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철에 접어들면서 인플루엔자 발생 지표가 예년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의사환자뿐 아니라 입원환자와 바이러스 검출률이 모두 크게 높아 본격적인 유행에 앞선 주의가 요구된다.
질병관리청 감염병 표본감시 결과에 따르면 2026년 35주차 의원급 의료기관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사환자(ILI)는 13.3명으로 집계됐다. 32주차 7.0명에서 33주차 7.5명, 34주차 9.2명, 35주차 13.3명으로 4주 연속 증가했다. 32주차와 비교하면 3주 만에 약 90%, 직전 주인 34주차와 비교하면 한 주 만에 약 45% 늘어난 수치다.
입원환자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인플루엔자 입원환자는 32주차 43명에서 33주차 78명, 34주차 89명, 35주차 162명으로 늘어 3주 사이 약 3.8배가 됐다. 같은 기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출률도 5.7%, 5.4%, 10.0%, 12.3%로 최근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2025년 35주차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분율은 6.4명, 병원급 입원환자는 15명, 바이러스 검출률은 1.1%였다. 올해 35주차에는 각각 지난해의 약 2.1배, 10.8배, 11.2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40주차에 이르러서야 의사환자분율이 12.1명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35주차에 이미 13.3명에 도달했다.
특히 개학과 함께 학교와 어린이집, 학원 등 집단생활이 활발해지는 시기여서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전파에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감기와 다른 독감…고열·근육통 갑자기 나타나
인플루엔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감염병으로,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비말을 통해 주로 전파된다. 바이러스가 묻은 손이나 물건을 만진 뒤 눈·코·입 등을 접촉하는 과정에서도 감염될 수 있으며 잠복기는 일반적으로 1~4일이다.
흔히 ‘독감’이라고 불려 심한 감기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증상의 양상에는 차이가 있다. 감기는 콧물이나 코막힘, 인후통 등이 서서히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인플루엔자는 38℃ 이상의 발열과 오한, 두통, 근육통, 피로감 등이 갑작스럽고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기침과 인후통, 콧물 등의 호흡기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고령자나 면역저하자는 감염돼도 뚜렷한 발열 없이 의식 저하나 심한 무기력증 등으로 나타날 수 있어 더욱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남엘리엘 교수는 “인플루엔자는 적절히 치료받으면 대부분 수일 내 증상이 호전되지만, 고령자와 영유아, 임신부, 만성질환자 등에서는 세균 폐렴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지거나 기존에 앓고 있던 심폐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며 “특히 고열이 지속되거나 호흡곤란, 심한 기력 저하가 있다면 즉시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린이는 구토·설사 동반하기도…2세 미만 특히 주의
소아청소년과 성인이 감염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자체가 다른 것은 아니지만 연령에 따라 증상과 합병증 양상에는 차이가 있다.
소아에서는 발열과 기침뿐 아니라 구토와 오심, 설사 등 소화기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어린아이에서는 중이염이나 크루프, 기관지염 등의 합병증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5세 미만, 그중에서도 2세 미만 영유아는 합병증 위험이 높은 연령군이다.
학령기 아동과 청소년은 학교와 학원 등에서 많은 사람과 접촉하기 때문에 인플루엔자가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성인은 갑작스러운 고열과 오한, 근육통, 두통, 심한 피로감 등 비교적 전형적인 전신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고령자는 감염돼도 발열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어 식욕 저하나 무기력 등 평소와 다른 변화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는 폐렴으로 진행하거나 기존 심장·폐질환이 악화될 위험도 상대적으로 높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윤윤선 교수는 “영유아는 인플루엔자에 감염됐을 때 성인과 달리 기침뿐 아니라 구토, 설사, 발진 등 다양한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고 어린 연령일수록 합병증 위험에도 주의해야 한다”며 “특히 고열이 계속되거나 소변량이 줄고, 평소보다 처지거나 잘 먹지 못하는 데다 호흡까지 힘들어 보인다면 단순 감기로 넘기지 말고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국가접종 9월부터 순차 시행…어린이 대상 14세까지 확대
인플루엔자를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매년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지속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이전 절기에 예방접종을 받았거나 인플루엔자에 걸렸더라도 매년 다시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권고된다.
예방접종이 감염 자체를 100% 차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감염 위험을 낮추고,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진행하거나 입원·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손 씻기와 기침 예절, 혼잡한 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 주기적인 실내 환기 등 기본적인 호흡기 감염병 예방수칙도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은 2026~2027절기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9월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한다. 올해부터 어린이 국가예방접종 지원 대상은 기존 생후 6개월~13세에서 생후 6개월~14세로 확대됐다. 어린이와 임신부, 65세 이상 고령자 등 국가예방접종 대상자는 접종 일정에 맞춰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권고된다.
윤윤선 교수는 “성인은 일반적으로 매년 한 차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받지만, 생후 6개월 이상 9세 미만 어린이 가운데 처음 접종하거나 과거 한 차례만 접종한 경우에는 최소 4주 간격으로 두 차례 접종이 필요하다”며 “특히 영유아는 인플루엔자 감염 시 합병증 위험이 높은 만큼 보호자가 아이의 과거 접종력을 확인하고 필요한 접종을 빠짐없이 완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엘리엘 교수는 “인플루엔자는 영유아와 고령자, 만성질환자에게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감염병”이라며 “올해는 예년보다 이른 시기부터 관련 지표가 상승하고 있는 만큼 예방접종 시행 이전에는 꼼꼼한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고, 예방접종이 시작되면 권고 시기에 맞춰 접종을 받을 것을 강력히 권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