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만 되면 감기와 비염, 중이염을 반복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열이 내리면 또다시 콧물이 흐르고, 기침은 한 달 넘게 이어진다. 부모 입장에서는 “면역력이 너무 약한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의학에서는 소아 면역력을 단순히 병을 막는 방어 기능이 아니라, 병이 와도 스스로 회복해 나가는 기초 생명력, 즉 ‘정기(正氣)’의 상태로 본다. 정기가 충실하면 환경 변화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병이 생겨도 회복이 빠르다. 반대로 정기가 약해지면 잦은 감염과 더딘 회복이 반복된다.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소아과 방미란 교수는 “소아의 반복적인 감기와 비염은 면역세포의 문제가 아니라, 반복된 병치레와 생활 환경 속에서 회복력이 소모된 신호일 수 있다”며 “아이 면역 관리는 증상 억제보다 정기를 회복시키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감기·비염·중이염이 반복된다면 ‘면역력 저하 신호’
소아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감기, 비염, 기관지염, 중이염이 연속적으로 나타나기 쉽다. 열이나 콧물 같은 급성 증상은 사라졌지만 기침이 오래 지속되거나, 평소보다 쉽게 피로해하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유 없는 복통과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 밤에 식은땀을 흘리며 잠을 설치는 모습 역시 면역력 저하를 의심할 수 있는 신호다.
소아 면역력 저하, ‘정기 소모’와 생활 환경이 원인
한의학에서 말하는 소아 면역력 저하는 병을 막는 기능 자체의 결함이 아니라, 반복된 질병과 치료 과정 속에서 회복력인 정기가 약해진 상태를 의미한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잦은 감염과 항생제 사용, 불규칙한 식사와 편식·과식으로 인한 소화 기능 저하, 수면 부족과 학업 스트레스, 실내 위주의 생활과 운동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요인들이 누적되면 아이의 몸은 외부 자극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소아 면역 관리의 핵심, 폐·비·신의 균형
소아는 성장 과정에 있어 장부 기능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다. 한의학에서는 면역과 가장 밀접한 장부로 **폐(肺)·비(脾)·신(腎)**을 꼽는다. 폐는 호흡기와 피부 면역의 중심이며, 비는 소화와 영양 흡수, 면역 에너지 생성의 근간이다. 신은 성장과 회복력의 뿌리로 작용한다. 이 세 장부의 균형이 무너지면 감기와 비염, 기관지염 같은 호흡기 질환이 반복되기 쉬워 소아 면역 관리는 장부 균형 회복에서 출발한다.
한의치료, 증상 억제보다 ‘회복력 강화’에 초점
소아 면역을 위한 한의치료는 아이의 몸에 부담을 주기보다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데 목적이 있다. 한약 치료는 허약해진 장부 기능을 보강하고 소모된 기력을 채워 정기 회복을 돕는다. 침 치료는 최소한의 자극으로 호흡기·소화기·자율신경의 균형을 조절하고, 전자뜸 치료는 복부와 등을 따뜻하게 해 면역 에너지 활성화를 유도한다. 아이의 연령과 성장 단계에 따라 치료 강도를 세심하게 조절하는 것도 중요한 원칙이다.
잦은 병치레, 성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방 교수는 “잦은 감기 뒤 회복이 더딘 아이들은 정기가 이미 소모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며 “한의치료는 반복된 염증과 약물 사용으로 예민해진 호흡기 환경을 회복시키고, 소화 기능을 개선해 영양 흡수율을 높여 재발 가능성을 낮춘다”고 설명한다. 이는 잦은 병치레로 인한 성장 저하를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면역력을 키우는 생활 관리가 기본
소아 면역 관리의 출발점은 생활 습관 개선이다. 가공식품과 단 음식을 줄이고 소화가 쉬운 식단으로 장 건강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밤 10시 이전 취침으로 충분한 숙면을 취하고, 규칙적인 야외 활동을 통해 비타민 D 합성과 기혈 순환을 촉진하면 외부 자극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면역력을 기를 수 있다.
잦은 질병은 부모에게 큰 걱정이지만, 한의학에서는 이를 면역력이 완성돼 가는 과정으로 본다. 증상만을 쫓기보다 무너진 균형을 바로잡고 회복력을 키워준다면, 아이는 이전보다 더 건강하고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