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환자 과소치료 심각…발작 반복에도 ‘같은 약 처방’만 ”

  • 등록 2026.03.18 09: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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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봉교수 “빅4 병원도 정상 진료 어려운 구조…치료 패러다임 전환 시급”

국내 뇌전증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과소치료’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발작이 반복되는 중증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약물 조절이나 추가 치료 없이 기존 처방이 반복되면서 생명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성균관의대 명예교수이자 뇌전증지원센터장인 홍승봉 교수는 최근 사례를 통해 국내 뇌전증 진료의 구조적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최근 한 60대 여성 환자는 절친이 뇌전증 발작 후 사망한 사건으로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해당 환자의 친구는 20년 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월 2~3회 발작이 지속됐고, 병원에서는 간단한 문진 후 동일한 약 처방만 반복된 것으로 전해졌다.

홍 교수는 “발작이 반복되는 환자에게 약물 증량이나 변경, 수술 등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명백한 과소치료”라며 “적절한 조치만 있었어도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형병원 중심 진료 구조가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환자 수가 1만 명에 달하는 대형병원에서는 1~2분 진료가 반복되며 중증 환자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무증상 환자와 난치성 환자를 동일하게 진료하는 시스템은 생명을 위협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강원 원주 지역의 18세 중증 지적장애 환자가 제시됐다. 해당 환자는 난치성 뇌전증의 일종인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을 앓고 있으며 매일 발작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기존 항경련제만 유지되고 있었다.
이 환자에 대한 전문가 상담에서는 추가 약물 투여와 함께 미주신경자극기, 뇌심부자극기, 뇌량절제술 등 다양한 치료 옵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러나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이러한 적극적 치료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교수는 “발작이 지속되는 환자는 최소 5~10분 이상 충분한 진료와 치료 전략 조정이 필요하다”며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듣지 않고 동일 처방을 반복한다면 즉시 주치의를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와 비교해도 국내 상황은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미국에서도 뇌전증 환자의 약 51%가 과소치료 상태지만, 한국은 더 심각한 수준”이라며 “발작의 완전 조절을 목표로 하지 않는 치료 관행이 문제”라고 밝혔다.

치료 기술 도입 지연도 도마에 올랐다. 고주파 전류를 이용해 뇌전증 병소를 제거하는 ‘고주파열응고 치료’는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시행 중이며 70~90%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관련 뇌 전극 허가가 지연되면서 치료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홍 교수는 “전쟁 중인 국가들조차 도입한 치료를 한국만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규제 지연이 난치성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역할 부재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뇌전증 환자들이 매일 발작으로 다치고 사망하고 있음에도 정책적 대응은 미흡하다”며 “예산 지원이 아닌 근본적인 진료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뇌전증은 충분히 조절 가능한 질환임에도 치료 부실로 인해 환자들이 생명을 잃고 있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적극적인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노재영 기자 imph7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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