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인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파킨슨병은 완치는 어렵지만,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조기 진단과 체계적인 관리가 중요한 파킨슨병에 대해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외과 정문영 교수와 알아본다.
정문영 교수는 "파킨슨병은 뇌의 중뇌 흑질에서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는 퇴행성 신경계 질환"이라며 "노화가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로, 60세 이상 인구의 약 1%, 80세 이상에서는 약 4~5%가 이 질환을 앓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증상 미묘해 조기 발견 어려워
파킨슨병의 초기 증상은 행동이 느려지거나 걸음이 느려지고 손을 조금 떨거나 무표정해지는 등 일반적인 노화 현상과 구분하기 어려워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 교수는 "진단 시점에는 이미 도파민 신경세포의 60~70% 이상이 소실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며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파킨슨병의 증상은 운동 증상과 비운동 증상으로 나뉜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쾌락 호르몬’ 도파민과 파킨슨병의 도파민은 같은 물질이지만, 파킨슨병에서는 쾌락보다는 운동 기능 조절에서의 역할이 핵심이다. 대표적인 운동 증상으로는 손 떨림, 서동증, 근육 경직, 자세 불안정 등이 있다. 특히 파킨슨병의 손 떨림은 휴식 시 나타나며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돌리는 듯한 특징이 있다.
파킨슨병에서의 비운동 증상은 도파민과 관련된 신경계의 다른 기능들의 저하로 나타나며, 여기에는 후각 저하, 우울·불안, 변비, 자율신경기능이상, 렘수면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50대 이상에서 이러한 증상이 관찰되면 신경과나 신경외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약물치료가 기본, 약효 떨어지면 뇌심부자극술 고려
파킨슨병 치료의 핵심은 도파민을 보충하는 것이다. 1차 치료로는 레보도파를 비롯한 약물치료가 시행되며, 초기에는 적은 용량으로 시작해 경과를 보며 조절한다. 정 교수는 "도파민은 운동 조절, 정서 안정, 동기 부여 등에 관여하는 주요 신경전달물질로, 파킨슨병에서는 이를 보충하는 약제가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기간 약물치료를 하면 약효가 짧아지는 'Wearing off' 현상, 효과가 갑자기 사라지는 'On-off' 현상, 약 복용 후에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지연성 On’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몸이 움직이는 이상운동증과 약물 효과의 기복이 큰 운동동요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이 경우 뇌심부자극술(DBS, Deep Brain Stimulation)과 같은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뇌심부자극술은 뇌의 깊은 곳에 있는 시상하핵이나 담창구에 전극을 삽입해 전기 자극으로 뇌의 이상 신호를 조절하는 치료법이다. 정 교수는 "약으로 조절하기 어려운 이상운동증이나 약물 부작용 치료에 효과적이며, 수술 후 약물 용량이 절반 이상 감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환자의 10~15%만 수술 대상, 신중한 판단 필요
뇌심부자극술은 파킨슨병 환자 중 약 10~15%의 수술 대상이 된다. 진단 후 약물 치료를 최소 3년 이상 시행하고, 약물에 대한 반응은 좋지만 약물 부작용이 생긴 경우, 약 복용 패턴이 복잡해 일상생활에 제약이 큰 경우, 인지기능이 잘 보존되어 있고 정신질환이 없는 경우에만 대상이 된다.
정 교수는 "뇌심부자극술은 약물치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약물 부작용을 치료하는 것"이라며 "진단 초기에는 약물치료만으로도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하므로 최소 3년 이상 약물치료를 시행한 후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가 목적 운동 활동, 치료만큼 중요
약물·수술 치료와 함께 일상에서의 운동과 재활이 매우 중요하다. 정 교수는 "도파민은 긍정적인 감각 자극에 의하여 활성화되기 때문에, 여가 목적의 운동 활동은 뇌의 도파민 회로를 유지하게 하고 경직을 완화하며, 병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걷기, 수영, 자전거, 요가, 에어로빅, 근력운동, 댄스 등 다양한 활동이 권장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뇌의 도파민 활성도가 증가하고 집중력과 인지기능이 개선되며, 자기효능감이 회복되어 궁극적으로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정 교수는 "파킨슨병은 완치가 목표가 아니라 삶의 질 유지와 진행 억제가 핵심"이라며 "약물치료나 수술 후 '내 인생이 돌아왔다'고 표현할 정도로 큰 개선을 경험하는 환자도 많은 만큼, 적절한 시기에 전문의와 상담해 맞춤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