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도 건강보험료율이 올해와 같은 7.19%로 동결됐다. 보험료 부담은 늘리지 않는 대신 중증·희귀난치질환과 중증 당뇨병, 노인·소아청소년 등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은 대폭 확대된다. 정부는 중증·희귀난치질환자 등 197만명에게 연간 약 8천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8일 오전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어 ‘건강보험 보장 1단계 혁신방안’과 2027년도 건강보험료율 결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방안은 중증·희귀질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우선 낮추면서 중증 당뇨병, 당원병, 신경인성 방광 환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노인과 소아·청소년의 치과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희귀·중증난치질환 136만명 본인부담 10%→5% 단계 인하
우선 완치가 어려워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희귀질환과 중증난치질환 환자 136만명의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현행 10%에서 단계적으로 낮춘다.
오는 12월부터 7%로 낮추고 2028년 상반기에는 5%까지 추가 인하한다.
이에 따라 희귀·중증난치질환자의 연평균 건강보험 본인부담은 현재 75만원에서 2027년 53만원, 2028년에는 39만원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환자 한 명당 연간 약 22만~36만원의 의료비를 덜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의료비가 많이 드는 환자의 체감 효과는 더욱 크다. 복지부가 제시한 사례에 따르면 혈액 응고인자 치료로 연간 1,350만원을 지출하는 혈우병 환자의 경우 올해 12월부터 본인부담 의료비가 945만원으로 줄고 2028년 상반기부터는 675만원으로 감소한다.
산정특례 재등록 과정에서 요구됐던 불필요한 검사도 줄인다. 희귀·중증난치질환의 특성을 고려해 별도 검사 결과가 없더라도 임상진단과 필요한 경우 치료이력을 토대로 재등록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올해 1월 샤르코-마리투스 등 9개 질환에 대한 개선을 마친 데 이어 이달부터 길랭-바레증후군 등 95개 질환, 12월에는 62개 질환의 기준을 개선한다. 내년까지 나머지 146개 질환에 대한 개선도 완료할 예정이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진입 속도도 높인다. 정부는 등재 전 비용효과성 평가를 등재 후 실제 임상성과에 기반한 사후평가로 전환하는 등의 시범사업을 통해 현재 240일가량 걸리는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최대 100일 이내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증 2형 당뇨도 지원…인슐린자동주입기 본인부담 대폭 낮춰
중증 당뇨병에 대한 지원체계도 질환 유형 중심에서 중증도 중심으로 전환한다.
현재는 주로 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인슐린자동주입기와 연속혈당측정기를 지원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1형·2형 여부와 관계없이 췌장장애 수준의 중증 당뇨병과 췌도부전 수준의 환자까지 지원한다.
정부는 이에 따라 현행 1형 당뇨병과 비슷한 중증도를 가진 2형 당뇨병 환자 약 1만1천명이 새롭게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췌장장애 환자의 인슐린자동주입기는 연령에 관계없이 기준금액의 90%를 지원한다. 이에 따라 1형 당뇨병 중 췌장장애 환자는 본인부담률이 30%에서 10%로 낮아지고, 2형 당뇨병 중 췌장장애 환자는 전액 부담에서 10% 부담으로 크게 줄어든다.
19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층의 지원기준금액도 현행 170만원에서 소아와 같은 450만원으로 높인다. 19세를 넘으면서 인슐린자동주입기 구입 부담이 급격하게 커지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연속혈당측정기 지원도 확대해 중증 당뇨병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현행 30%에서 10~20% 수준으로 낮춘다.
재택관리 시범사업 대상 역시 기존 1형 당뇨병에서 중증 2형 당뇨병까지 확대한다. 정부는 이번 지원 확대를 통해 1형 당뇨병 환자는 연간 36만원, 중증 2형 당뇨병 환자는 연간 418만원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당원병·신경인성 방광 환자 지원 확대
혈당 관리가 필요한 희귀질환인 당원병 환자도 새롭게 지원한다.
당원병으로 산정특례에 등록된 환자에게 혈당측정검사지와 채혈침 등 당뇨소모성 재료와 연속혈당측정용 전극에 대한 요양비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환자 한 명당 연간 약 350만원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자가 배뇨가 어려운 신경인성 방광 환자의 자가도뇨카테터 지원도 강화한다.
19세 미만 소아·청소년은 급여 개수를 하루 최대 6개에서 8개로 늘리고 기준금액도 현재 하루 9천원에서 1만8천원으로 높인다. 성인은 1만3,500원으로 인상한다. 이에 따른 환자 한 명당 연간 의료비 경감액은 약 155만원으로 예상된다.
루게릭병 등 중증근육성희귀질환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요양병원에 대해서도 중증환자 진료와 공공기능, 간병 부담 등을 고려한 별도 추가 보상방안을 검토한다.
치아 없는 65세 이상도 임플란트 2개 건보 지원
2027년 1월부터 노인과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치과 건강보험도 확대된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은 치아가 남아 있는 경우에만 건강보험 임플란트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위턱이나 아래턱에 치아가 하나도 없는 경우에도 임플란트 2개를 지원한다.
정부는 약 7만명의 노인이 1인당 약 228만원의 의료비 지원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기존 건강보험 완전틀니 지원을 받은 완전 무치악 환자는 완전틀니를 지원받은 지 7년이 지난 뒤부터 적용받을 수 있다.
소아·청소년의 충치 치료에 사용되는 광중합형 복합레진의 건강보험 적용 연령도 현행 5~12세에서 5~13세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13세 아동 약 14만명이 연간 22만원가량의 의료비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7년 건보료율 7.19% 동결…준비금 30.2조원
보장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2027년도 건강보험료율은 올해와 같은 7.19%로 동결됐다.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부과점수당 금액 역시 올해와 동일한 211.5원으로 결정됐다.
정부는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와 건강보험 보장 혁신에 따른 추가 지출 필요성을 고려하면서도 현재 건강보험 재정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보험료율 결정에 반영했다.
건강보험 재정은 최근 5년간 당기수지 흑자를 기록했으며 2025년 말 기준 준비금은 30조2천억원으로 약 3.5개월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도 정부지원이 약 1조1천억원 늘어난 점과 최근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른 보험료 수입 증가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복지부는 “국민들께서 납부하신 보험료가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지출효율화 과제를 적극적으로 발굴·추진하고, 이를 통해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와 희귀·중증난치질환 등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