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개발된 44번째 신약이 탄생했다. 1999년 SK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주’가 국산 신약 1호로 허가된 지 27년 만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에서 개발된 성인 안구건조증 치료제 ‘라티카점안액5%(레코플라본수화물)’를 9월 8일 품목허가했다고 밝혔다.
라티카점안액은 아주약품과 지엘팜텍이 개발해 온 안구건조증 신약이다. 원료는 국내 합성원료의약 품 제조업제인 이니스트st( 대표 한쌍수)가 공급해 신약 개발의 성공 디딤돌 역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약은 안구 표면에서 점액분비를 촉진해 각결막 상피 장애를 개선하는 데 사용된다. 이번 허가로 성인 안구건조증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추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허가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44번째 국산 신약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초기 국산 신약이 항암제와 항균제, 만성질환 치료제 등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CAR-T 세포치료제와 방사성의약품을 거쳐 안과질환 치료제로까지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20명 전담팀 가동…신약 허가심사 속도 높여
라티카점안액5%는 식약처가 2025년 제정한 ‘신약 품목허가·심사 업무절차’ 지침에 따라 허가가 진행됐다.
식약처는 심사 전문인력을 포함한 20명 규모의 품목전담팀을 구성하고 임상시험 관리기준(GCP)과 제조·품질관리기준(GMP)을 우선 심사했다.
품목허가 신청 전후에는 업체와 맞춤형 대면회의를 개최하는 등 개발사와 긴밀하게 소통해 품목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선플라에서 라티카까지…27년간 국산 신약 44개
국산 신약의 출발점은 1999년 허가된 SK케미칼의 위암 항암제 ‘선플라주’다. 이후 2000년대에는 항암제와 항생제, 발기부전·B형간염·골관절염 치료제 등이 잇따라 등장했고 2010년대 들어 고혈압·당뇨병·위식도역류질환 등 만성질환 영역으로 개발 분야가 확대됐다.
2020년대에는 폐암 표적치료제와 코로나19 치료제·백신, 비마약성 진통제, 탄저백신, 뇌전증 치료제에 이어 CAR-T 치료제와 진단용 방사성의약품까지 국산 신약의 기술적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
현재 기준 국산 신약 1~43호의 제약사와 품목은 다음과 같다.
1호 SK케미칼 ‘선플라주’ — 위암 항암제
2호 대웅제약 ‘이지에프외용액’ — 당뇨성 족부궤양 치료제
3호 동화약품 ‘밀리칸주’ — 간암 치료제
4호 JW중외제약 ‘큐록신정’ — 항균제
5호 LG화학 ‘팩티브정’ — 항균제
6호 구주제약 ‘아피톡신주’ — 관절염 치료제
7호 HK이노엔 ‘슈도박신주’ — 녹농균 예방백신
8호 종근당 ‘캄토벨주’ — 항암제
9호 유한양행 ‘레바넥스정’ — 항궤양제
10호 동아에스티 ‘자이데나정’ — 발기부전 치료제
11호 부광약품 ‘레보비르캡슐’ — B형간염 치료제
12호 대원제약 ‘펠루비정’ — 골관절염 치료제
13호 SK케미칼 ‘엠빅스정’ — 발기부전 치료제
14호 일양약품 ‘놀텍정’ — 항궤양제
15호 보령 ‘카나브정’ — 고혈압 치료제
16호 신풍제약 ‘피라맥스정’ — 말라리아 치료제
17호 JW중외제약 ‘제피드정’ — 발기부전 치료제
18호 일양약품 ‘슈펙트캡슐’ — 백혈병 치료제
19호 LG화학 ‘제미글로정’ — 당뇨병 치료제
20호 종근당 ‘듀비에정’ — 당뇨병 치료제
21호 크리스탈지노믹스 ‘아셀렉스캡슐’ — 골관절염 치료제
22호 동화약품 ‘자보란테정’ — 항균제
23호 동아에스티 ‘시벡스트로정’ — 항균제
24호 동아에스티 ‘시벡스트로주’ — 항균제
25호 동아에스티 ‘슈가논정’ — 당뇨병 치료제
26호 한미약품 ‘올리타정’ — 폐암 치료제
27호 일동제약 ‘베시보정’ — B형간염 치료제
28호 퓨쳐켐 ‘알자뷰주사액’ — 알츠하이머병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29호 HK이노엔 ‘케이캡정’ —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30호 유한양행 ‘렉라자정’ —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31호 셀트리온 ‘렉키로나주’ — 코로나19 치료제
