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정형외과의사회가 최근 제기된 ‘필수의료를 떠난 전문의 가운데 23%가 정형외과로 이동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통계의 의미가 잘못 해석됐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정형외과를 필수의료 인력을 흡수하는 이른바 ‘블랙홀’로 규정하는 것은 의료현장의 실제 진료 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9일 입장문을 통해 “‘필수의료 떠난 전문의, 23%가 정형외과로’라는 주장이 무엇을 근거로 하는지, 올바른 해석인지 팩트체크가 필요하다”며 “정형외과를 비필수로 낙인찍는 방식 역시 적절한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827명 중 193명, ‘정형외과 표시 의원 근무’ 통계일 뿐”
의사회가 가장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통계 해석이다.
해당 보도의 근거가 된 자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의원급 전문과목 및 표시과목 현황’이다.
자료에 따르면 본인의 전문과목과 다른 표시과목의 의원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분류된 필수의료 전문의 827명 가운데 193명, 23.3%가 표시과목이 정형외과인 의원에서 근무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이를 해당 전문의들이 자신의 전문과목을 버리고 정형외과 진료로 전향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오류라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원래 전공과 다른 표시과목의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전문의가 존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의료기관의 표시과목과 소속 의사의 전문과목을 동일한 개념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형외과가 필수의료 인력 빨아들이는 블랙홀’ 표현 지나쳐”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수가가 높거나 비급여 진료항목이 많은 진료과가 필수의료 전문의를 흡수하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식의 표현에도 반발했다.
정형외과를 비필수의료 영역으로 전제하고 다른 전문과 전문의들이 정형외과로 이동하면서 필수의료 붕괴가 가속되고 있다는 식의 접근은 실제 의료현장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주장이다.
의사회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다른 전문과 의사들이 의료현장에서 정형외과와 협업하는 것은 국내 의료체계에서 현실적인 필요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필수의료 붕괴의 원인으로 보는 것은 오판이며 본인의 진료 전문성을 완전히 저버리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정형외과를 ‘비필수’로 규정할 수 있나”
의사회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진료과를 ‘필수’와 ‘비필수’로 단순하게 구분하는 방식 자체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응급 외상과 골절, 척추·관절 손상 등 정형외과가 담당하는 진료영역 가운데 상당 부분이 환자의 생명과 기능 유지에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특정 진료과 전체를 비필수 영역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의료현장에서 각 과를 필수의료와 비필수의료로 구분하는 보도 형태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묻고 싶다”며 정형외과를 비필수 진료과로 낙인찍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저수가 구조 속 비급여 교차보상…정형외과만의 문제 아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국내 의료체계가 이른바 ‘저수가·저부담·저보장’ 구조 속에서 비급여를 통한 교차보상에 상당 부분 의존해 왔다고 주장했다.
비급여 진료 역시 피부·성형·정형외과·재활 분야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과와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여러 진료과에 걸쳐 있는 만큼 특정 진료과를 필수의료 인력 이탈의 원인으로 지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사무장병원이나 일부 컨설팅업체 등을 통해 과도한 비급여 수요가 만들어지는 사례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료계 역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일부 의사들의 과도한 비급여 수요 창출이 있다는 점은 의사단체도 잘못을 인지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정부와 함께 일탈 회원에 대한 자정 노력과 제도 개선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필수의료 붕괴 원인으로 ‘형사처벌·저수가’ 지목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필수의료 인력 이탈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도 별도의 진단을 내놨다.
의사회는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 부담과 현행 건강보험체계에서의 낮은 수가가 의료인력의 필수의료 기피를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전 정부가 추진했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 역시 의료현장의 혼란을 확대했다고 평가하면서, 필수의료 문제를 특정 전문과로 이동하는 의사들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의료사고 사법리스크와 보상체계 등 구조적인 원인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해 정부·시민단체·국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의료계 내부의 자정 노력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