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 “의대 증원은 정치 공약 아닌 백년지대계…재정·교육 붕괴 외면 말아야”

  • 등록 2026.01.27 13:23:43
크게보기

의과대학 정원 증원,청년 세대가 짊어질 비용 공개하고, 지금의 현장부터 해결 요구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에서 잇따라 제시되는 의과대학 신설과 대학병원 분원 유치 공약에 대해 전공의들이 강한 우려를 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대 정원 증원 논의가 정치 일정에 매몰돼 의료 현장의 현실과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외면하고 있다며, 증원 추진 중단과 근본적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최근 발표한 입장문에서 “백년지대계가 돼야 할 의료 정책이 선거용 선심성 공약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무리한 의대 증원은 미래 세대의 재정 부담과 국민 건강권 침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먼저 정부의 의사 인력 수급 추계가 논리적 일관성과 현실성을 모두 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AI 기술 발전에 따른 의료 생산성 향상을 언급했음에도, 실제 인력 수급 추계 모형에 반영된 AI 기여도는 약 6%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특히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11차 회의 자료에 따르면, 해당 추계 모형을 기반으로 할 경우 2040년 약 250조 원, 2060년에는 최대 700조 원 규모의 진료비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으나, 재정 문제는 논의 대상에서 사실상 배제됐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향후 10년 내 생산가능인구가 약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의료비 지출이 급증할 경우, 청년 세대의 조세 및 사회보험 부담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이러한 재정적 영향은 국민, 특히 미래 부담을 떠안게 될 젊은 세대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의료 문제의 해법으로는 ‘증원’이 아닌 ‘현장 인력 보장’을 제시했다. 협의회는 “지역 의료의 핵심은 의사 수가 아니라 적절한 배치와 지속 가능한 근무 환경”이라며 “지금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전공의와 젊은 의사들이 필수·지역 의료를 떠나지 않도록 실질적인 보상 체계와 법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해법”이라고 밝혔다. 환자 쏠림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한 지역 의료 유지가 어렵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의학교육과 수련 현장의 한계도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일부 의과대학에서는 지난해 급격한 증원으로 인해 24·25학번 더블링 문제가 발생했고, 강의실과 실습 기자재 부족, 카데바 확보 난항 등으로 파행적인 학사 운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교수진의 지역 수련병원 이탈까지 겹치며 교육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협의회는 “충분한 교육·수련 인프라 없이 배출되는 의료 인력은 국민 건강에 장기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정원 확대보다 시급한 과제는 무너져가는 교육 현장의 정상화”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에 대해 의사 인력 추계를 정치와 분리할 것을 촉구했다. 추계위가 출범 반 년도 채 되지 않아 결론 도출을 서두르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정치 일정에 맞춰 결론을 내리려는 것은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최소 1년 이상의 충분한 숙의 기간을 통해 데이터 분석과 정책 효과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금 대한민국 의료는 향방을 결정짓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정치적 고려가 아닌 의료·교육 현장의 현실과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중심에 둔 책임 있는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노재영 기자 imph7777@naver.com
Copyright @2015 메디팜헬스뉴스 Corp. All rights reserved.

PC버전으로 보기

(주)메디팜헬스뉴스/등록번호 서울 아01522/등록일자 2011년 2월 23일/제호 메디팜헬스/발행인 김용발/편집인 노재영/발행소 서울특별시 송파구 송파대로 42길 45 메디팜헬스빌딩 1층/발행일자 2011년 3월 3일/청소년 보호 책임자 김용발/Tel. 02-701-0019 / Fax. 02-701-0350 /기사접수 imph7777@naver.com 메디팜헬스뉴스의 모든 기사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따라서 무단사용하는 경우 법에 저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