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누우면 몇 분도 되지 않아 바로 잠드는 사람들이 있다. 주변에서는 흔히 “잠이 많아서 좋겠다”거나 “잠을 잘 자는 체질”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수면의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마냥 건강한 수면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치게 빨리 잠드는 현상은 뇌와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면의학에서는 잠자리에 누운 뒤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수면 잠복기(Sleep latency)’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정상 범위는 약 10분에서 20분 정도다. 그러나 5분 이내에 잠이 드는 경우는 병적인 졸림 상태로 분류된다.
한진규 전문의는 “머리만 대면 바로 잠드는 경우를 많은 사람들이 깊은 수면 능력으로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뇌의 각성 유지 기능이 약해져 있거나 만성적인 수면 부족 상태일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기면증이나 수면무호흡증 같은 수면 질환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과수면 상태는 단순히 졸림의 문제가 아니라 심혈관 질환 위험과도 연결될 수 있다. 과도한 주간 졸림은 심근경색, 뇌졸중, 고혈압, 부정맥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특히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경우 수면 중 산소포화도가 반복적으로 떨어지면서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이것이 심혈관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수면의학센터의 수면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과도한 주간 졸림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수면 질환의 핵심 증상일 수 있으며, 특히 수면무호흡증 환자에서 심혈관 위험 증가와 강하게 연관된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머리만 대면 잠드는 현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생활 습관으로 넘기지 말고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1~3분 안에 잠드는 경우, 낮에도 자주 졸리거나 갑자기 잠드는 경우, 심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이 동반되는 경우라면 수면 질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한진규 원장은 “과도한 졸림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수면다원검사와 주간졸림검사 등을 통해 수면 구조와 뇌파, 호흡 상태를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순한 피로로 생각하고 방치하면 심혈관 질환이나 신경계 질환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