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서울대병원을 중심으로 국내 주요 병원과 IT기업이 참여하는 대규모 컨소시엄이 췌장암과 폐암을 조기에 찾아내고 치료 후 재발 가능성까지 예측하는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에 나선다.
단순히 의료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기관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뒤 실제 임상검증과 인허가, 사업화까지 연결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산업통상부 ‘바이오산업 기술개발’ 사업 가운데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국책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OnKoTECT(온코텍트) 컨소시엄’을 이끈다고 밝혔다.
OnKoTECT는 Oncology, On Korea, DeTECT, ProTECT를 결합한 명칭이다.
이번 과제는 2026년 7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4년6개월 동안 진행되며 총 155억원의 연구비가 지원된다.
◇주요 병원·IT기업 참여…임상검증에서 인허가까지
김재용 분당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이 총괄연구책임자를 맡았다.
컨소시엄에는 분당서울대병원 이종찬·김연욱 교수팀을 비롯해 삼성서울병원 박주경 교수팀, 국립암센터 우상명 교수팀, 화순전남대병원 오형주 교수팀, 은평성모병원 윤승배 교수팀, 부산대병원 엄중섭 교수팀 등 국내 주요 의료기관 연구진이 참여한다.
산업계에서는 에이앤티솔루션(A&T Solution), 아크릴, 헥토 등이 참여해 의료데이터 통합과 AI 개발·운영 및 사업화를 지원한다.
병원의 임상 역량과 기업의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AI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임상검증, 인허가까지 하나의 연구개발 체계로 연결하도록 설계했다.
김재용 의생명연구원장은 “다기관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임상에서 활용 가능한 진단·예측 도구를 개발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산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인허가와 상용화까지 완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데이터 댐’ 넘어 실제 사용하는 AI 제품으로
이번 사업이 주목되는 이유는 기존 의료데이터 구축사업의 한계를 넘어 실제 의료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AI 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의료데이터 사업을 통해 대규모 데이터를 축적하는 이른바 ‘데이터 댐’ 구축에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병원마다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실제 AI 의료제품으로 개발해 상용화까지 연결한 사례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OnKoTECT 컨소시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데이터 통합과 AI 운영 분야에서 이미 확보된 기술을 활용한다.
에이앤티솔루션의 데이터 통합 플랫폼 ‘앤섬(AnTHEM)’은 여러 병원에 분산된 의료데이터를 표준화해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아크릴의 AI 운영 시스템 ‘조나단(Jonathan)’은 개발된 AI를 실제 임상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적용하고 운영하는 역할을 맡는다.
◇영상·유전체·병리 등 ‘6대 멀티모달 데이터’ 활용
이번 과제에서는 하나의 데이터만을 활용하는 기존 AI 모델을 넘어 여러 종류의 의료정보를 결합하는 ‘멀티모달 AI’ 개발을 추진한다.
특히 폐암 분야에서는 의료영상뿐 아니라 유전체와 병리 등을 포함한 6대 카테고리의 멀티모달 데이터를 활용해 암의 조기진단은 물론 수술 이후 재발 위험까지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과제 전체 기획을 담당하는 이종찬 분당서울대병원 빅데이터센터장은 “췌장암·폐암에 대한 임상 경험은 물론 디지털헬스 기술을 함께 갖춘 의사들이 모인 것이 이번 컨소시엄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략적으로 멀티모달 암 데이터를 구축하고 중앙학습과 연합학습을 함께 활용해 확장 가능한 데이터 저장체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연합학습은 의료기관이 민감한 환자 데이터를 외부로 직접 이동시키지 않으면서 각 기관의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기관 의료AI 개발의 주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폐암 조기진단 넘어 ‘수술 후 재발’까지 예측
폐암 분야를 담당하는 김연욱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기존 의료영상 중심 폐암 AI와 이번 연구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영상만으로 폐암을 조기에 찾아내는 AI 기술은 이미 여러 곳에서 개발돼 있다”며 “이번 컨소시엄은 영상뿐 아니라 유전체, 병리 등 6대 카테고리의 멀티모달 데이터를 이용해 조기진단과 수술 후 재발까지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의료기관이 보유한 임상데이터와 의료진의 암 진료 경험, 기업의 데이터 표준화·AI 운영기술을 결합해 연구용 AI 모델을 실제 의료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향후 2030년까지 개발되는 췌장암·폐암 AI가 다기관 임상검증에서 어느 수준의 진단·재발예측 성능을 확보하는지, 실제 의료기기 인허가와 상용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가 이번 155억원 규모 국책사업의 성과를 가르는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