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h-형 혈액형을 가진 고위험 환자에서 대량 출혈 우려가 컸던 20cm 크기의 거대 자궁근종을, 최신 로봇수술과 자가혈 회수 시스템을 병행해 안전하게 제거한 사례가 나왔다.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전경철 교수는 다빈치 5(Da Vinci 5) 로봇수술과 수술 중 자가혈 회수 시스템(Cell Saver)을 활용한 자궁절제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며, 출혈과 수혈 위험을 최소화했다.
이번 수술은 지난해 12월 31일 진행됐다. 환자는 40대 여성으로, 내원 당시 자궁 전체를 가득 채울 정도의 20cm 이상 거대 자궁근종과 심한 빈혈을 동반하고 있었다. 특히 근종이 주요 혈관과 중요 장기에 인접한 해부학적으로 고위험 위치에 자리해 자궁 보존을 위한 근종절제술이 어려운 상황이었으며, 의료진은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자궁절제술을 결정했다.
더 큰 문제는 환자가 Rh-형 혈액형이라는 점이었다. Rh-형은 국내에서도 드문 혈액형으로, Rh+형 혈액 수혈이 제한돼 수술 중 대량 출혈 발생 시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이에 의료진은 출혈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로봇수술과, 수술 중 흘린 혈액을 회수·정제해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Cell Saver를 적극 활용하는 고난도 전략을 택했다.
Cell Saver는 동종 혈액 수혈 의존도를 낮추고 면역학적 부작용과 수혈 관련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자가혈 회수 장비다. 이번 수술에서는 로봇수술의 정밀한 시야와 조작 능력에 Cell Saver를 결합해, Rh-형 환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위험 요소인 출혈과 수혈 부담을 효과적으로 최소화했다.
자궁근종은 자궁 평활근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양성 종양으로, 3040대 여성의 약 4050%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하다. 정상 자궁 무게가 약 60g인 반면, 250g 이상일 경우 ‘거대 자궁근종’으로 분류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자궁근종 환자는 2019년 43만5,147명에서 2023년 63만8,683명으로 4년 새 약 44% 증가했으며, 40대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철 교수는 “거대 자궁근종은 방치할 경우 심한 빈혈과 복부 압박, 통증, 배뇨·배변 장애뿐 아니라 대량 출혈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며 “근종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자궁 보존이 어려운 경우 자궁절제술이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궁절제술에 적용되는 로봇수술은 개복수술보다 절개 범위가 작아 통증과 흉터가 적고 회복이 빠르며, 일반 복강경 수술보다 약 10배 확대된 시야와 360도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로봇 팔을 통해 주요 혈관과 주변 장기를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어 대량 출혈 위험이 높은 거대 자궁근종 수술에서 특히 효과적이다.
전 교수는 “이번 사례는 심한 빈혈, 주요 장기 인접이라는 해부학적 위험 요소에 Rh-형 혈액형까지 겹친 매우 까다로운 수술이었다”며 “다빈치 5 로봇수술과 Cell Saver를 병행함으로써 출혈과 수혈 위험을 최소화하고 환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은 국내 네 번째로 최신 로봇수술 장비 다빈치 5를 도입했으며, 도입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로봇수술 100례를 달성했다. 병원 측은 앞으로도 로봇수술과 첨단 출혈 관리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고난도·고위험 환자 치료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