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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요로감염은 자꾸 재발할까”…국내 연구진, 세균끼리 감염 돕는 기전 첫 규명

순천향대 부천병원·고려대 연구팀, 재발성 요로감염 환자 131명 NGS 분석
가데넬라균이 대장균 방광 부착 촉진…‘숙신산-GPR91-유로플라킨 축’ 확인
유익균 투여하자 대장균 50% 이상 감소…정밀진단·치료 가능성 제시



기존 소변배양검사만으로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웠던 재발성 요로감염에서 방광 내 서로 다른 세균이 상호작용하며 감염을 촉진하는 새로운 기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비뇨의학과 김영호·진단검사의학과 신희봉 교수와 고려대학교 생명공학과 최해웅 교수 (사진 좌부터)공동연구팀은 재발성·만성 요로감염의 원인이 단일 원인균뿐만 아니라 방광 내 ‘복합 균주의 상호작용’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31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요로감염을 하나의 원인균이 일으키는 질환이라는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방광 내 미생물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감염에 취약한 환경을 형성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분자기전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Microbiome’ 최근 호에 ‘Gardnerella piotii enhances uropathogenic Escherichia coli infection through a succinate–GPR91–uroplakin axi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환자 131명 NGS 분석…대장균·가데넬라균 함께 존재하는 경향

요로감염은 대장균 등 특정 병원균이 단독으로 감염을 일으킨다는 관점을 중심으로 진단과 치료가 이뤄져 왔다. 요로감염의 약 80%가 대장균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일반적으로 소변배양검사로 원인균을 확인한 뒤 이에 맞는 항생제를 투여한다.

그러나 임상에서는 항생제 치료를 받은 뒤에도 감염이 반복되는 환자가 적지 않고 기존 검사만으로 재발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기존 소변배양검사가 특정 세균의 증식 여부를 확인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방광 내 전체 미생물 환경과 세균 간 상호작용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재발성 요로감염 환자 131명의 소변을 대상으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을 실시해 방광 내 미생물 환경과 복합 균주 감염 양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환자에서 하나의 특정 균이 단독으로 우세하기보다 여러 세균이 함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병원성 대장균과 질염 관련 균주인 가데넬라균(Gardnerella)이 함께 관찰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가데넬라균이 ‘길 열어주자’ 대장균 감염 증가

연구팀은 가데넬라균이 실제 대장균 감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가 분석했다.

그 결과 가데넬라균은 방광 상피에 뚜렷한 손상이나 염증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숙신산(Succinate)’이라는 대사물질을 활발하게 분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숙신산은 방광 상피세포에 존재하는 숙신산 수용체 GPR91을 자극했다. 이어 이 신호가 대장균이 방광 벽에 부착할 때 이용하는 ‘유로플라킨(Uroplakin)’의 발현을 선택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방광 상피에 대장균이 달라붙을 수 있는 지점이 늘어나면서 감염에 보다 취약한 환경이 형성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 새로운 감염 경로를 ‘숙신산-GPR91-유로플라킨 축(succinate–GPR91–uroplakin axis)’이라고 명명했다.

◇가데넬라균 먼저 노출했더니 대장균 최대 7배 이상 증가

동물실험에서도 세균 간 상호작용이 확인됐다.

가데넬라균에 먼저 노출시킨 뒤 대장균에 감염시킨 경우 대조군과 비교해 방광 내 대장균 균량이 3배 이상 증가했다. 방광 상피세포 실험에서는 가데넬라균에 먼저 노출된 세포의 내부에서 대장균이 대조군보다 7배 이상 증가했다.

반대로 유전자 편집을 통해 GPR91 수용체를 제거하자 유로플라킨 증가와 대장균 부착 증가 현상이 사라졌다.

이는 가데넬라균이 만들어내는 숙신산과 GPR91 수용체, 유로플라킨으로 이어지는 신호경로가 대장균의 방광 감염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유익균 투여하자 대장균 50% 이상 감소

연구팀은 세균 간 상호작용으로 형성된 감염 취약 상태를 다시 되돌릴 수 있는지도 살펴봤다.

건강한 여성의 소변에서 분리한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 크리스파투스(Lactobacillus crispatus)’를 투여한 결과 대장균 균량이 50% 이상 감소했다. 이 유익균이 생성하는 젖산을 투여했을 때도 유사한 효과가 확인됐다.

이 결과는 향후 재발성 요로감염 치료에서 병원균을 항생제로 제거하는 접근뿐 아니라 방광 내 미생물 환경을 조절하는 새로운 치료전략을 연구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다만 이번 결과가 곧바로 유익균 투여를 재발성 요로감염의 새로운 표준치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후속 임상연구를 통한 효과와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

◇“하나의 원인균 넘어 방광 전체 미생물 환경 살펴봐야”

이번 연구는 재발성·만성 요로감염 환자의 경우 기존 소변배양검사를 통해 특정 원인균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방광 내 전체 미생물 환경과 세균 간 상호작용을 함께 살펴보는 정밀한 진단 접근이 필요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영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요로감염의 원인을 대장균과 같은 하나의 원인균만의 문제로 본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방광에 공존하는 다른 미생물의 구성과 상호작용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사실을 규명한 첫 연구”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기존 검사만으로 원인을 찾기 어려운 재발성·만성 요로감염 환자에서는 진단과 치료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검사법을 도입해 예방적·경험적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환자별 감염 원인에 근거한 정밀치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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