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가렵고 갈라지거나 물집과 각질이 생기는 등 손 피부질환을 경험한 성인이 절반 가까이에 이르지만, 증상이 나타났을 때 피부과 전문의를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은 5명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손습진과 건선, 손발바닥농포증, 백선(무좀)은 겉으로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발생 원인과 치료법이 달라 자가진단과 임의치료보다는 피부과 전문의의 정확한 감별진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피부과학회(회장 이지범 전남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10일 서울 더 플라자호텔에서 제24회 ‘피부건강의 날’을 맞아 ‘소중한 나의 손, 피부과 전문의와 함께’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손 피부질환의 진단과 치료, 환자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피부건강의 날’은 국민에게 피부건강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피부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학회가 매년 진행하는 대국민 캠페인이다. 올해는 업무와 가사, 대인관계 등 거의 모든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손’을 주제로 선정했다.
손습진인 줄 알았는데 무좀·건선?…겉모습만으로 구별 어려워
첫 번째 발표를 맡은 한태영 을지의대 피부과 교수는 손에 발생하는 피부질환은 홍반과 각질, 갈라짐, 물집 등 서로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육안만으로 정확하게 구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손습진과 건선, 손발바닥농포증, 백선 등이 비슷한 임상 양상을 나타낼 수 있지만 질환의 원인과 치료 방법은 서로 다르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현재 나타난 증상뿐 아니라 환자의 병력과 직업, 생활환경, 피부병변의 형태와 진행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접촉 알레르기의 원인을 확인하는 첩포검사나 진균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 등도 시행해야 한다.
전문적인 진찰과 검사 없이 증상만으로 질환을 판단해 자가치료할 경우 잘못된 치료로 질환이 악화되거나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가능성도 있다.
한 교수는 “손 피부질환이 반복되거나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 증상만을 보고 임의로 판단하거나 자가치료하기보다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인 45.8% 손 피부질환 경험…그런데 피부과부터 찾은 사람은 18.1%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이하은 포레피부과 원장은 손 피부질환 경험과 삶의 질, 피부과 전문진료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대국민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45.8%가 최근 3년 이내 가려움과 갈라짐, 수포, 진물, 각질 등 손 피부질환 증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손 피부질환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또는 ‘매우 크다’는 응답은 85.1%에 달했다. 영향을 받는 영역으로는 가사활동이 88.1%로 가장 높았고 직장 업무 73.8%, 대인관계 69.0%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 손 피부질환을 경험한 사람 가운데 67.2%는 질환으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졌다고 답했으며, 64.6%는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증상이 생긴 뒤 가장 먼저 피부과 전문의원이나 대학병원 피부과를 찾았다는 응답은 18.1%에 그쳤다. 약국을 먼저 찾았다는 사람이 26.4%로 가장 많았고 인터넷 검색 21.0%,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14.8%였다.
피부과 전문의를 바로 찾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로 45.6%를 차지했다.
또 응답자의 51.6%는 손 피부질환이 비슷한 증상을 보이더라도 질환에 따라 진단과 치료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반면 94.9%는 손 피부질환 치료에 가장 적합한 의료진으로 피부과 전문의를 꼽았고 90.4%가 피부과 전문의 진료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전문진료의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실제 증상이 발생했을 때의 의료 이용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간극이 확인된 셈이다.
이 원장은 “전문진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에 비해 실제 피부과 전문의 방문은 낮은 만큼 증상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조기에 적절한 진료로 이어지도록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흔한 손습진, 절반 이상은 원인 두 가지 이상 겹쳐
세 번째 발표에 나선 이동훈 서울의대 피부과 교수는 손습진의 진단과 치료에서 악화요인을 찾아 관리하고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습진은 손과 손목에 붉어짐과 각질, 물집, 갈라짐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전 세계 성인의 연간 유병률이 9.1%에 이를 정도로 흔하며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1년에 두 차례 이상 재발하면 만성 손습진으로 본다.
원인에 따라 자극접촉피부염, 알레르기접촉피부염, 아토피손습진 등으로 나뉘며 물과 세제, 마찰 등에 반복적으로 노출돼 발생하는 자극접촉피부염이 가장 흔하다.
문제는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두 가지 이상의 유형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병변만으로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
진료 과정에서는 직업과 집안일, 장갑 사용 여부, 손을 씻는 횟수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경우 접촉 알레르기 여부를 확인하는 첩포검사도 권고된다.
생활 속에서는 장시간 물에 손을 담그거나 잦은 손 씻기, 세제와 소독제 노출을 줄이고 손을 씻은 뒤 보습제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물일을 할 때는 면장갑 위에 보호장갑을 착용하는 방법도 권고된다.
“연고 바르며 버티지 마세요”…2주 지나도 안 낫거나 반복되면 진료
손습진 치료에서는 임의적인 약물 사용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국소 스테로이드는 적절하게 사용하면 효과적인 치료제가 될 수 있지만 정확한 진단 없이 장기간 사용하면 피부가 얇아지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손습진을 무좀으로 오인해 항진균제를 임의로 사용할 경우 적절한 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
중증 난치성 손습진에는 경구 레티노이드 계열 약물이 사용되며 최근 비스테로이드성 국소 야누스인산화효소(JAK) 억제제가 국내 허가되면서 치료 선택지도 확대되고 있다고 학회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증상이 좋아졌다고 치료를 중단하면 상당수가 반년 안에 다시 나빠지고, 반대로 반응이 없는 연고를 계속 바르며 버티는 것도 흔한 실수”라며 “만성 손습진은 장기적인 조절이 필요한 질환인 만큼 피부과 전문의와 함께 치료계획을 세우고 증상이 없어도 보습과 피부 보호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2주 이상 관리해도 낫지 않거나 3개월 이상 지속되고 1년에 두 번 이상 재발한다면 참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치료제 선택 폭이 넓어지는 것과 함께 환자의 실질적인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과제로 제시됐다. 이 교수는 “치료 선택지가 늘고 있지만 환자가 실제로 쓸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며 중증 만성 손습진 환자의 치료 접근성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손발바닥에 고름 물집 반복…생물학적 제제로 치료 선택 폭 넓어져
마지막 발표를 맡은 정혜정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교수는 손발바닥농포증의 진단과 관리, 치료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손발바닥농포증은 손바닥과 발바닥에 무균성 농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만성 난치성 피부질환이다. 병변이 심해지면 통증과 피부 갈라짐 때문에 물건을 잡거나 걷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일상활동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
건선이나 습진 등 다른 피부질환과 유사하게 보일 수 있어 정확한 감별진단이 중요하며, 환자의 병변과 질환 경과, 중증도, 기존 치료에 대한 반응 등을 종합해 치료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과거에는 국소치료와 광선치료, 전신 면역조절치료 등이 주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IL-17 억제제와 IL-23 억제제 등 면역학적 기전을 표적으로 하는 생물학적 제제가 도입되면서 치료 선택지가 확대되고 있다.
정 교수는 “치료 옵션이 다양해진 만큼 적절한 시기에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치료 성과와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범 대한피부과학회 회장은 “손 피부질환은 증상이 비슷해 보여도 원인과 질환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고,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면 만성화되거나 일상과 삶의 질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증상이 지속되거나 반복된다면 자가치료에 의존하기보다 조기에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피부과학회도 국민이 안전하고 올바른 피부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피부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