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호르몬에 노출된 기간이 짧을수록 폐경 이후 심부전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늦은 초경, 이른 폐경, 짧은 가임 기간을 경험한 여성에서 심부전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산부인과 육진성 교수(시진)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한국 폐경 여성 369만여 명을 분석한 결과, 여성의 생애 호르몬 노출 기간과 폐경 후 심부전 발생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빅데이터연구개발부 김록영 부장(제1저자), 심장내과 김병규 교수(공동 교신저자)와 공동으로 수행됐다.
심부전은 심장이 신체에 필요한 만큼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고혈압, 당뇨병, 비만, 관상동맥질환, 심근경색, 심장판막질환 등이 주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여성 고유의 생식력 관련 요인 역시 심부전 위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지난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40~79세 폐경 여성 가운데 과거 심부전 및 주요 심장질환 병력이 없고 자궁과 난소가 보존된 369만2157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연구 대상자는 중앙값 기준 약 10년간 추적 관찰됐으며, 이 기간 동안 총 4만8640명이 심부전으로 입원했다.

분석 결과 여성호르몬에 대한 생애 노출 기간이 짧을수록 심부전 위험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초경 연령이 17세 이상으로 늦은 여성은 13/16세에 초경을 시작한 여성보다 심부전 위험이 약 1.10배 높았으며, 폐경 연령이 40/44세로 이른 여성은 50~54세에 폐경한 여성보다 심부전 위험이 약 1.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가임 기간이 30년 미만인 여성은 40년 이상인 여성에 비해 심부전 위험이 약 1.28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외부 호르몬 노출 경험이 있는 여성에서는 심부전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게 관찰됐다.
연구에 따르면 경구피임약을 1년 이상 복용한 여성은 비복용자 대비 심부전 위험이 약 0.94배였으며, 폐경호르몬치료를 5년 이상 받은 여성은 비치료군보다 약 0.78배 수준으로 분석됐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관찰연구인 만큼 호르몬 치료가 심부전 위험을 직접적으로 낮춘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제 임상에서는 환자의 건강 상태와 심혈관 위험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부전 발생 이후 사망 위험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확인됐다.
심부전으로 입원한 여성 가운데 경구피임약 또는 폐경호르몬치료 경험이 있는 경우 사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았으며, 늦은 초경과 이른 폐경, 짧은 가임 기간을 경험한 여성은 더 높은 사망 위험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육진성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 여성 대상 아시아 최대 규모 코호트 데이터를 활용해 여성 고유의 생식력 관련 인자와 호르몬 치료가 심부전 발생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의 초경 및 폐경 시기, 가임 기간 등의 정보는 환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향후 심부전 위험도를 예측하고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가 될 수 있다”며 “다만 호르몬 치료 여부는 개인의 심혈관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심장학 분야 국제학술지 온라인판에 ‘Reproductive history, hormonal exposure, and risk of heart failure in postmenopausal women: a Korean nationwide study’ 제목으로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