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보건연구원이 질환 조직과 비교할 수 있는 정상 장기조직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망 기증자에게서 확보한 심장 등 정상조직을 국가 바이오뱅크 연구자원에 새롭게 포함한다. 생전 인체자원 중심이던 수집 범위를 사후 기증자원까지 넓혀 질병의 원인과 진행 과정을 규명하고 정밀의료 연구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정밀의료 연구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혁신형 바이오뱅크 컨소시엄 지원사업’에 사망 기증자 유래 정상조직 분야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혁신형 바이오뱅크 컨소시엄은 한국인체자원은행사업의 하나로, 병원·대학·연구기관이 협력해 혈액과 조직, DNA 등 연구에 필요한 인체자원과 관련 정보를 수집·활용하고 연구성과 창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심장 등 정상조직 확보…질환 조직의 대조 자료로 활용
국립보건연구원은 그동안 만성뇌혈관질환과 육종암, 유전성 발달장애 등 질환자를 중심으로 인체자원과 관련 정보를 수집해 왔다.
그러나 질환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환자의 질환 조직뿐 아니라 이를 비교할 수 있는 정상 장기조직이 필요하다. 생존자에게서 심장 등 정상 장기조직을 연구 목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서 대조 자원 구축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올해부터 사망 기증자로부터 확보한 심장 등 정상 장기조직까지 수집 범위를 확대한다. 새롭게 추진되는 ‘시체 유래 정상조직 컨소시엄’은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 오지원 교수가 연구책임자를 맡는다.
컨소시엄에서 확보한 정상조직과 관련 정보는 질환 조직과 비교하는 대조 자료로 활용된다. 이를 통해 정상조직과 질환 조직 사이의 분자·유전적 차이를 분석하고, 질병의 발생 원인과 진행 과정을 밝히는 연구가 한층 정교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조직 정보를 함께 분석하는 정밀의료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생전에서 사후 인체자원까지 국가 연구 기반 연계
국립보건연구원은 2016년 만성뇌혈관질환 분야를 시작으로 10년간 혁신형 바이오뱅크 사업을 추진해 왔다.
2021년에는 육종암, 2024년에는 부인암과 발달장애 등 유전성 희귀질환으로 지원 분야를 확대했다. 2026년에는 부인암 컨소시엄 운영을 종료하고 사망 기증자 유래 정상조직 컨소시엄을 새롭게 지원한다.
이에 따라 현재 혁신형 바이오뱅크 컨소시엄은 ▲만성뇌혈관질환 ▲육종암 ▲유전성 발달장애 ▲시체 유래 정상조직 등 4개 분야에서 운영되고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이번 개편을 통해 생전에 확보한 혈액·DNA 등 인체자원과 사후 기증을 통해 얻은 정상 장기조직을 연계하는 국가 연구 기반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사망 기증자 유래 조직을 안정적으로 연구에 활용하려면 기증 동의와 윤리적 관리, 신속한 조직 확보 및 보존, 임상·유전정보의 비식별화와 보안 등 전 과정에서 엄격한 관리체계가 요구된다.
3,648명분 구축…1,645명분 연구자에게 분양
혁신형 바이오뱅크 컨소시엄은 2025년 말까지 총 3,648명분의 고품질 인체유래물을 구축했다. 인체유래물에는 DNA와 혈장, 혈청, 말초혈액단핵세포(PBMC), 조직 등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1,645명분을 국내 연구자에게 분양해 다양한 정밀의료 연구를 지원했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까지 SCI급 논문 46편과 특허 10건, 기술이전 3건, 사업화 1건의 성과가 창출됐다.
연구 생산성도 국가 연구개발사업 평균을 웃돌았다. 연구비 10억원당 국제학술지 논문 수는 5편으로, 국내 국가 연구개발사업 평균인 1.6편보다 3.1배 많았다.
논문의 평균 영향력지수(IF)는 6.5로, 국가 연구개발사업 평균 1.12보다 5.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디지털치료제 등 기술이전…사업화 성과도
사업을 통해 치매 디지털치료제와 셀프케어 정신건강 관리기술, 인공지능 기반 콘텐츠 독성 분석기술 등도 개발됐다.
이들 기술은 기업으로 이전됐으며, 이 가운데 디지털치료제는 실제 사업화로 이어졌다. 인체자원의 수집과 분양이 논문·특허를 넘어 기술이전 및 사업화로 연결됐다는 점에서 바이오뱅크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다만 기술이전 건수나 사업화 여부와 함께 실제 의료현장에서의 활용성과 환자 편익, 후속 매출 및 지속적인 기술 적용 여부도 장기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국가 인체자원 누적 139만 명분 확보
국립보건연구원은 혁신형 바이오뱅크 컨소시엄 지원사업과 함께 한국인체자원은행사업의 운영 성과를 담은 ‘2025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 연보’도 발간했다.
2025년에는 인구집단 기반 인체자원 11만 명분과 질병 기반 인체자원 5만 명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에 따라 국가가 확보한 인체자원은 누적 139만 명분으로 늘었다.
확보된 인체자원은 국내 연구기관과 기업 등에 제공돼 질병의 원인 규명과 진단·치료 기술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누적 분양은 5,854건, 관련 특허는 246건으로 집계됐다.
전재필 국립보건연구원 미래의료연구부장은 “혁신형 바이오뱅크 컨소시엄은 고품질 인체자원과 심층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밀의료 실용화를 촉진하는 국가 연구사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희귀·난치질환 정밀의료 연구를 지속해서 지원하고, 연구성과를 국민과 연구자에게 적극적으로 공유해 국가 바이오헬스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