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산모가 노출된 카드뮴과 메틸수은이 태반을 통과해 태아에게 전달되는 양상이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뮴은 태반의 방어기전으로 태아 이동이 상당 부분 억제된 반면, 메틸수은은 태아에게 적극적으로 전달돼 태아 농도가 산모보다 평균 1.8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경희대학교 간호과학대학 김주희 교수 연구팀은 생리학적 기반 약동학 모델을 활용해 임산부의 검사 결과로 태아와 신생아의 중금속 노출량을 추정하고, 카드뮴과 메틸수은이 태반을 통과하는 과정을 각각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특정 시점의 혈액 농도만 확인하는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임신 기간 태아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중금속에 누적 노출됐는지를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IF 12.2)와 『Environmental Pollution』(IF 7.2)에 각각 게재됐다.
카드뮴, 태반이 붙잡았다…태아 농도 산모의 약 35%
두 연구에는 한국 어린이 환경보건 출생코호트의 대규모 임신부·영아 자료와 연구팀이 별도로 구축한 코호트 자료가 활용됐다.
카드뮴 연구에서는 임신부·영아 2778쌍을 대상으로 임신 초기와 후기의 산모 혈액과 출산 당시 제대혈 자료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태아의 카드뮴 농도는 산모의 약 0.35배 수준이었다. 특히 산모의 카드뮴 농도가 높아지더라도 태아가 받은 누적 노출량 증가폭은 3.3%에 그쳤다.
이는 태반에 존재하는 금속결합단백질이 카드뮴을 붙잡아 태아 쪽으로 이동하는 양을 줄이는 일종의 방어막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다만 제대혈에서 측정되는 농도가 낮다는 사실만으로 임신 기간 태아의 전체 노출량까지 낮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확인됐다.
김주희 교수는 “제대혈 농도가 낮다고 해서 태아 노출이 낮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메틸수은은 정반대…98.7%에서 태아 농도가 더 높아
메틸수은은 카드뮴과 전혀 다른 이동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한국 어린이 환경보건 출생코호트 임신부·영아 3625쌍과 별도 코호트 242명의 자료를 활용해 메틸수은의 태반 이동과 태아·신생아의 체내 동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태아의 메틸수은 농도는 산모의 평균 1.8배에 달했다. 특히 전체 분석 대상의 98.7%에서 태아의 농도가 산모보다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메틸수은이 체내에서 아미노산과 유사한 형태를 형성하면서 태반의 아미노산 수송체를 통해 태아에게 이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태반이 카드뮴에 대해서는 이동을 제한하는 방어벽 역할을 하는 반면 메틸수은에 대해서는 오히려 태아 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존재하는 셈이다.
신생아 무기수은 신장 반감기 약 160일…성인의 5배
출생 이후 신생아의 수은 배출능력에서도 성인과 큰 차이가 나타났다.
메틸수은은 체내에서 일부가 무기수은으로 바뀌고 무기수은은 주로 신장을 통해 배출된다. 그러나 신생아의 신장 기능은 출생 직후 성인의 약 20% 수준에 불과하다.
연구팀의 모델 분석에서는 신생아의 무기수은 신장 내 반감기가 약 160일로 추정됐다. 성인의 약 32일과 비교하면 5배가량 길다.
이는 출생 직후 신장 기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신생아에서는 무기수은이 성인보다 훨씬 오랫동안 체내에 남아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가 혈액 속 메틸수은 농도만으로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 연구팀은 제대혈이나 일반 혈액검사뿐 아니라 소변 등 여러 생체시료를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산모 혈액검사로 태아의 ‘누적 노출량’ 추정 길 열어
이번 연구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산전 진찰 과정에서 확보할 수 있는 산모의 혈액검사 결과를 활용해 태아가 중금속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개인별로 추정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기존 위해평가는 특정 시점에 혈액이나 제대혈에서 검출된 중금속 농도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한 번 측정된 농도는 중금속이 태반을 어떻게 통과했는지, 임신 기간 얼마나 축적됐는지, 태아와 신생아의 장기에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를 충분히 보여주기 어렵다.
연구팀이 활용한 생리학적 기반 약동학 모델은 산모와 태반, 태아·신생아의 생리적 특성과 물질의 이동·축적·배출 과정을 함께 고려해 실제 체내부담을 추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주희 교수는 “측정된 농도만이 아니라 몸속에 실제로 남은 양을 추정해 위해평가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카드뮴과 메틸수은 연구를 기반으로 앞으로 카드뮴·수은·납·과불화화합물을 동시에 분석하는 복합노출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단일 유해물질별 평가에서 벗어나 임신부와 태아가 실제 생활환경에서 동시에 노출될 수 있는 여러 환경유해물질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연구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