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영칼럼/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앞세운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지난 2년간 전 세계 의료시장의 가장 뜨거운 화두였다. 국내에서도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관심이 높아졌고, 유명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의 사용 경험이 연일 화제가 됐다. 언론 역시 '다이어트 혁명', '꿈의 비만약'이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피앰아이(PMI)의 소비자 조사는 그동안 형성된 사회적 분위기와는 다소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절반이 넘는 57.7%는 비만치료제를 무료로 제공받더라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사용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42.3%에 그쳤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사용을 주저하는 이유다. 비용 부담만이 아니었다. '나에게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부작용과 건강상 위험, 장기간 약물 의존 가능성, 치료 중단 후 요요현상에 대한 우려가 뒤를 이었다.
이는 비만치료제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이 생각보다 훨씬 냉정하고 현실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세계 각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미국과 유럽의 여러 소비자 조사에서는 GLP-1 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지만, 실제 복용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로 위장관 부작용, 장기 안전성에 대한 불확실성, 높은 약값, 평생 치료 가능성, 중단 후 체중 재증가가 반복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실제 처방을 시작한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치료 초기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의 부작용이나 비용 부담 등으로 치료를 중단했다는 연구 결과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즉, '관심'과 '실제 사용'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이 세계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비만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임상시험에서는 기존 치료제보다 우수한 체중 감량 효과가 입증됐고, 일부 제품은 심혈관계 위험 감소 효과까지 확인되면서 치료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모든 치료제에는 효과만큼 위험도 존재한다.
GLP-1 계열 치료제 역시 메스꺼움, 구토, 설사 같은 위장관 부작용은 물론 담낭질환, 췌장염 가능성, 근육량 감소, 드물게 보고되는 기타 이상반응까지 지속적인 안전성 평가가 필요한 약물이다. 장기간 투여 시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계속 축적되고 있는 과정이다.
더욱이 아시아인은 서양인과 체형, 체질, 식습관, 유전적 특성이 다르다. 같은 약이라도 인종에 따라 효과와 부작용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국내 환자와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실제 진료현장의 데이터(Real-World Data)를 충분히 확보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개발사와 마케팅 기업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그동안은 체중 감량 효과를 강조하는 홍보가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세계 각국에서 축적되고 있는 안전성 자료와 실제 이상반응, 인종별 차이, 장기 추적 결과 등을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제공해야 한다. 긍정적인 임상 결과만이 아니라 예상 가능한 부작용과 관리 방법, 치료 중단 후 체중 관리 전략까지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특히 각국 규제기관에 보고되는 이상사례와 장기 추적 연구 결과를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국가별·인종별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료진 역시 단순히 체중 감량 효과만을 설명할 것이 아니라 환자의 체질, 기저질환, 생활습관, 치료 목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처방과 충분한 상담을 제공해야 한다.
비만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반드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운동과 식사조절,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있으며, 약물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환자에게 적절히 사용될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이번 조사는 우리 사회가 비만치료제를 무조건 환영하거나 맹신하는 분위기에서 한 걸음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자는 생각보다 현명했다. 효과보다 안전을 먼저 따졌고, 유행보다 자신의 건강을 우선했다.
결국 비만치료제의 성공은 판매량이 아니라 신뢰에서 시작된다. 그 신뢰는 과장된 광고가 아니라 객관적인 데이터, 투명한 정보 공개, 그리고 장기적인 안전성 검증을 통해 만들어진다.
'꿈의 비만약'이라는 수식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믿을 수 있는 치료제'라는 평가다. 그것이 GLP-1 치료제가 진정한 혁신 치료제로 자리매김하는 길이며, 제약산업이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가장 중요한 책무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