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생활 사건이나 뚜렷한 심리적 원인이 없는데도 우울감과 무기력, 의욕 저하가 지속된다면 정신건강 문제뿐 아니라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심한 코골이와 주간 피로, 아침 두통 등이 함께 나타난다면 수면다원검사를 통한 정확한 감별이 중요하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은 잠을 자는 동안 상기도가 반복적으로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호흡량이 감소하거나 일시적으로 호흡이 멈추는 질환이다. 이 과정에서 잠이 지속적으로 끊기는 ‘수면 분절’과 혈중 산소포화도가 반복적으로 떨어지는 ‘간헐적 저산소증’이 발생한다.
수면무호흡증의 증상은 코골이나 주간 졸림에만 그치지 않는다. 반복되는 수면 분절과 저산소증은 인지 및 감정 조절과 관련된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부 환자에게는 우울감과 무기력, 의욕 저하, 집중력·기억력 저하, 과민성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슬프거나 우울할 만한 이유는 없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다”, “충분히 잤는데도 하루 종일 피곤하다”, “예전보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의욕이 없다”는 증상이 계속된다면 평소 수면 상태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심한 코골이가 있거나 가족이 수면 중 호흡이 멈추는 모습을 목격했다면 수면무호흡증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다. 아침마다 두통이나 입마름이 반복되고 낮 동안 심한 졸림과 피로가 나타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비만이나 고혈압이 동반된 사람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한진규 전문의는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우울감과 무기력이 지속되면서 코골이와 주간 피로가 동반된다면 수면무호흡증을 감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밤마다 반복되는 수면 분절과 저산소증이 낮 동안의 기분과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면무호흡증 치료가 우울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될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도 있다. 포비츠(Povitz) 등이 국제학술지 ‘플로스 메디슨(PLOS Medicine)’에 발표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에 따르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 무작위 임상시험들을 분석한 결과 지속적 양압기(CPAP) 치료가 우울 증상 개선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치료 전 우울 증상이 상대적으로 심했던 환자군에서 개선 효과가 더 크게 관찰됐다.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해 수면의 질과 야간 산소 공급을 개선하는 것이 일부 환자의 기분과 활력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다만 우울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수면무호흡증 때문인 것은 아니다. 우울증은 생물학적·심리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할 수 있다. 환자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정신건강의학적 평가와 수면질환 검사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진규 전문의는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데도 심한 피로와 무기력이 지속되거나, 원인을 찾기 어려운 우울 증상과 함께 코골이·수면 중 무호흡·아침 두통·주간 졸림이 나타난다면 신경과 전문의가 있는 수면클리닉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 중 뇌파와 호흡, 산소포화도, 심전도, 근육 움직임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해 수면무호흡증을 비롯한 다양한 수면장애를 확인하는 검사다. 검사에서 중등도 이상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확인되면 환자의 상태와 중증도에 따라 양압기 치료 등을 고려할 수 있다.
특별한 이유를 찾기 어려운 우울감과 무기력을 정신적인 문제로만 단정해서는 안 된다. 코골이와 주간 피로까지 동반된다면 ‘밤에 제대로 자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증상의 숨은 원인을 찾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