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첫째 날. 구로동의 한 식당에서 약업계 원로 한 분과 마주 앉았다. 단둘이 식사하는 자리는 참 오랜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식사가 끝난 뒤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업계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시간은 어느새 훌쩍 지나갔다.화제는 자연스럽게 제약업계의 현안으로 이어졌다. 약가 인하에 따른 위기관리, 염 변경 개발 경쟁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종근당의 혁신, 휴온스의 합리적 합병문제, 한미약품의 7월1일자 인사와 주주 변화가 앞으로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은 이야기였다.
그러다 한국호넥스제약의 2세 경영 체제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안착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순간 문득 유성재 회장 생각이 났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바로 전화를 걸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잠시 뒤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가 찍혔고, 곧 다시 통화가 이어졌다.
"잘 지내시죠?"
"그럼요. 언제 점심 한번 하지요."
짧지만 반가운 안부였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만이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온기가 전화기 너머로 전해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요즘은 왜 모 단체 행사에서 얼굴을 보기 어려운지 물었다. 유 회장은 담담하게 "탈퇴했다"고 답했다. 대신 지금은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감사직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벌써 9년째 협회 감사를 맡고 있는 그는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9년 동안 감사를 해왔지만 이동희 상근부회장처럼 일 잘하는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감사가 집행부를 칭찬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래서 더 귀를 기울이게 됐다.
유 회장의 설명은 구체적이었다. 공직 시절부터 청렴하기로 이름났던 이동희 상근부회장은 협회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업무 역량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은 물론이고, 공식 보고에도 담기지 않았던 작은 의견까지 빠짐없이 기록해 개선한다는 얘기였다.
회의에서 스쳐 지나간 말 한마디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회원들의 목소리 속에서 개선점을 찾고, 이를 실제 업무에 반영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는 평가였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표현은 "회원 제일주의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라는 한마디였다.
기자 생활 30년 동안 마음속에 새기고 살아온 말이 있다.
"지지위지지(知之爲知之), 부지위부지(不知爲不知), 시지야(是知也)."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앎이라는 공자의 가르침이다.
취재도 다르지 않다. 칭찬할 일은 칭찬하고, 비판할 일은 비판하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다. 감사가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이 본분이라면, 잘한 부분 역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그 역할의 일부일 것이다.
유 회장의 진심 어린 평가를 들으며 이동희 상근부회장의 역량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동시에 지금 협회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다산제약 류형선 회장의 리더십도 떠올랐다. 조직은 결국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와 이를 묵묵히 실행하는 실무진이 함께할 때 조직은 성장한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는 우리 제약바이오 산업의 해외 진출과 의약품 수출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산업단체다.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회원사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협회도, 산업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구로동에서 시작된 한 끼 식사는 결국 사람 이야기로 끝났다.
산업을 움직이는 것은 제도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사람이다.
이번 한 주가 지나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도 화려한 성과가 아니라, "회원을 위해 더 잘해보자"는 자세를 칭찬하는 한 원로의 진심이었다.그래서 이번 주말은 사람의 온기가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