32호 한미약품 ‘롤론티스주’ —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33호 한림제약 ‘브론패스정’ — 급성 기관지염 치료제
34호 대웅제약 ‘펙수클루정’ —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35호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코비원멀티주’ — 코로나19 백신
36호 대웅제약 ‘엔블로정’ — 당뇨병 치료제
37호 온코닉테라퓨틱스 ‘자큐보정’ —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38호 비보존제약 ‘어나프라주’ — 비마약성 진통제
39호 GC녹십자 ‘배리트락스주’ — 탄저백신
40호 메디톡스 ‘뉴비쥬주’ — 턱밑 지방 개선 치료제
41호 동아에스티 ‘엑스코프리정’ — 뇌전증 치료제
42호 큐로셀 ‘림카토주’ — 재발·불응성 거대 B세포 림프종 CAR-T 치료제
43호 퓨쳐켐 ‘프로스타뷰주사액’ — 전립선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여기에 9월 8일 아주약품·지엘팜텍이 개발한 ‘라티카점안액5%(레코플라본수화물)’가 44번째 국산 신약으로 허가되면서 국내 신약개발 역사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최근 국산 신약, ‘치료’ 넘어 세포치료·정밀진단으로
국산 신약의 변화는 최근 42~44호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42호 큐로셀의 ‘림카토주’는 국내 개발 신약 가운데 처음 등장한 CAR-T 치료제다. 환자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이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드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이라는 점에서 기존 합성신약 중심의 국산 신약 개발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43호 퓨쳐켐의 ‘프로스타뷰주사액’은 전립선암 병변 진단에 사용하는 방사성의약품이다. 전립선특이막항원(PSMA)을 표적으로 하는 물질에 방사성동위원소를 결합해 PET-CT로 전립선암의 재발·전이 의심 병변을 확인하도록 개발됐다.
이어 44호 라티카점안액이 안구건조증 치료 영역에서 허가되면서 국산 신약의 적용 범위는 암과 감염병, 만성질환뿐 아니라 첨단 세포치료와 정밀진단, 안과질환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몇 번째 신약’보다 중요한 허가 이후의 생존
다만 국산 신약의 역사를 단순히 누적 허가 숫자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국산 신약으로 허가됐지만 이후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품목허가가 취하·취소된 제품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케이캡과 렉라자 등 일부 신약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진출을 확대하며 국산 신약의 상업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국산 신약 번호를 볼 때 과거 자료와 현재 공식 집계가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젬백스앤카엘의 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주’와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다. 두 제품은 각각 과거 국산 신약 21호와 29호로 불렸지만 이후 허가가 취소되면서 현재 공식적으로 집계되는 국내 개발 신약 목록에서는 제외됐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정보포털의 공식 집계에서는 아셀렉스캡슐이 21호, 알자뷰주사액이 28호, 케이캡정이 29호, 렉라자정이 30호로 이어진다.
이는 ‘국산 신약 44호 시대’가 단순히 허가 건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신약 허가 이후 실제 환자에게 얼마나 사용되는지,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는지, 해외 허가와 수출·기술이전으로 이어지는지가 국산 신약의 실질적인 성과를 가르는 또 다른 기준이다.
1999년 선플라주에서 시작해 2026년 라티카점안액까지 이어진 27년의 국산 신약 역사는 이제 ‘몇 개를 개발했느냐’에서 ‘몇 개를 세계 시장에서 성공시켰느냐’를 묻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