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밀의료와 맞춤형 치료가 확산되면서 유전자 검사가 질병 진단을 넘어 예방과 위험 관리, 가족 건강관리까지 아우르는 핵심 의료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경희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임지숙 교수는 "유전자 검사는 질환의 원인과 발병 위험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방·치료·관리 계획은 물론 가족 구성원의 검사와 관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방암을 진단받은 50대 직장인 A씨는 어머니와 이모가 모두 유방암을 앓은 가족력이 있어 유전성 유방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유전자 검사와 상담을 받았다. 검사 결과 유전성 유방암 관련 병원성 변이가 확인됐고, 이를 토대로 치료 및 재발 관리 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성인이 된 자녀들도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가족 검사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다.
유전자 검사는 DNA, RNA 또는 염색체의 구조적·기능적 변화를 분석하는 검사로, 암뿐 아니라 심혈관질환과 희귀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임 교수는 "부모나 형제, 가까운 친척이 암 진단을 받은 뒤 유전자 검사 필요성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족 중 암 환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반드시 검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젊은 나이에 암이 발생했거나 가족 중 여러 명이 같은 암을 앓은 경우, 또는 한 사람이 여러 종류의 암을 진단받은 경우에는 유전성 암 평가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 검사는 심혈관계 질환 평가에도 도움이 된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심근병증, 부정맥 및 심장돌연사 증후군 등 유전성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를 확인할 수 있으며, 콜레스테롤 수치가 매우 높거나 가족 중 젊은 나이에 심장돌연사가 발생한 사례가 있는 경우 검사가 권고될 수 있다.
또한 여러 진료과를 거쳤음에도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했거나 성장·발달 이상, 반복적인 혈액학적 이상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이 지속되는 환자에게도 진단의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가족력만으로 검사 필요성을 판단하기보다 전문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증상과 병력, 가족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전자 검사는 검사 자체보다 검사 전후 상담과 결과 해석이 더욱 중요하다. 전문 의료진은 환자의 병력과 가족력, 기존 검사 결과를 토대로 적절한 검사 종류를 선택하고 충분한 설명과 동의 과정을 거쳐 검사를 진행한다. 검사 결과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약 1개월 정도 소요된다.
질병과 관련된 유전 변이가 확인되면 환자의 진단과 치료 방향 설정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아직 증상이 없는 가족들에게도 중요한 건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같은 유전 변이를 가진 가족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정기 검진과 예방적 관리에 나설 수 있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우려했던 유전 변이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에는 질환에 대한 불필요한 불안감을 줄이고 추가 검사 부담을 덜 수 있으며, 향후 가족계획 수립에도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임 교수는 "유전자 검사는 단순히 양성과 음성을 확인하는 검사가 아니라 결과가 환자의 증상과 가족력에 부합하는지, 향후 어떤 관리와 추적관찰이 필요한지, 치료 선택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함께 해석해야 하는 도구"라며 "전문적인 상담과 해석을 바탕으로 질환 진단과 치료, 가족 건강관리를 실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전자 검사 비용은 검사 목적과 건강보험 적용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이미 진단받은 질환이 있거나 유전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으며, 일부 암과 희귀질환은 산정특례를 통해 환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유전자 검사가 질병 발생을 100% 예측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질병 관련 유전 변이가 발견되더라도 반드시 질환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동일한 변이를 가진 경우에도 발병 시기와 증상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전자 검사는 질병을 예언하는 수단이 아니라 위험도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진료와 예방 관리를 준비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