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면 단순한 적응 문제로 넘기지 말고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조언이 나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환자는 2020년 7만8958명에서 2024년 25만6922명으로 약 3.3배 증가했다. 특히 20대 이상 성인 환자는 같은 기간 약 5배 늘어나며 전 연령대에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미애 교수는 “소아청소년 ADHD는 흔히 산만함이나 과잉행동으로 인식되지만, 겉으로 얌전해 보인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ADHD는 주의 조절과 실행기능(계획·정리·시간관리 등)에 관여하는 뇌 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크게 과잉행동·충동 우세형과 부주의 우세형으로 나뉜다. 이 중 ‘조용한 ADHD’로 불리는 부주의 우세형은 외형상 차분해 보여 놓치기 쉽다.
오 교수는 “수업 시간에 멍하니 있거나 창밖을 자주 바라보고,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못하거나 숙제와 준비물을 반복적으로 잊는다면 ADHD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진단은 단순 관찰이 아닌 전문적인 평가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자가보고 척도(ASRS)로 초기 선별을 진행한 뒤, 전문의 면담을 통해 발달력과 기능 저하 정도를 종합적으로 확인한다. 필요에 따라 종합주의력검사(CAT), 정량 뇌파 검사, 심리검사 등이 병행된다.
주의력 결핍은 ‘주의력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능력의 부족’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특정 활동에는 과도하게 몰입하면서도 일상 과제 수행에는 어려움을 보이는 양상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특성이 적절히 관리되지 않으면 성인 ADHD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성인 ADHD는 업무 수행과 대인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우선순위 설정과 기한 준수에 어려움을 겪고, 해야 할 일을 자주 놓치거나 업무 흐름을 스스로 정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능력 부족으로 오해받아 자존감 저하와 대인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대화 중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하거나 충동적으로 끼어드는 행동, 감정 조절의 어려움 등도 주요 특징이다. 다만 이러한 증상은 수면 부족, 스트레스, 우울·불안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어 정확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관리 측면에서는 ‘환경 조절’이 핵심으로 꼽힌다. 오 교수는 “한 번에 많은 일을 처리하려 하기보다 업무를 작은 단위로 나누고, 해야 할 일을 메모나 알림 앱으로 즉시 기록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폰 알림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인터넷 창을 줄이는 등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를 줄이고, 필요 시 노이즈 캔슬링 기기나 백색소음을 활용해 집중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ADHD는 지능과 무관한 신경발달 질환으로, 조기 발견과 적절한 개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자녀의 행동을 단순한 성격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전문가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맞춤형 관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