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가 29일 개정 의료분쟁조정법과 관련해 진행 중인 연구용역은 법률의 문제점을 보완하거나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법 시행에 따른 의료현장의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학회는 최근 산하 전문학회에 배포한 안내문을 통해 "연구용역의 의미와 한계에 대해 일부 오해가 있어 정확한 내용을 설명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의료계 일각에서는 "하위법령을 잘 만들면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의 문제점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으며, 대한의학회가 이를 위한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됐지만, 대한의학회는 "이는 연구용역의 의미를 왜곡한 잘못된 설명"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지난 4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자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중환자의학과·신경과·신경외과·흉부외과 등 필수의료 관련 학회 대표들이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참석자들은 개정안 자체의 문제점에는 공감하면서도 법안이 시행될 경우 의료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연구용역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대한의학회는 특히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의 핵심 문제로 '기소제한 특례' 적용 요건과 '12대 중과실' 규정을 지목했다.
개정안은 기소제한 특례를 적용받기 위해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해당 ▲7일 이내 의료사고 설명의무 이행 ▲사전 책임보험 가입 ▲12대 중과실 미해당 ▲손해배상금 전액 지급 등 복수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의 경우 당사자 신청만으로 의료분쟁 강제조정 절차가 개시될 수 있도록 한 점도 필수의료 종사 의료인들의 우려를 키우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대한의학회는 "12대 중과실에는 형사책임과 무관한 설명의무까지 포함돼 있고, 일부는 경과실 수준의 행위까지 중과실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는 법률 자체를 개정하지 않는 이상 하위법령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용역은 법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실제 사건을 심의할 때 12대 중과실이 불합리하게 적용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해석 기준과 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한의학회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뢰를 받아 두 건의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첫 번째 연구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따른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및 중대한 과실에 관한 연구'로, 지난 5월 착수해 오는 11월 말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연구에서는 의료현장을 반영한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목록과 12대 중과실에 대한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심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게 된다.
두 번째 연구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도입 연구'로,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라 기존 분만 분야에 한정됐던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를 응급·소아 등 고위험 필수의료 분야까지 확대하기 위한 기준 마련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대한의학회는 "연구용역 결과와 별개로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의 구조적인 문제는 향후 법률 개정을 통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며 "앞으로도 의료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 제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