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고 숨 쉬고 음식을 삼키는 일은 매일 무의식적으로 반복하지만, 이 과정에는 모두 목 앞쪽에 위치한 ‘후두’가 관여한다. 후두는 발성과 호흡을 담당하고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중요한 기관이다.
이곳에 악성 종양인 후두암이 발생하면 목소리는 물론 호흡과 음식물 섭취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능에 장애가 생겨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후두암은 남성에서 많이 발생하고 환자 상당수가 60~70대에 집중돼 있어 중·고령 남성에게 지속적인 목소리 변화가 나타난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2026년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후두암 남성 환자는 여성보다 약 15배 많았다. 연령별로는 **60대가 40.3%로 가장 많았으며 70대가 29.8%**로 뒤를 이었다.
후두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범위를 줄이고 후두의 기능을 보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암이 진행되면 후두 일부 또는 전체를 절제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조재구 교수의 도움말로 후두암의 주요 원인과 의심 증상, 치료 및 예방법을 알아봤다.
후두 점막에서 주로 발생…최대 위험요인은 ‘흡연’
후두암은 후두를 구성하는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면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대부분 후두 점막에서 발생하며 조직학적으로는 편평세포암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발생 위치에 따라 성대 위쪽에 생기는 성문상부암, 성대에 발생하는 성문암, 성대 아래쪽에 생기는 성문하부암으로 구분한다.
후두암 발생에는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치지만 대표적인 위험요인은 흡연이다.
담배 연기에 포함된 발암물질에 후두 점막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며 흡연 기간이 길고 흡연량이 많을수록 위험 역시 커진다. 특히 흡연과 과도한 음주가 함께 지속되면 후두암 위험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이 밖에도 일부 직업성·환경성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되는 경우 후두암 발생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후두암 대표적인 경고 신호 ‘쉰 목소리’
후두암의 증상은 암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다.
목소리를 만드는 성대에 발생하는 성문암은 종양이 크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도 목소리가 쉬거나 변하는 증상이 비교적 일찍 나타날 수 있다.
성대 위쪽에 발생하는 성문상부암은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거나 음식을 삼킬 때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성대 아래쪽의 성문하부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암이 진행된 이후 목소리 변화나 호흡곤란을 계기로 발견되기도 한다.
암이 더 진행되면 발생 위치와 관계없이 목에서 단단한 혹이 만져지거나 호흡곤란이 나타날 수 있으며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도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감기 등 뚜렷한 원인 없이 목소리 변화나 쉰 목소리가 2~3주 이상 지속된다면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후두암이 의심되면 후두내시경으로 성대와 주변 조직을 관찰한다. 이상 병변이 확인될 경우 조직검사를 통해 암 여부를 확진한다.
이후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등을 통해 종양이 주변 조직을 얼마나 침범했는지, 다른 부위로 전이됐는지를 평가한다.
특히 후두암은 흡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폐암 등 흡연 관련 질환의 동반 여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초기라면 목 절개 없이 레이저로 암 제거
후두암 치료는 암의 발생 위치와 크기, 병기, 림프절 전이 여부, 환자의 전신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대표적인 치료방법은 수술과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이다. 조기에 발견된 후두암은 주로 수술이나 방사선치료를 시행하며 암이 진행된 경우에는 환자 상태와 병기에 따라 여러 치료방법을 병행할 수 있다.
수술의 핵심은 암을 완전히 제거하면서 정상적인 후두 조직과 기능을 가능한 한 보존하는 것이다.
초기 후두암의 대표적인 수술방법 가운데 하나가 **‘경구강 레이저 미세수술’**이다.
목을 절개하지 않고 입을 통해 병변에 접근한 뒤 현미경으로 후두 병변을 확인하면서 레이저를 이용해 암 조직을 정밀하게 절제한다.
조재구 교수는 “경구강 레이저 미세수술은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 조직을 제거할 수 있다”며 “개방형 수술에 비해 수술 후 통증과 회복 부담이 적고 입원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진행 정도 따라 부분절제 또는 후두전적출술
종양의 위치나 침범 범위 때문에 경구강 레이저 수술만으로 충분한 절제가 어렵다면 후두 일부를 제거하는 보존적 부분후두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암이 발생한 부위를 제거하면서 정상적인 후두 조직을 최대한 남겨 발성 등 후두 기능을 보존하는 것이 목적이다. 다만 수술 이후 발성과 삼킴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음성치료와 연하재활이 필요할 수 있다.
암이 후두 연골이나 주변 조직까지 광범위하게 침범해 후두 기능을 보존하기 어렵다면 후두 전체를 제거하는 후두전적출술이 필요할 수 있다.
후두 전체를 제거하면 기존 성대를 이용한 발성은 어려워지지만 식도발성, 전기후두기, 기관과 식도 사이에 통로를 만들어 폐에서 나오는 공기를 이용하는 기관식도 발성 등의 음성재활을 통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후두전적출술 이후 ‘프로복스(Provox)’와 같은 음성보철물을 이용해 발성을 돕는 방법도 활용되고 있다.
예방의 첫걸음은 금연…“목소리 변화 방치 말아야”
후두암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생활수칙은 금연이다.
현재 흡연하고 있다면 담배를 끊는 것이 중요하며 오랫동안 흡연한 사람은 평소 자신의 목소리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감기 등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쉰 목소리가 계속되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심해진다면 이비인후과를 찾아 후두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직업적으로 분진이나 석면 등 유해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적절한 보호장비를 착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조재구 교수는 “후두암은 초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범위를 줄이고 후두 기능을 보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흡연력이 있거나 쉰 목소리 등 평소와 다른 변화가 2~3주 이상 지속된다면 증상을 방치하지 말고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