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예방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실하게 확인했다. 감염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훨씬 효과적이며, 그 중심에는 예방접종이 있다.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5년 전국 어린이 예방접종률 현황'은 우리나라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이 세계적으로도 성공적인 공공보건 정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올해 처음으로 13세 청소년까지 분석한 결과, 1세부터 6세까지 완전접종률은 모두 90% 안팎을 유지했고, 6세 완전접종률은 90.5%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3세 역시 84.1%의 접종률을 보였다.
더 주목할 점은 해외와의 비교다.
미국에서는 주별 의료 접근성과 부모들의 백신 기피 현상으로 일부 지역에서 홍역(MMR) 접종률이 집단면역 기준인 95%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최근 몇 년간 홍역 환자가 다시 증가하며 공중보건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도 코로나19 이후 예방접종 참여율이 감소하면서 MMR 접종률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홍역 유행이 반복되고 있다. 영국 보건당국은 전국적인 접종 독려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호주 역시 예방접종 시스템이 잘 구축된 국가지만 지역 간 접종률 편차가 존재하며, 원주민과 농어촌 지역의 접종률 개선을 위해 별도의 국가 전략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가예방접종사업을 통해 대부분 백신을 무료 지원하고, 예방접종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개인별 접종 이력을 관리하고 있다. 여기에 교육부와 연계한 초·중학교 입학생 예방접종 확인사업까지 더해지면서 높은 접종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결코 당연한 결과가 아니다.
예방접종률이 90%를 넘는다는 것은 국민의 신뢰와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감염병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높은 예방접종률은 사회 전체가 만들어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여러 국가에서 백신에 대한 불신과 허위정보 확산으로 예방접종률이 낮아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는 백신 허위정보는 국가를 막론하고 공중보건의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13세 완전접종률은 84.1%로 영유아보다 낮았고, 일본뇌염 추가접종과 Tdap 접종률도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청소년기 예방접종 관리가 앞으로 정책적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올해부터 지원이 시작된 남성 청소년 HPV 백신처럼 국가예방접종 대상 확대도 지속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는 성인 예방접종과 고령층 예방접종까지 국가 차원의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다. 우리 역시 생애주기별 예방접종 체계를 더욱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예방접종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백신 한 번으로 감염병 유행을 막고, 입원과 후유증, 사회경제적 손실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예방접종률 하락으로 홍역과 백일해의 재유행을 경험하는 지금, 우리나라의 높은 예방접종률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90%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국민의 참여와 의료진의 헌신, 국가의 지속적인 투자가 함께 만들어낸 대한민국 공공보건의 경쟁력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성과를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소년과 성인 예방접종까지 확대해 평생 예방접종 체계를 완성하는 것이다.감염병은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 가장 강력한 방어막은 지금도 변함없이 예방접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