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학에서 통증과 염증이 동반된 근골격계 질환에 활용되는 ‘소염제통약침’이 만성 염증에 관여하는 NLRP3 인플라마좀의 활성화를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제브라피쉬와 면역세포 실험을 통해 소염제통약침이 염증 부위의 호중구와 대식세포 축적을 감소시키고, NLRP3 인플라마좀의 활성화와 조립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침구과 백용현·박연철 교수팀과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이윤성 교수,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박용환 교수가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약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Pharmacology’에 6월16일 게재됐다.
◇ 만성염증 관여 ‘NLRP3 인플라마좀’에 주목
NLRP3 인플라마좀은 감염이나 세포 손상으로 발생하는 위험 신호를 감지해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면역 복합체다.
활성화되면 IL-1β와 IL-18 등 염증성 물질의 분비를 촉진해 인체가 감염이나 조직 손상에 대응하도록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장기간 지속되면 정상 조직까지 손상시키면서 만성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NLRP3 인플라마좀은 다양한 염증성 질환에서 과도한 면역반응을 조절하기 위한 주요 연구 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통증과 염증을 동반하는 근골격계 질환에 사용되는 소염제통약침이 NLRP3 인플라마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와 구체적인 항염 작용기전을 분석했다.
소염제통약침은 작약과 감초, 현호색을 추출·정제해 만든 약침제제다. 작약과 감초를 배합한 처방은 전통적으로 통증 완화와 근육·관절 질환에 사용돼 왔으며, 현호색 역시 진통·항염 작용과 관련해 연구돼 온 약재다.
개별 약재 주요 성분의 염증 반응 억제 가능성에 관한 연구는 있었지만 세 약재를 배합한 소염제통약침이 구체적으로 어떤 면역 경로를 통해 작용하는지는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 제브라피쉬서 호중구·대식세포 관련 지표 감소
연구팀은 제브라피쉬에 염증을 유발한 모델과 꼬리에 상처를 낸 모델을 이용해 소염제통약침의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염증 부위로 모이는 호중구가 감소했고 대식세포와 관련된 지표 역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염증 반응과 관련된 NLRP3 유전자 발현도 감소했다.
면역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소염제통약침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염증성 물질인 IL-1β 분비가 감소하는 양상이 확인됐다.
반면 다른 종류의 염증 복합체에는 뚜렷한 영향을 나타내지 않아 연구팀은 소염제통약침이 NLRP3 인플라마좀에 선택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 염증 초기신호보다 ‘인플라마좀 조립 과정’에 작용
연구팀은 소염제통약침이 염증 반응의 어느 단계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추가 분석했다.
그 결과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초기 신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반면, NLRP3 인플라마좀 형성에 필요한 ASC 단백질들이 서로 결합하는 과정이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소염제통약침이 염증 반응의 시작 단계 전체를 차단하기보다는 NLRP3 인플라마좀이 만들어지고 활성화되는 과정에 작용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 글리시리진산·알비플로린·패오니플로린 주요 성분 확인
연구팀은 후속 연구와 약침제제의 품질관리를 위한 주요 성분 분석도 진행했다.
UPLC 분석을 통해 소염제통약침에서 글리시리진산, 알비플로린, 패오니플로린 등 3가지 지표성분을 확인했다.
함량은 1g당 글리시리진산 29.18mg, 알비플로린 53.01mg, 패오니플로린 66.05mg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성분 분석 결과가 향후 소염제통약침의 품질을 일정하게 관리하고 동일한 조건에서 후속 실험을 진행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제브라피쉬와 면역세포를 이용해 항염 작용과 기전을 확인한 단계로, 사람에서의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 및 적정 투여량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공동 제1저자인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침구과 박연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소염제통약침의 항염 효과뿐 아니라 NLRP3 인플라마좀에 작용하는 구체적인 원리를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한방병원의 약침 임상 경험과 의과대학의 면역학 연구 역량을 결합한 융합연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소염제통약침의 유효성분과 구체적인 작용 표적을 규명하고 다양한 질환 모델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 적정 투여 농도 등을 추가 검증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