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액의 의료비로 인한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운영 중인 암 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둘러싸고 만성골수성백혈병(CML) 환자의 재등록 기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백혈병혈액암환우회는 15일 성명을 내고 BCR-ABL1 유전자 정량 PCR 검사 결과가 '미검출' 또는 '0.01% 미만'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부 환자의 산정특례 재등록이 거부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현재 암 환자는 산정특례 적용 시 본인부담률이 5%로 경감된다. 그러나 산정특례 재등록이 거부될 경우 본인부담률이 30%로 높아져 약값 부담이 6배 수준으로 증가하게 된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과거 조혈모세포이식 외에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수년 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글리벡, 스프라이셀, 타시그나, 슈펙트, 보술리프, 아이클루시그, 셈블릭스 등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표적항암제가 도입되면서 장기 생존이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변화했다.
환우회에 따르면 국내 만성골수성백혈병 생존 환자 수는 2001년 약 500명에서 2024년 말 기준 1만5,251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표적항암제의 지속적인 복용이 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진단 이후 BCR-ABL1 유전자 정량 PCR 검사를 통해 질병 상태와 치료 반응을 추적 관찰한다. 일반적으로 환자의 수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감소하면 반복적인 골수검사 대신 3개월 간격의 정량 PCR 검사로 치료 경과를 확인한다.
이에 따라 올해 9월부터는 혈액암 산정특례 재등록 시 불필요한 골수검사나 복부 CT 검사를 요구하지 않고 BCR-ABL1 정량 PCR 검사 결과 등을 활용해 재등록이 가능하도록 관련 기준도 개선됐다.
그러나 최근 일부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서는 BCR-ABL1 검사 결과가 '0%' 또는 '미검출'로 나타난 환자에 대해 '잔존질환 확인 불가'를 이유로 산정특례 재등록을 거부한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우회는 검사상 미검출 상태가 곧 완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현재 검사 장비의 민감도 범위 내에서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 실제 암세포가 완전히 제거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상당수 환자는 치료를 중단할 경우 재발 위험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대한혈액학회도 최근 환우회에 전달한 회신을 통해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TKI 치료를 지속해야 하며, BCR-ABL1이 검출되지 않더라도 실제로 암세포가 완전히 제거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지속적인 항암제 치료 자체가 암 지속 상태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라고 밝혔다.
이어 "임상적으로 항암제 투여가 지속되거나 치료 계획이 있는 경우 산정특례 재등록이 가능해야 하며, 의사의 소견과 치료 기록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우회는 동일한 질환과 치료 상태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별로 재등록 기준 해석이 달라 환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백혈병혈액암환우회는 "산정특례제도는 암 환자가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마련된 제도"라며 "검사 수치만이 아니라 환자가 실제로 항암치료를 지속하고 있는지, 치료 중단 시 재발 위험이 있는지, 의료진이 지속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지가 재등록 판단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에 ▲재등록 거부 사례의 의학적 적절성 검토 ▲TKI 복용 환자에 대한 명확한 재등록 기준 마련 ▲기존 거부 사례 재심사 및 구제 절차 마련 ▲전국 공단 지사의 통일된 해석 기준 적용 등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