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기간에는 호르몬 변화와 함께 혈압, 혈당 등 다양한 신체 지표가 달라진다. 대부분은 정상적인 생리 변화에 속하지만, 일부는 산모와 태아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질환이 임신중독증(전자간증)과 임신성 당뇨다. 두 질환 모두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정기적인 검진과 조기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최세경 교수에 따르면 임신중독증은 임신 20주 이후 발생하는 대표적인 고혈압성 질환이다. 태반 형성 이상과 혈관 내피 기능 장애, 혈관 수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단순한 혈압 상승을 넘어 간·신장·뇌 등 여러 장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혈압 상승, 단백뇨, 부종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질환이 진행되면 두통, 시야 이상, 상복부 통증,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와 심한 부종 등이 동반될 수 있으며, 이는 뇌신경계 이상이나 간 기능 저하의 신호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세경 교수는 “임신중독증은 고혈압뿐 아니라 전신적인 혈관 내피 기능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으로, 자각 증상만으로는 조기 인지가 어렵다”며 “정기적인 혈압 및 소변 검사를 통해 위험 신호를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신중독증이 심해질 경우 태반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면서 태아 성장 지연이나 태반조기박리로 이어질 수 있다. 산모에게는 경련을 동반하는 자간증, 혈액응고 장애, 간 기능 이상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상태에 따라 경과 관찰과 혈압 조절로 관리하기도 하지만, 중증으로 진행되면 입원 치료나 조기 분만이 필요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임신중독증은 산모 혈압뿐 아니라 태아 성장 상태와 태반 기능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며 “임신 주수와 질환의 진행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 방향과 분만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신성 당뇨 역시 임신 중 주의해야 할 대표 질환이다. 임신성 당뇨는 임신 중 처음 발견되는 당대사 이상으로, 태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면서 혈당이 높아지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어 임신 24~28주 사이 시행하는 선별검사를 통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최세경 교수는 “임신성 당뇨는 임신으로 인해 증가한 인슐린 저항성을 충분히 보상할 만큼 인슐린 분비가 이뤄지지 못할 때 발생한다”며 “증상이 없더라도 선별검사를 통해 조기에 진단하고, 공복 혈당뿐 아니라 식후 혈당 변화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혈당 조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태아가 과도하게 성장해 거대아가 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난산이나 제왕절개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출생 직후 신생아 저혈당이나 호흡곤란 등의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산모 역시 출산 이후 제2형 당뇨병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아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임신성 당뇨 관리의 기본은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이다. 단순히 열량을 제한하기보다 태아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유지하면서 혈당 변동 폭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를 여러 차례 나누어 하고 복합 탄수화물 중심의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필요에 따라 인슐린 치료를 시행하기도 하며, 출산 후에도 일정 기간 혈당 상태를 추적 관찰해야 한다.
최세경 교수는 “임신중독증과 임신성 당뇨는 조기 발견과 적절한 관리로 위험을 충분히 줄일 수 있는 질환”이라며 “임신 전후 체중 관리와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정기 검진을 꾸준히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