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병관리청(청장 임승관) 국립보건연구원(원장 남재환)과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위험을 보다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6단계 예후 병기화 체계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국립보건연구원이 추진하는 뇌질환 연구기반 조성 연구사업(BRIDGE)을 통해 구축된 한국형 치매 코호트 자료를 활용해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2026;17:2235)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Biomarker-integrated prognostic stagings for Alzheimer's Disease(알츠하이머병의 바이오마커 통합 예후 병기화 체계)'로, 삼성서울병원 신다은·이성주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 서상원·김경아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으로 인지정상(Cognitively Unimpaired, CU) 상태에서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를 거쳐 치매로 진행되는 연속적인 질환이다. 그러나 같은 인지 단계에 있더라도 실제 질병의 진행 속도와 악화 위험은 환자마다 크게 다르다.
최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과 조기 개입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질병 진행 위험이 높은 환자를 보다 정확하게 선별하고 장기 경과를 예측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 마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연구팀은 국내 노인성 치매환자 코호트 참여자 1,263명(인지정상 224명, 경도인지장애 779명, 치매 260명)을 대상으로 인지기능 검사 결과와 혈액 바이오마커, 뇌 MRI, 아밀로이드 PET, 임상정보 등을 통합 분석했다. 또한 미국 알츠하이머병 신경영상 이니셔티브(ADNI) 코호트 290명을 활용해 외부 검증도 수행했다.
분석에 사용된 정보는 연령, 성별, 교육 수준, APOE ε4 유전자 보유 여부, 고혈압·당뇨병 등 임상 위험인자와 함께 혈액 바이오마커인 Aβ42/40, pTau181, pTau217, pTau231, GFAP, NfL, 그리고 MRI 해마용적과 아밀로이드 PET 결과를 포함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정보를 기반으로 기존의 '인지정상-경도인지장애-치매'로 구분하던 3단계 분류보다 더욱 세밀한 6단계 예후 병기 체계를 개발했다. 새 체계는 Stage 0, Stage I, Stage II, Stage III, Stage IVA, Stage IVB로 구성되며 알츠하이머병 전 주기에 걸친 진행 위험을 반영한다.
연구 결과 병기가 높아질수록 임상치매척도(CDR-SB)는 증가하고 간이정신상태검사(MMSE) 점수는 감소해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단계적으로 악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인지정상군에서는 혈액 바이오마커인 GFAP와 pTau217이, 경도인지장애군에서는 MRI 해마용적과 pTau217이, 치매군에서는 연령과 pTau217이 질병 진행 위험을 구분하는 핵심 요인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pTau217은 인지정상 단계부터 경도인지장애, 치매 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예후 예측에 기여하는 주요 바이오마커로 나타났다.
외부 검증을 위해 실시한 ADNI 코호트 분석에서도 초기 및 중간 단계에서 병기가 높을수록 예후가 나빠지는 일관된 결과가 확인됐다. 다만 후기 단계에서는 대상자 수와 사건 수가 제한적이어서 추가 검증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단일 혈액 바이오마커만으로 치매 진행을 예측한 것이 아니라, 인지 상태와 혈액 바이오마커, 뇌영상, 임상 정보를 통합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같은 인지 단계에 있는 환자들 사이에서도 질병 진행 위험을 보다 정밀하게 구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예후 체계는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임상 진단도구가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위험을 연구 목적으로 구분하기 위한 예측 모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 치료제 사용 여부는 아밀로이드 병리 확인과 치료 적합성 및 안전성 평가 등 별도의 임상적 판단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은 같은 인지 단계에서도 진행 양상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장기 추적 코호트에서 축적된 다양한 정보를 함께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를 토대로 한국인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질병 경과를 보다 정밀하게 이해하고 예후 예측 연구를 더욱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립보건연구원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 김원호 부장은 "이번 성과는 치매 코호트에 축적된 임상정보와 영상, 혈액 바이오마커 자료를 연계 분석해 얻은 결과"라며 "향후 유전체와 생체자원, 생활습관 정보 등을 추가로 연계해 치매 진행 예측 모델을 고도화하고 맞춤형 예방·관리 전략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치매는 초고령사회에서 국민 부담이 큰 대표적인 뇌질환으로 조기 발견뿐 아니라 진행을 늦추기 위한 과학적 근거 마련이 중요하다"며 "질병관리청은 한국인 특성을 반영한 치매 연구자원을 지속적으로 축적·개방해 치매 극복과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예후 병기 체계가 향후 고위험군 조기 선별, 장기 추적관찰 및 상담, 조기 개입 연구 대상자 선정, 예후 예측 모델 개발 등 다양한 치매 연구와 정밀의료 기반 관리 전략 수립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