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영칼럼/건보공단 특사경 도입, ‘우려’보다 중요한 것은 ‘검증’이다

  • 등록 2026.03.28 08: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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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에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서울시의사협회·서울시치과의협회·서울시한의사회 협회가 26일  공동성명서 발표했다.

이들 3개 단체를 비롯한 의료계는 특사경 도입을  “통제되지 않는 권력 확대”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정부는 사무장병원 근절과 보험재정 누수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맞선다. 

양측의 논리는 모두 나름의 설득력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찬반의 격렬한 대립이 아니라, ‘도입 이후 무엇이 실제로 벌어지는지’를 냉정하게 검증할 수 있는 장치다.

우선 의료계가 제기하는 우려는 결코 가볍지 않다. 건강보험공단은 이미 요양급여 계약 당사자이자 강력한 행정조사 권한을 가진 기관이다. 여기에 수사권까지 더해질 경우, 조사와 수사, 비용 지급 권한이 한 기관에 집중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는 분명 권한 집중에 따른 견제 약화, 이해충돌, 과잉 수사 가능성 등 제도적 리스크를 내포한다. 특히 최근 특사경에 대한 검찰 지휘 체계가 변화하면서 통제 장치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는 이러한 문제 제기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반면, 정부가 강조하는 정책적 필요성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사무장병원과 불법 의료기관은 단순한 행정 위반을 넘어 건강보험 재정을 잠식하는 구조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기존의 단속 체계만으로는 적발과 처벌에 한계가 있었고, 실제로 상당수 불법 기관이 장기간 운영되며 재정 누수를 키웠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만약 공단 특사경이 보다 신속하고 정밀한 수사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면, 이는 보험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공익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핵심은 ‘가능성’이 아니라 ‘결과’다. 제도가 도입되기도 전에 모든 부작용을 단정하거나, 반대로 효과를 과신하는 것은 모두 경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제도 시행 이후 실제로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특사경 도입 이후 ▲불법 의료기관 적발 건수와 환수 실적이 실질적으로 증가했는지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나 과잉 조사 논란은 없었는지 ▲중복 수사나 행정 부담이 의료기관에 과도하게 작용했는지 ▲필수의료 위축 등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는지 등을 정량·정성적으로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내부 평가가 아니라, 외부 전문가와 의료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독립적 검증 체계 속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특히 일정 기간 ‘시범 운영’ 개념을 도입해 성과와 부작용을 동시에 점검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는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도의 유지·보완·축소·폐지 여부를 판단하는 ‘선(先)도입-후(後)평가’의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수사권은 국가 권력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영역에 속한다. 그렇기에 더욱 신중해야 하지만, 동시에 공익적 필요가 있다면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영역이다. 중요한 것은 권한을 주느냐 마느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그 권한이 어떻게 행사되고, 실제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다.

건보공단 특사경 논란은 단순한 직역 간 갈등이 아니라, 한국 의료체계와 보험재정 운영의 방향성을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대립이 아니라, 데이터와 결과에 기반한 냉정한 판단이다. 제도의 성패는 결국 ‘도입 여부’가 아니라 ‘운영 결과’로 증명될 것이다.
노재영 기자 imph7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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