인비보’를 통해 신장을 3D 프린팅한 스캐폴드를 만들고, 환자의 신장 세포를 배양해 이식할 수만 있다면 혁기적 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유 대표는 임상 단계가 필요하지만 7-8년 후 현실화 될 것이라 믿는다. 현재 기술적 문제는 해결됐고 임상 절차만이 남아있다. 유대표는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과 비임상실험 진행을 추진 중이다. 동물실험인 비임상실험이 끝나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