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진단과 위험 예측, 처방 지원, 진료기록 작성 등 의료현장의 의사결정 과정에 빠르게 진입하면서 의학교육도 개인의 AI 활용법을 가르치는 수준에서 의료팀 전체가 AI와 함께 판단하고 책임지는 방법을 교육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철현 교수와 고려대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이영미 교수 연구팀은 의료현장에서 AI가 의료진의 판단과 협업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AI 확장 전문직 간 협업(AI-expanded interprofessional collaboration, AI-IPC)’으로 정의하고 이를 교육하기 위한 ‘AI 확장 전문직 간 교육(AI-expanded interprofessional education, AI-IPE)’ 체계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특히 AI를 단순한 의료도구가 아니라 의료진의 판단 과정에 영향을 주는 ‘AI 동료(AI Colleague)’라는 교육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AI 동료’가 AI에 의료인과 같은 지위나 책임을 부여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AI의 판단을 의료팀이 적극적으로 검증하고 논의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AI가 진료팀의 ‘대화와 판단’을 바꾸기 시작했다
현재 의료현장에서는 환자 상태 악화를 예측하는 조기경보부터 의료영상 판독 초안, 약물 상호작용 경고, 진료기록 자동작성까지 AI 활용 영역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AI가 제시하는 결과는 단순히 의료진 한 사람이 참고하는 정보를 넘어 의료진 간 논의를 촉발하거나 실제 진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이 기존의 개인 중심 ‘AI 리터러시’ 교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 이유다.
AI가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과 실제 진료현장에서 AI의 권고에 이의를 제기하고 다른 직종의 의료진과 불확실성을 공유하면서 최종 판단의 근거와 책임을 명확하게 남기는 것은 서로 다른 역량이라는 설명이다.
◇“AI를 무조건 믿지도, 무조건 배척하지도 않아야”
연구팀이 제시한 교육의 핵심은 AI를 무조건 신뢰하거나 반대로 일률적으로 배척하지 않는 비판적이고 균형 잡힌 판단능력이다.
AI가 제시한 결과를 의료진이 확인하고 질문하면서 근거가 충분할 경우 활용하고, 임상적 판단과 맞지 않거나 근거가 부족할 경우에는 이를 거부하거나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능력을 개별 의료인의 역량에 머물게 하지 않고 의사와 간호사 등 여러 직종이 참여하는 의료팀 전체의 협업 역량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AI 동료’라는 개념 역시 AI 자체에 책임을 부여하려는 것이 아니라 AI가 의료진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그 결과를 검증하고 질문하며 최종 판단의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하는 새로운 교육방식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AI 판단과 의사 판단 다르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연구팀은 이 같은 교육을 실제 의학교육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평가방식도 제안했다.
AI의 편향을 찾아내는 능력, AI의 권고와 의료진의 판단이 충돌할 때 의료팀 내 역할과 책임을 정하는 능력, AI가 제시한 불확실성을 다른 의료진 및 환자에게 설명하는 능력, AI 권고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한 근거를 기록하는 능력 등이 주요 평가 대상이다.
평가 역시 단순한 지식시험보다 AI가 실제 진료에 개입하는 상황을 구현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의료팀이 어떻게 소통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지를 살펴보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제안했다.
이는 의료 AI 교육의 초점을 ‘AI를 얼마나 잘 사용할 수 있는가’에서 ‘AI의 판단이 개입했을 때 의료팀이 얼마나 안전하고 책임 있게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로 확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AI가 협업 대체하는 것 아니라 협업 방식 바꾸고 있어”
조철현 교수는 “AI는 의료진의 협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협업의 방식과 판단 과정을 변화시키고 있다”며 “AI의 결과를 무조건 따르거나 반대로 배척하기보다 의료진이 함께 검증하고 질문하며 필요할 경우 근거를 갖고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영미 교수는 “앞으로의 의학교육은 개인의 AI 활용 능력을 넘어 AI가 실제 의료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까지 반영해야 한다”며 “의료진이 AI가 제시한 정보를 함께 검토하고 서로 다른 판단을 조율하며 그 과정과 결과에 책임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실제 의료현장을 반영한 교육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문 ‘The AI Colleague: Reimagining Interprofessional Collaboration and Education in Medicine’은 지난 8월 14일 국제학술지 ‘JMIR Medical Education’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