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관악산을 비롯해 이른바 ‘기운 받는 명소’로 입소문이 난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말마다 주요 등산로가 붐비고 일부 구간에서는 줄을 서서 오를 정도로 등산 열기가 뜨겁다. 그러나 준비 없이 산행에 나섰다가는 사고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소방청이 발표한 ‘2025년 산악사고 안전 종합대책’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산악사고 구조 건수는 총 1만13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실족 사고가 2724건(26.9%)으로 가장 많았다. 또한 산악사고의 절반 이상이 토요일과 일요일에 발생했으며, 인명 피해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에는 등산객이 몰리고 낮 시간대에는 피로가 누적되면서 미끄러지거나 발을 헛디디는 사고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강북힘찬병원 정형외과 신동협 원장은 “등산은 심폐기능과 하체 근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운동이지만 초보자가 자신의 체력보다 높은 난도의 코스를 선택하거나 준비 없이 산행에 나서면 무릎·발목·허리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하산길에는 체중이 앞으로 쏠리고 무릎과 발목 부담이 커지므로 초보자일수록 정상 도달보다 안전한 하산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산길, 무릎·발목에 집중되는 부담
초보 등산객은 무릎과 발목 부상에 특히 취약하다. 산길은 오르막과 내리막, 계단, 돌길, 흙길 등이 반복되면서 발을 디디는 각도와 체중 부하가 끊임없이 변한다. 숙련된 등산객은 보폭과 속도를 조절해 충격을 분산시키지만, 초보자는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지 못해 관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내리막길에서는 체중이 앞으로 쏠리고 무릎이 굽혀진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충격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무릎 앞쪽 슬개대퇴관절에 부담이 증가하고, 허벅지 앞쪽 근육이 체중을 충분히 지탱하지 못하면 통증이 발생하기 쉽다.
발목 염좌도 초보 산행에서 흔히 발생하는 부상이다. 바위와 자갈, 낙엽 등 불규칙한 지면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는 발을 디딜 위치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하산 시 피로가 누적되면 발을 충분히 들어 올리지 못해 작은 돌부리에도 걸리기 쉽다. 여기에 발목을 제대로 지지하지 못하는 신발이나 미끄러운 밑창의 운동화를 착용할 경우 발목이 안쪽으로 접질리면서 인대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허리 건강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산행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은 오르막에서 허리를 과도하게 숙이거나 내리막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허리와 골반 주변 근육을 지나치게 긴장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자세가 반복되면 허리 주변 근육과 인대에 부담이 쌓여 산행 후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첫 산행은 짧고 완만한 코스부터
전문가들은 초보자의 첫 산행 목표를 ‘정상 정복’이 아닌 ‘안전한 귀환’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처음에는 왕복 1~2시간 이내의 완만한 코스를 선택하고 경사와 계단이 많은 구간은 피하는 것이 좋다. 산행 전에는 등산로 길이와 예상 소요 시간, 고도 차, 하산로와 비상 탈출 지점 등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같은 산이라도 코스에 따라 난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속도 조절도 중요하다. 초반부터 숨이 찰 정도로 빠르게 오르면 하산 시 다리 근력이 급격히 떨어져 실족 위험이 높아진다. 전체 체력의 절반 이상은 하산을 위해 남겨두고, 30~40분마다 짧게 휴식을 취하며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릎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폭을 작게 유지하고 내리막에서는 무릎을 살짝 굽힌 상태로 천천히 내려오는 것이 좋다. 등산스틱을 양손에 사용하면 무릎과 발목에 가해지는 충격을 분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지나치게 앞쪽으로 짚거나 팔에만 의존하면 균형을 잃을 수 있어 올바른 사용법을 익혀야 한다.
등산스틱 길이는 평지에서 팔꿈치가 약 90도가 되도록 맞추고, 오르막에서는 조금 짧게, 내리막에서는 조금 길게 조절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통증 지속되면 전문 진료 필요
등산화는 발목을 안정적으로 지지하고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새 신발은 짧은 거리에서 충분히 길들인 뒤 장거리 산행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배낭은 가볍게 꾸리되 물과 간식, 얇은 겉옷, 휴대전화 보조배터리 등 기본적인 안전 장비는 반드시 챙겨야 한다.
산행 중 무릎이나 발목, 허리에 통증이 발생하면 무리하게 정상까지 오르기보다 즉시 산행을 중단하고 안전하게 하산하는 것이 우선이다.
신동협 원장은 “초보 등산객은 얼마나 높은 산을 올랐는지보다 통증 없이 안전하게 내려오는 것을 등산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산행 후 무릎이 붓거나 계단을 내려갈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 발목을 접질린 뒤 멍과 부기가 지속되는 경우,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에는 단순 근육통으로 여기지 말고 전문의 진료를 받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