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됐다. 연이어 내리는 비와 흐린 날씨, 높은 습도로 인해 의욕저하와 무기력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장마철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을 단순히 장마로 인한 일시적인 우울증으로만 여겨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우울증은 날씨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l 특히 심각한 5060 여성의 우울증, 심리적 원인 외에 뇌혈관질환의 위험 신호일수도
최근 발표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2010년 51만 6579명에서 작년 2015년 59만 9219명으로 약 16% 증가했다. 특히, 여성 우울증 환자의 수는 약 40만명으로 전체 환자의 약 70%를 차지해 남성 환자(약 19만명)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50대 여성 우울증 환자(8만578명)가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60대(7만7512명)와 70대(7만3941명) 여성으로 나타나 중년 여성의 우울증의 심각함을 확인할 수 있다.
우울증은 여러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흔히 말하는 ‘장마철 우울증’의 원인은 호르몬의 불균형이 그 원인으로, 계속 되는 흐린 날씨로 인해 일조량이 낮아져 뇌 속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의 분비가 저하되어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러나 장마철이 지난 후에도 우울증 증상이 계속된다면 다른 원인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우울증은 장마 외에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나 이별, 또는 외로움과 실직 등 생활과 주변환경의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질환의 증상 중 하나로 우울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우울증 증상이 오래 지속되거나 심해지는 경우에는 병원 방문을 통해 원인이 되는 질환의 감별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l 중장년층이라면 뇌혈관 순환 장애로 인한 ‘혈관성 우울증’ 의심해 봐야
특히 중장년층의 경우에는 노인성 우울증이라고 불리는 혈관성 우울증의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와 제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준혁 교수 연구팀은 65세 이상 노인 1,060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노년기에 나타나는 주요 우울증장애 환자의 대다수가 뇌혈관 문제로 인한 혈관성 우울증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혈관성 우울증이란 고혈압 및 당뇨, 고지혈증 등으로 인해 뇌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발생하는 뇌혈류 순환 장애가 원인으로, 단순히 날씨 또는 노화의 증상으로 여겨 제대로 진단 받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혈관성 인지장애를 거쳐 혈관성 치매로도 발전할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하지만 혈관성 우울증은 일반 우울증과 치료방법이 다를 뿐만 아니라 치료가 효과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연구팀의 3년 후 추적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우울증의 경우 10명 중 1명만이 여전히 우울장애를 앓고 있는데 반해 혈관성 우울증은 4명 중 1명으로 나타나 혈관성 우울증의 치료가 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을 앓고 있는 중년의 경우 우울증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전문의를 방문하여 정확한 원인을 찾아 혹시 모를 혈관성 우울증의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여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l 혈관성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우울증, 경동맥 혈관벽 두께 확인 필요
혈관성 우울증은 혈관성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특히 경동맥 혈관벽 두께가 평균보다 두껍고 경직도가 높을수록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동맥 혈관벽 두께는 정상인에 비해 훨씬 두껍고 경직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각종 질환의 위험성을 예측할 수 있는 경동맥 혈관벽 두께는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통해 손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경동맥은 뇌로 가는 혈액의 80%가 흐르는 혈관으로 다른 동맥보다 두께가 굵고 피부와 가까워 초음파로도 검사가 가능하다. CT나 MRI보다 비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검사 과정도 일반 초음파와 같아 간편하고 아프지 않게 자신의 경동맥 혈관벽 두께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우울증 증상이 오래 가거나 평소 혈관성 질환을 앓고 있다면 반드시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게다가 경동맥 혈관벽 두께는 우울증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의 평범한 일상을 위협하는 인지장애 및 치매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경동맥 혈관벽 두께가 0.1mm 두꺼워질수록 5년 후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 발생 위험성은 25% 가량 증가했으며, 경동맥 혈관벽 두께가 0.825mm 이상인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인지장애 및 치매 발생 위험성이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중앙내과 조세행 원장은 “고령일수록 심리적인 요인보다는 뇌로 통하는 혈류의 흐름 문제로 인한 혈관성 우울증이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중년층에게서 혈관 건강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특히, 경동맥 혈관벽 두께가 두꺼울수록 우울증뿐만 아니라 심뇌혈관질환 및 치매, 인지장애의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최근에는 경동맥 혈관벽 두께가 혈관 건강 관리의 지표로 새로이 주목 받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